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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 다룬다면 포함될 9가지 주제 (1)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를 맞아 평양 시민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절하고 있다.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6주기를 맞아 평양 시민들이 만수대 언덕 김일성, 김정일 동상에 절하고 있다.

미국과 한국이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핵 문제뿐 아니라 인권 문제도 중요하게 다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북한의 세습 정권이 실질적으로 권력 유지를 위해 핵·미사일을 개발하고 주민들을 탄압해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는 등 서로 연관돼있기 때문에 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겁니다. 저희 VOA방송은 이런 지적에 따라 오늘부터 두 차례에 걸쳐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져야 할 인권 관련 사안들이 무엇인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어보고 유엔이 어떤 권고들을 지금까지 해 왔는지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첫 순서로 전문가들의 제안을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인권은 자주적으로 창조적으로 살며 발전하려는 사회적 인간의 신성한 권리입니다.”

북한의 대외선전 매체인 ‘우리민족끼리’가 지난주 소개한 북한 신간 ‘인권을 말하다’에 나오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교시입니다.

평양출판사가 지난해 출판한 것으로 알려진 이 책은 참다운 인권에 관해 “사람들이 모든 분야에서 주인으로서의 지위를 차지하고 역할을 다하도록 하는 자주적 권리”이자 “이를 인식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1일 ‘VOA’에 김정일의 이런 교시가 그대로 이행됐다면 유엔이 북한 정권에 인권 개선을 촉구할 일도,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인권을 의제로 올리라고 촉구할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아이고 이런 거 지켰었다면 유엔 결의안도 필요 없고,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도 필요 없었겠죠. 하지만 현 상황이 (그런 말과) 너무도 다르기 때문에 그런 조사가 필요한 것이죠”

명목과 헌법상에 불과할 뿐이지 북한 정권은 3대째 인권 범죄를 지속하고 있다는 겁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북한에서는 명목상, 헌법상의 표현의 자유, 종교의 자유, 결사의 자유 등 기본적 인권을 지켜야 하는데 현실적으로는 절대로 지키지 않습니다. 북한 정권에 인권이라고 하면 선전용뿐이죠. 그러니까 이런 발언은 김일성 정권에서도 그랬고 김정일, 김정은 정권하에서 마찬가지입니다. 실질적인 인권상황은 완전히 열악합니다.”

이 때문에 전 세계 200개 민간단체를 대표하는 40개 국제인권단체는 10일 문재인 한국 대통령에게 공개서한까지 보내며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을 주요 의제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물론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도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동일하게 나오고 있습니다.

게다가 핵과 인권 사안이 서로 연관돼 있기 때문에 완전히 분리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오준 전 유엔주재 한국 대사는 과거 ‘VOA’에 핵과 인권 탄압 모두 핵심인 체제 유지와 긴밀히 연관돼 있다고 말했었습니다.

[녹취: 오준 전 대사] “핵실험(개발)과 인권은 서로 관련돼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북한 정권이 세습에 의해서 정권이 취약하니까 그런 취약한 정권이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서 핵실험을 하는 것이고 주민들을 탄압해서 정권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해서 인권탄압이 일어나는 것이니까 그 것들이 전부 다 상호 연관이 돼 있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인권 문제가 정상회담 테이블에 오른다면 어떤 사안부터 제기해야 할까?

미 하버드대학 케네디 대학원의 카르 인권정책센터에서 이번 학기 특별 강의를 하고 있는 이정훈 전 한국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11일 VOA에 유엔이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에 사실상 모범 답안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별도의 의제를 마련할 필요가 없습니다. 큰 대의에 의해서 이미 유엔이 2003년부터 채택한 북한인권결의, 2005년부터는 유엔총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가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는 유엔안보리에도 의제로 올라가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유엔을 통해 요구하고 있는 개선 사안들을 (정상회담에서) 반영하고 그렇게만 지적해도 큰 진전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유엔이 결의안 사안들을 북한이 성의껏 개선을 위해 노력하기로 한다고 한다면 좋겠지요”

실제로 유엔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가 채택한 대북인권결의안,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 권고안에는 북한이 개선해야 할 인권 침해 내용이 자세히 담겨있습니다.

가령 유엔인권이사회가 지난달 23일 37차 총회에서 표결 없이 사실상 만장일치로 채택한 북한인권결의는 “북한에서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게 만연된 인권 위반과 침해를 가장 강력한 어조로 규탄”한다며 6가지 주제를 지적합니다.

이는 사고와 양심, 종교, 의견, 집회의 자유 침해, 정보의 완전한 독점과 주민의 삶에 대한 완전 통제와 감시, 성분 차별, 여성 차별, 이동의 자유 유린, 식량권 침해, 강제수용소의 다양한 인권 침해와 납치, 실종 문제 등 매우 다양합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독립적인 조사를 통해 발표한 400쪽이 넘는 보고서에서 “북한에서 벌어지는 인권 침해의 심각성과 규모, 본질은 현대사회의 어떤 국가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며 북한 정권에 19개 조치를 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많은 인권 전문가들은 이 가운데 북한 인권 범죄 중 최악인 정치범 수용소 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제기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수전 숄티 디펜스 포럼 회장입니다.

[녹취: 숄티 회장] “Political prison camp! We need to address the situation of political prisoners.

북한에서 관리소로 불리는 정치범수용소에 갇힌 정치범들의 석방 문제를 먼저 제기할 필요가 있다는 겁니다.

숄티 회장은 중국에서 강제북송된 탈북민들이 열악한 구금시설에서 고문과 강제노동에 시달리고 관리소에도 갇히는 만큼 여러 인권 사안들이 수용소와 연관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최종보고서에서 “8만~12만 명의 정치범들이 여전히 4곳의 대규모 정치범수용소(관리소)에 수감돼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또 “북한 당국자들은 정치범수용소의 존재 자체를 부정하지만, 전직 경비병, 수감자 및 수용소 인근 거주자들의 증언, 위성사진을 통해 거짓임이 드러났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권은 수용소 존재와 인권침해를 인정해 국제 인도지원 단체와 감시 요원에게 정치범수용소와 생존 피해자에 대한 즉각적인 접근을 허용하고 수용소를 해체하며 모든 정치범을 석방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세계 최악의 구금시설을 지척에 두고 남북이 진정한 화해를 할 수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해결하기 가장 어려운 의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즉 북한의 불법 구금시설, 특히 정치범 관리소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몇 십 킬로미터밖에 안 떨어진 곳에 그런 최악의 구금시설을 계속 존속시키면서 남북 화해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화해를 하려면 북한 주민들을 생각해야죠. 주민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북한의 열악한 인권 실태를 감추고 왜곡시키면서 남북대화, 남북정상화, 남북화해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주요 인권 문제들을 포괄적으로 제의해야 한다면서도 우선 이산가족(흩어진 가족)과 북한 주민들의 자유로운 정보 접근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킹 전 특사] “Access the information! One of things, I think the North Koreans and South Koreans already began…”

특히 최근 공연한 남북한의 예술단 교류를 확대하며 북한 주민들이 외부 소식을 더 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겁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이산가족 상봉 가능성이 높은 만큼 인권 차원에서 이들의 상봉 환경 개선을 요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I would note that the condition for this meeting a very unacceptable….”

이산가족들이 북한 요원의 감시를 받고 함께 밤을 보낼 수도 없는 상봉 전례는 도저히 용인할 수 없는 것으로 가장 기본적인 국제 인권 원칙에도 어긋난다는 겁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이산가족 상봉 사안이 남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경우 문재인 대통령이 반드시 이런 상봉 환경의 개선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에 억류된 한국인과 미국인들의 석방 문제도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 당국이 한국으로 망명한 중국 주재 북한 식당 여종업원들 송환을 과거처럼 요구할 가능성이 높아 전망은 여전히 불투명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남북, 미북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수 있는 인권 사안을 점검하는 특집기획. 내일은 두 번째 마지막 순서로 유엔 기구들이 북한 정부에 권고하는 인권 개선 사안들을 자세히 전해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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