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주 간 북한 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입니다. 자유를 찾은 탈북자 자매의 행복하지 않은 결말을 담은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가 시카고에서 공연되고 있습니다. 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연극 ‘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가 미국에서 처음 공연된 것 지난 2012년 워싱턴 이었습니다.
작가인 미아 정 씨는 당시 `VOA'에 이 작품을 쓰게 된 동기를 설명했습니다.
[녹취:미아 정]” My inspiration was in the summer of 2009, There were two female jour nalist that were abducted ……”
지난 2009년 여름, 미국 언론인 유나 리 기자와 로라 링 기자가 북-중 국경에서 북한 경비병에 체포, 억류된 사건이 자신에게 큰 영감을 주었고 북한이 왜 폐쇄적인 정책을 유지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이 작품을 탄생시켰다는 겁니다.
당시 대학원생이었던 미아 정 씨는 3년 후, ‘You for me for you-나를 위한 너, 너를 위한 나,’를 내놨고 워싱턴에서 첫 공연을 갖게 됐습니다.
워싱턴의 주류사회에 북한을 주제로 한 연극을 미국의 전문 연극인들이 소개한 첫 사례였고 이후 미국, 영국, 한국 등 11개 도시에서 소개됐습니다.
이번에는 공연예술 활동이 왕성한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빅토리 가든 극장에서 지난 4일부터 한 달 일정으로 공연되고 있는데요, 영국계 미국인 여감독이 연출을 맡고 미국에서 태어난 한인 2세 여배우들이 주인공 탈북자 자매역을 맡았습니다.
[공연 현장음] “언니 앉아, 먹으라우. 언니!"
어두운 조명 아래 김일성과 김정일 부자의 사진이 걸려있고, 당원 복장을 한 민희와 준희 자매가 강냉이죽이 든 그릇을 가운데 놓고 옥신각신 하는 장면으로 이 연극은 시작됩니다.
서로 먹으려는 것이 아니라, 양보하기 위해서인데 동생 준희는 병에 걸린 언니에게 죽 한 수저라도 먹여보려 하지만 언니의 고집을 꺽지 못하고, 언니는 차 한잔으로 끼니를 대신합니다.
동생은 언니가 있어 내가 얼마나 복을 받은지 모른다는 고백을 하는데요, 첫 장면부터 강한 메시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북한 주민의 식량 상황, 김 씨 정권 우상화, 그리고 이런 체제에서 자매의 희생과 사랑입니다.
식량난으로 부모와 자녀를 잃은 두 자매는 이렇게 서로를 애틋하게 돌보지만 순간적인 실수로 말반동으로 낙인찍힌 후 탈북을 시도합니다.
하지만 북한에서의 삶에 회의가 가득했던 동생 준희는 미국으로 가고 언니 민희는 가족에 대한 미련 때문에 북한에 남으면서 엇갈린 운명을 살아갑니다.
이 연극은 탈출 전후의 삶 즉, 북한 병원에서 뇌물을 바쳐 약을 구하지만 병세는 악화되는 언니의 상황, 탈북 후 미국에 온 동생이 소통과 문화충격에 어려움을 겪는 상황 등은 사실적으로 그린 반면 인신매매 등 탈출 경로에서 주인공이 겪어야 하는 상황은 상징적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두 자매가 우물에 빠지고 개구리와 대화하는 장면은 이 연극의 주요 장면인데요, 우물안에서 본 하늘은 고작 우물 크기일 수 밖에 없는 ‘우물안 개구리’는 주인공들의 갑갑한 현실을 의미합니다.
연출자인 엘리 그린 감독은 2015년 이 작품을 처음 읽고 난 후 깊은 영감을 얻고 작품으로 만들고 싶었다며, 지금이 가장 발표하기 좋은 시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엘리 그린] ”I was swinging the media right now very heavily but this is a story ..”
매우 무거운 미-북, 남북한 현안을 언론이 매일 보도하는 현 상황에서 북한 주민의 인간적인 이야기가 알려져야 한다고 생각했다는 설명입니다.
그린 감독은 자신도 영국 출신 이민자라며, 이민자로서 공통점이 있겠지만 자신의 이민사가 북한 주민의 이민과 다른 것을 안다고 말했습니다.
그린 감독은 미국인들이 북한에 대해 일반적인 내용은 알고 있을지 몰라도, 그들이 얼마나 고립됐고 얼마나 다른지는 잘 모른다며, 연극을 통해 이해의 폭이 넓어지길 바랬습니다.
연극에서 언니 ‘민희’역할을 맡은 헬렌 주 리 씨는 미국에서 나고 자랐지만 자신의 가정환경이 한국의 전통가정과 다르지 않다면서, 북한 자매 이야기에서 공감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헬렌 씨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을 표현하기위해 다큐멘터리와 탈북자 증언자료 등으로 북한과 북한 주민에 대해 공부했는데요, 지금까지 무대에서 고민했던 건 복잡한 감정을 표현하는 문제 등인데 이 연극에서는 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헬렌 리] “그냥 우리는 미국에서 배고프면 그냥 살 수 있잖아요. 카드도 있고, 제가 배운 건 북한에서 배고프면 없다는 거. 아니면 있어도 조심히 먹어야 하잖아요. ‘이거 먹으면 있다가 먹을 게 없다.’ 그런 느낌을 몰라요. 미국에서 살았으니까..”
헬렌 씨는 이 연극을 통해 배운 것이 많았다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생각도 이전과 달라졌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헬렌 리] “There is a Hope, Don’t give up.. Thank you.. “
연극을 관람한 미국인들은 북한이라는 소재에 흥미로움을 느꼈다고 말했습니다.
20대 남성 스펜서 씨는 북한에 대한 공연을 보기에 이보다 좋은 때가 없다며, 자매가 우물에 빠지고 개구리가 말하는 장면이 매우 인상적이었다고 소감을 말했습니다.
[녹취:스펜서] “when the sister who fell in the well when she was going through her journey..”
이 연극을 두 번 봤다는 20대 여성 키이라 씨는 북한에 대해 여전히 잘 몰라 이해가 어려웠지만 자매가 보여준 사랑은 매우 강력한 메시지였다고 말했습니다.
30대 미국인 여성은 아무 것도 모르는 나라에서 벌어지는 일이지만 권력과 믿음에 대한 메시지가 매우 크다고 말했습니다.
[녹취:30대 여성] “No concept no understanding at all but there's a huge message of the power and Trust in..”
북한 정권 아래서 자매의 삶이 망가졌고, 그럼에도 자매의 서로에 대한 믿음과 사랑은 매우 강력했다는 설명입니다.
연극을 관람한 탈북자들은 연극 한편에서 북한을 다 보여줄 수 없지만 매우 잘 된 작품이라는 반응입니다.
올 가을 대학 진학을 앞두고 있는 데비 양은 주인공들이 탈북하는 장면에서 자신의 경험이 떠올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데비 김] “강을 건너는 분들 중 가족이 함께 같은 곳에 만나는 일이 없거든요 누구는 한국에 중국에 미국에 그러니까요. 아빠랑 저랑 아빠 친구랑 있었는데, 아빠 친구는 못 건너 오셨으니까..”
데비 양은 탈북 과정에서 주인공의 인신매매 경험을 상징한 장면을 보면서 마음이 무거웠다고 말했습니다.
[녹취:데비 김] “그 넘겨주는 장면이 참 힘들었고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거쳐 간다는게 쉬운 일이 아니거든요. 또 하나 힘들었던 거. 한 그릇도 안되는 밥 가지고 아픈 몸인데, 아프게 사양하는 모습도 참 아팠고. 지금은 사람들이 굶지 않겠지만 어느 시대에 그 현실이 있었다는 거..”
시카고에서 대학에 다니는 조나단 김 씨는 두 가지 메시지를 발견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조나단 김] “두 개 중요한 점이 하나가 북한의 인권 이라던가 이런 상황을 알리는 것, 그 점이 와닿았고, 북한 생활과 미국 생활의 자유, 문화 상대적인 면을 보여주면서 자신들이 사는 그런 미국이 얼마나 좋은 나라인가. 많은 사람이 자기 정체성을 발전시키고, 자유를 많이 손상하지 않고, 올바르게 살 수 있는 메세지를 준다고 생각해요. “
조나단 씨는 동생 준희의 탈북 후 미국에서의 일상을 통해 자신이 누리는 자유가 얼마나 소중한지 생각하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