북한과의 핵합의는 검증이 가능한 선 이상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제임스 도빈스 전 국무부 유럽담당 차관보가 밝혔습니다. 가장 엄격한 수준의 검증 조치를 취해도 북한이 감춰놓은 핵무기를 모두 찾아낼 수 없는 만큼 제한된 동결로 귀결될 것이라는 진단입니다. VOA는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따라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열 번째 순서로, 소말리아와 코소보, 아프가니스탄 등 분쟁 지역에서 특사로 활동한 도빈스 전 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정상회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도빈스 전 차관보) 아직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많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회담을 어디에서 진행하고 또 어떤 의제를 다룰지 등을 조용히 논의 중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 김정은이 만나게 된다면 더 많은 일들을 알게 될 것으로 봅니다.
기자) 한국 정부는 북한이 비핵화 의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진정성이 있다고 보십니까?
도빈스 전 차관보) 북한의 입장은 계속 바뀌어 왔지만 과거에 종종 비핵화를 약속한 적이 있습니다. 미국도 이에 따른 대가를 제공하겠다고 약속한 적이 있었죠. 하지만 양측 모두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저는 북한이 하는 말을 신뢰하는 건 현명하지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의 어떤 협상도 검증이 돼야 합니다. 하지만 완전한 비핵화는 검증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협상은 완전한 비핵화에는 못 미치는 것이 될 것으로 기대해야 합니다.
기자) 완전한 비핵화는 왜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도빈스 전 차관보) 북한은 핵무기를 갖고 있고 저희는 이들 무기들이 어디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핵무기는 숨기기 쉬우며 저희들이 찾아낼 방법은 없죠. 북한은 저희가 찾지 못한 비밀 (우라늄) 농축 시설들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저는 현장에서 검증 가능하거나 위성으로 확인할 수 있는 당연한 것들은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숨겨진 작은 것들은 절대 찾아낼 수 없을 겁니다. 그렇기 때문에 북한과의 합의는 검증이 가능한 것 이상을 기대해선 안 됩니다.
기자) 완전한 비핵화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북한의 핵 역량을 제한하거나 동결해야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도빈스 전 차관보) 네 그렇습니다. 저는 북한의 일부 무기 프로그램들은 뒤로 되돌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위성이나 과거 사찰을 통해 저희가 알고 있는 핵 시설들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또한 많은 일들이 이뤄질 수 있는 겁니다. 모든 건 아니지만요.
기자) 북한은 이런 형태의 동결의 대가로 체제 안정 등을 요구할 텐데요. 어떤 것을 요구할 것으로 보십니까? 미국이 이를 받아들일까요?
도빈스 전 차관보) 저희는 과거에도 북한에 체제 안정을 제공하겠다고 했었습니다. 저는 이를 다시 제공하지 못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은 북한을 공격하거나 정권을 교체할 의도가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겁니다. 북한은 과거 주한미군 철수를 요구해왔습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미국이나 한국이 동의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기자) 검증은 어렵다고 여러 번 언급하셨습니다. 일각에서는 리비아나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는 성공했는데 왜 북한만 불가능하느냐는 주장을 합니다.
도빈스 전 차관보) 저는 가장 엄격한 검증 조치가 실시되고 있는 곳은 이란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한이 이란 수준의 검증 절차를 받아들일지 의문입니다. 만약 받아들인다고 하더라도 저희는 북한의 핵무기들이 어디에 위치해 있는지 알지 못할 겁니다. 북한이 핵무기 일부를 포기할 수는 있겠지만 전부 다 포기했는지 여부는 알지 못하는 거죠. 저희는 북한이 얼마나 많은 핵무기를 보유했는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기자) 그렇다면 어느 정도 핵 역량을 가진 북한과 공존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생각이시군요.
도빈스 전 차관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은 미사일 프로그램과 핵 시설들 일부를 파괴할 수 있습니다. 북한이 새로운 핵무기를 개발하는 역량을 제한하게 될 겁니다. 새로운 미사일을 생산하는 것 역시 말이죠. 북한이 포기할 수 있는 것들은 많습니다. 모든 것을 포기했는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요.
기자) 아시아와 유럽, 아프리카의 여러 분쟁 지역 문제를 다뤄오셨습니다. 이들 국가와 비교했을 때 북한의 위협은 어느 정도 수준입니까?
도빈스 전 차관보)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가장 높다고 생각합니다. 미국을 공격할 역량을 갖췄기 때문입니다.
제임스 도빈스 전 국무부 차관보로부터 미-북 대화 전망과 비핵화의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