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방송 여기는 워싱턴입니다’ 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부지영 기자 나와 있습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미 상무부가 2020년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기로 해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위 재러드 쿠슈너 가족의 회사가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미 연방 무역위원회(FTC)가 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페이스북을 조사한다고 공식 발표한 소식, 이어서 전해 드립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미국에서는 10년에 한 번씩 대대적인 인구조사를 하는데요. 보통 센서스라고 부르는 거죠?
기자) 그렇습니다. 다음 조사는 2020년에 벌어지는데요. 2년 앞으로 다가온 총인구조사를 앞두고 당국이 준비에 한창입니다. 인구조사를 담당하는 인구조사국이 상무부 산하인데요. 2020 인구조사 질문지에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항목을 넣기로 했다고 어제(26일) 상무부가 밝혔습니다.
진행자) 인구조사를 하면서 시민권 보유 여부를 묻는 이유가 뭡니까?
기자) 법무부 요청에 따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투표권법 위반 여부를 확인하는 데 필요하다는 건데요. 미국에서는 시민권자만 선거에 참여할 수 있습니다.
진행자) 인구조사에서 시민권 질문을 하는 게 이번이 처음인가요?
기자) 아닙니다. 전에도 있었는데요, 1950년 이후 사라졌다가 이번에 70년 만에 재도입되는 겁니다. 일각에서는 이번 결정을 두고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데요. 센서스 참여가 저조할 수 있다는 겁니다.
진행자) 시민권 보유 여부와 센서스 참여율이 무슨 관계가 있을까요?
기자) 혹시 추방될 것을 두려워하는 불법 체류자들이 조사에 응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겁니다. 센서스, 총인구조사는 시민권자 수를 집계하는 게 아니라, 전체 인구를 파악하자는 건데, 참여율이 낮으면 정확한 통계를 내기 힘들다는 거죠. 법무부가 상무부에 이런 요청을 했다는 소식이 지난해 말부터 나왔는데요. 이에 따라 여러 시민단체가 법무부 요청을 받아들이지 말라고 상무부에 촉구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그런데 센서스 참여는 의무 아닙니까?
기자) 맞습니다. 미국인들은 반드시 인구조사에 응해야 한다고 법으로 규정돼 있습니다. 응하지 않으면 최고 5천 달러에 이르는 벌금을 내야 하는데요.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이와 관련해 처벌 받은 사례는 없다고 합니다.
진행자) 어쨌든 참여율이 저조할 것이란 우려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상무부가 시민권 질문을 추가하기로 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윌버 로스 상무장관은 정확한 정보 확보의 필요성을 꼽았는데요. 시민권 질문 재도입으로 인한 역효과보다 긍정적인 효과가 더 크다는 주장입니다. 로스 장관은 추가 질문이 응답자들에게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그리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 어떤 근거에서 그렇게 보는 거죠?
기자) 로스 장관은 미국인들 대다수, 약 90%가 시민권자이고, 비시민권자 가운데 70%도 인구조사와 함께 실시되는 미국지역사회조사(ACS)에 이미 정확하게 응답하고 있다고 지적했는데요. 시민권 관련 질문이 불편한 사람은 소수에 불과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인구조사 결과는 미국 정치에서 상당히 중요하죠?
기자) 맞습니다. 센서스 결과를 토대로 연방 하원 선거구를 획정하고, 각 주의 하원의원 수와 대통령 선거인단 수를 결정하기 때문인데요. 상무부의 이번 조처는 선거에서 공화당에 유리한 판도를 짜려는 의도란 시각이 있습니다.
진행자) 게리맨더링 얘기인가요?
기자) 그렇습니다. 특정 정당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그리는 행위를 게리맨더링이라고 하는데요. 만약 일부의 우려대로 불법 체류자들이 인구조사에 대거 불참할 경우, 이들이 많이 모여 사는 대도시 인구가 실제보다 적게 나올 수 있습니다. 대도시 주민이나 이민자들은 민주당을 지지하는 경향이 높은데요. 따라서 민주당이 강세를 보이는 지역의 의원 수가 줄어드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거죠.
진행자) 그럼, 민주당 쪽에서는 이번 상무부 결정에 어떤 반응을 보이고 있습니까?
기자) 강한 반발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하비어 베세라 캘리포니아 주 법무장관은 이번 조처가 “불법”이라며 연방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캘리포니아주는 특히 이민자가 많은 주 가운데 하나입니다.
진행자) 시민단체들 쪽 반응은 어떤가요?
기자) 역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요.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민권 담당 부차관보를 지낸 바니타 굽타 ‘인권과 민권 연합회의(Leadership Conference on Civil and Human Rights)’ 회장은 공정하고 정확하게 조사해야 할 헌법상의 의무를 저버린 끔찍한 결정이라고 말했는데요. 이번 결정에 계속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함께 하고 계십니다. 트럼프 대통령 사위죠?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 고문, 원래 부동산 기업인 출신인데요. 회사 대출 문제로 논란이 일고 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재러드 쿠슈너 선임고문 가족이 소유하고 있는 회사 ‘쿠슈너컴퍼니(Kushner Companies)’가 거액의 대출을 받은 것과 관련해 백악관이 조사중이라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두 건의 대출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요. 액수를 합하면 5억 달러에 달합니다.
진행자) 왜 문제가 되는지 설명해주시죠.
기자) 대출 과정에서 쿠슈너 선임 고문이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나, 지위를 이용한 부당한 혜택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공직자 윤리 규정, 심지어 관련 법에 어긋날 가능성이 있다는 건데요. 대출 시기가 미묘하다는 겁니다.
진행자) 언제 대출이 이뤄졌는데요?
기자) 먼저 지난해 봄에 미국 은행 씨티그룹이 쿠슈너컴퍼니와 동업회사에 3억2천500만 달러의 대출을 제공했는데, 이는 마이클 코바트 씨티그룹 CEO가 백악관에서 쿠슈너 선임 고문을 만난 직후의 일이라고 합니다.
진행자) 대출이 두 건이라고 했는데, 다른 하나는요?
기자) 개인 자산회사 아폴로가 지난 11월에 1억8천400만 달러를 대출해줬는데요. 아폴로 설립자가 백악관에서 쿠슈너 선임 고문을 여러 차례 만난 이후의 일이었습니다. 조슈아 해리스 아폴로 설립자는 기간시설 정책과 관련해 트럼프 행정부에 조언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이런 사실이 알려졌나요?
기자) 지난달 뉴욕타임스 보도를 통해 처음 알려졌는데요. 관련 보도가 나오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조사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라자 크리슈나무르티 연방 하원의원이 이달 초 정부윤리청에 조사를 요청하는 서한을 보냈는데요. 뉴욕타임스 보도가 사실이라면 윤리적으로 심각한 의문을 제기한다는 겁니다.
진행자) 이에 따라 정부윤리청에서 사태 파악에 들어갔나 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데이비드 아폴 미국 정부윤리청 청장 대행은 지난 23일 크리슈나무르티 하원의원에게 보낸 답신에서 이 문제를 백악관 법률고문실에 문의한 결과 이미 자체적으로 조사에 들어갔다는 대답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백악관이나 쿠슈너 선임 고문 측은 이런 보도에 어떤 반응을 보였습니까?
기자) 백악관은 27일, 쿠슈너 고문에 대한 공식적인 조사는 없다며 보도 내용을 부인했고요. 쿠슈너 선임 고문 측 변호인은 백악관 법률고문실에서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전했습니다. 쿠슈너 선임 고문은 백악관에 들어가면서 이해 충돌을 막기 위해 회사 경영에서 손을 뗐는데요. 그 뒤 일체 회사 일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겁니다. 씨티그룹과 아폴로 측 역시 대출 과정에 아무 잘못이 없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마지막 소식입니다.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SNS) 기업인 ‘페이스북’이 최근 정보 유출 문제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요. 미 연방 당국이 공식적으로 조사에 들어갔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기업의 시장 독점을 규제하는 기관이죠? 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어제(26일) 페이스북을 조사하기로 했다고 공식 발표했습니다. FTC가 페이스북 조사에 들어갔다는 보도는 이미 지난주에 나왔는데요. FTC가 이번에 이를 확인한 겁니다. FTC는 페이스북 정보 유출과 관련한 최근 언론 보도를 매우 심각하게 보고 있다며, 이와 관련해 조사에 들어간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구체적으로 무엇을 조사한다는 건가요?
기자) 페이스북이 고객 정보 유출과 관련해 법을 어기지 않았는지 알아보는 겁니다. 페이스북은 개인정보를 본인이 설정해놓은 범위를 벗어나 제삼자와 공유할 때는 반드시 고객에게 알리도록 법으로 규정돼 있는데요. FTC는 26일 톰 팔 소비자보호국장 대행 명의로 낸 성명에서 “소비자들의 개인 정보 보호를 위해 모든 방법을 동원할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어떻게 해서 정보가 유출된 건지 먼저 설명해주시죠.
기자) 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 교수인 알렉산드르 코건 교수가 연구용으로 만든 페이스북용 앱이 유출 경로가 됐습니다. 앱은 손전화 등에 내려받아 사용하는 응용 프로그램을 말하는데요. ‘This Is Your Digital Life’라는 성격 검사 앱을 이용한 사람들의 정보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Cambridge Analytica)란 데이터 분석 회사에 몰래 넘어갔다는 겁니다.
진행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앱을 이용했습니까?
기자) 실제로 이 앱을 이용해 성격 검사를 한 사람은 27만 명 정도인데요. 문제는 페이스북을 통해 이들과 연결된 친구들, 그러니까 성격 검사에 동의하지 않은 사람들의 정보까지 약 5천만 명의 정보가 넘어갔다는 겁니다.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는 이렇게 입수한 정보를 이용해 지난 2016년 미국 대통령 선거 당시 트럼프 진영에 맞춤형 유권자 정보를 제공했습니다.
진행자) 결국, 미 연방무역위원회(FTC)가 조사에 나섰는데, 페이스북 측의 반응은 어떻습니까?
기자) 페이스북의 개인정보 보호 담당자인 롭 셔먼 씨는 CNBC 방송과 인터뷰에서 FTC 조사에 협조하겠다고 말했는데요. 페이스북이 고객 정보 보호를 위해 매진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주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CEO는 이번 정보 유출 논란과 관련해 고객의 신뢰를 저버렸다며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는데요. 25일, 영국과 미국의 여러 신문에 전면 사과 광고를 싣기도 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정보 유출 논란이 페이스북 주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어제(26일) FTC 조사 소식이 알려지자 페이스북 주가가 한때 6%까지 폭락했는데요. 처음 정보 유출 보도가 나온 이후 닷새 동안 주가가 13% 이상 떨어진 바 있습니다. FTC와는 별도로 연방 상, 하 의원들 역시 저커버그 CEO에게 의회에 나와 증언할 것을 촉구하고 있습니다. 지난주 저커버그 CEO는 “옳은 일이라고 생각되면 출석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까지입니다. 지금까지 부지영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