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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크롤리 전 차관보] “미-북, 비핵화 인식차 커…접점 못 찾을 것”


필립 크롤리 전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필립 크롤리 전 미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

즉각적인 핵 포기를 요구할 미국과, 협상을 최대한 길게 끌려는 북한은 결국 어떤 접점도 찾지 못할 것이라는 회의적인 전망이 제기됐습니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공보담담 차관보는 2일 VOA와의 전화인터뷰에서 비핵화에 대한 미국과 북한의 인식차가 너무 크다며 이같이 내다봤습니다. 특히 존 볼튼, 마이크 폼페오와 같은 신임 당국자들은 북한과의 긴 협상을 이어가지 않을 것이고 미 정치권도 북한에 대한 보상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미북 협상의 걸림돌로 지적했습니다. VOA는 미-북 대화 재개 가능성에 따라 북한 문제를 다뤘던 미국 전직 고위관리들과의 인터뷰 시리즈를 보내드리고 있습니다. 오늘은 열세 번째 순서로, 크롤리 전 차관보를 김영남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미-북 대화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김정은이 중국을 방문하는 등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현 상황을 어떻게 평가하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저는 김정은이 적극적으로 미-북 정상회담을 준비하고 있고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고 봅니다. 최근에는 집권 6년만에 처음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고 문재인 한국 대통령과도 만날 계획입니다. 그런 뒤 트럼프 대통령을 만난다는 건데요. 김정은은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인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팀을 재구성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트럼프 행정부가 회담에 앞서 일관적인 접근 방식을 보일지 의문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최고위급에서 진행하는) ‘톱 다운’ 형식이 위험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이 북한에서 유일한 결정권자이기 때문에 직접 만나는 것이라고 말했었는데요.

크롤리 전 차관보) 북한에서의 김정은 권력에 대해서는 저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김정은은 미국과 중요한 사안들에 대한 대화를 나눌 준비가 돼 있고 이 중에는 비핵화가 포함돼 있습니다. 저는 하지만 김정은이 정말 비핵화를 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하지 않다고 봅니다. 비핵화라는 용어에 대한 해석에 차이가 있다고 봅니다. 미국은 김정은과 만난 뒤 바로 핵 역량을 포기하라고 요구할 것으로 보이지만 김정은은 과거와 마찬가지로 긴 협상을 진행하려는 것 같습니다. 북한은 비핵화에 대한 최종 결정에 앞서 미국이 어떤 것을 제공하려고 하는지 보려고 할 겁니다.

기자) 미국은 과거 협상에서도 체제 보장 등 많은 것을 제공하겠다고 했지만 실패로 이어지지 않았습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저는 미국이 복잡하고 장기화될 협상을 진행할 준비가 돼 있는지 여부가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바마 행정부 당시 진행된 이란 핵 협상과 비슷한 점이 있다고 봅니다. 이란 핵 협상의 배경에는 이란과 미국 사이에 신뢰가 없었던 점이 있는데 북한과 미국도 마찬가지입니다. 북한 당국자들은 과거에도 비핵화를 약속했지만 이행하지 않았습니다. 미국도 이에 따른 약속을 했었지만 지키는 데는 실패했죠. 또한 미국은 북한을 좋은 감정으로 보지 않습니다. 북한은 최악의 인권 탄압 국가이며 이에 따른 딜레마가 발생하게 되는데요. 정치적으로 봤을 때 미국 내에서는 북한과의 어떤 협상도 달래려는 행동으로 보는 겁니다.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들은 김정은 일가가 권력을 유지하게 하는 협상보다는 북한의 정권 교체를 원합니다. 이란 핵 협상에 반대했던 미 정치계 인사들은 북한과의 대화가 협상까지 이어진다면 이 역시 반대하려 할 겁니다.

기자)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핵 협상을 실패한 협상으로 보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미-북 정상회담이 5월에 열린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약 트럼프 대통령이 그 전에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하기로 한다면 이는 북한뿐만 아니라 한반도 문제에 관심이 있는 국가들 모두에 영향을 끼칠 겁니다. 북한 문제에 관심이 있는 중국과 러시아 모두 이란 핵 협상에 참가했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협상을 파기하기로 결정하고 북한 문제도 대립 구도로 간다면 국제사회의 지지를 받지 못할 겁니다.

기자) 이란 핵 협상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한계 때문입니다. 군 시설 등에 대한 검증이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일리가 없다는 주장이신가요?

크롤리 전 차관보) 이 문제는 과거 북한과의 협상에서도 가장 어려운 과제 중 하나였습니다. 북한이 무엇을 갖고 있는지, 또 무엇을 숨기고 있는지 장담할 수 있느냐는 거죠. 이란 핵 협상 당시 존 케리 국무장관은 완강한 협상가였으며 핵 물리학자였던 어니스트 모니즈 에너지 장관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오바마 행정부가 자신 있게 협상을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죠. 하지만 트럼프 행정부에는 이렇게 자신 있게 협상을 이어갈 사람이 없습니다. 북한과의 핵 협상은 이란 핵 합의와 매우 비슷할 겁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이란 핵 합의를 사상 최악이라고 한다면 북한과 어떻게 협상을 할 수 있을지 상상이 안 됩니다. 이란은 신뢰할 수 없지만 북한은 신뢰할 수 있다고 갑자기 말할 수 있느냐는 거죠.

기자) 이란 핵 협상과 비슷할 것이라고 말하셨는데요. 이란의 핵 프로그램은 개발 수준이었지만 북한은 사실상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등 차이가 크지 않습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이란이 핵무기를 만들기 위한 역량을 키웠던 점은 사실이지만 얼마나 가까이 다가갔었는지 불확실합니다. 제가 접한 분석들에 따르면 이란은 아직 핵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죠. 북한은 이런 역량을 보여줬습니다. 신뢰할 수 있는 핵 억제력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몇 년 안에 이 역시 갖추게 될 겁니다. 북한이 최근 이룬 핵 관련 진전은 미국이 북한이 이를 포기하게 하는 걸 더욱 어렵게 합니다. 이란의 핵 역량보다 훨씬 더 발전했기 때문이죠. 북한이 협상 과정에서 어떤 요구를 할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자) 어떤 대가를 바랄 것으로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실제적인 핵 역량을 포기하는 것에 대한 대가는 매우 클 겁니다. 추후 협상 과정에서 가장 큰 장애는 미국 내 정치라고 생각합니다. 보수 측에서는 김정은이 원하는 대가를 맞춰줄 의사가 없을 겁니다.

기자) 김정은이 최근 밝힌 ‘단계적이고 동시적인’ 비핵화 역시 미국이 지불할 대가를 확인하려는 것으로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북한의 과거 태도를 보면 비핵화를 논의할 의지는 있지만 실제로 행동에 나설 의지가 있는지는 명확하지 않습니다. 조지 W. 부시 행정부 당시 북한이 영변에 있던 냉각탑을 폭파했던 사건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적인 비핵화를 위한 행동이라기 보다는 상징적인 행동에 가까웠죠. 북한은 핵무기를 체제 보장의 핵심으로 보고 있습니다. 김정은은 부분적인 핵 프로그램을 가졌던 사담 후세인과 무아마르 가다피가 어떻게 종말을 맞았는지 알고 있습니다. 북한 입장에서는 핵 역량을 완성해야 정권을 유지할 수 있다고 판단해 서둘렀다고 생각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모든 것을 포기하게 하는 것은 어렵다고 봅니다.

기자) 비핵화를 회의적으로 보시는군요.

크롤리 전 차관보) 매우 회의적입니다. 심지어 협상까지 갈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고 더구나 합의 여부는 더욱 분명치 않습니다. 최근 국가안보보좌관으로 임명된 존 볼튼이나 마이크 폼페오 신임 국무장관이 긴 협상을 이어갈 가능성은 없다고 봅니다. 북한은 협상은 잘하지만 이행은 하지 않습니다. 김정은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군사 옵션이 아닌 외교적으로 비핵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보십니까?

크롤리 전 차관보) 저는 코피전략과 같은 전략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미국이 공격을 한다면 북한은 한국이나 일본, 미국, 아니면 세 곳 모두를 공격할 것이라고 봅니다. 저는 이 문제를 장기적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북한과 한국의 상황은 크게 다릅니다. 한국은 역동적인 경제와 역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지만 북한은 그렇지 않습니다. 북한은 과거 냉전시대에 남아 있는 마지막 지역이라고 생각하며 결국에 북한은 자신들의 모순에 빠질 것 같습니다. 저는 쉽지는 않겠지만 인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렉스 틸러슨 전 국무장관은 ‘전략적 인내’의 시기가 끝났다고 말했지만 북한과의 협상에 나섰던 모든 사람들은 인내가 무조건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은 매우 짜증나고 오래 걸릴 것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10~20년 안에는 해결법을 찾을 것이라고 봅니다. 하지만 1~2달 안에 가능할지에 대해선 회의적입니다.

필립 크롤리 전 국무부 공보담당 차관보로부터 미-북 대화와 북한 비핵화의 한계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대담에 김영남 기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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