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내 북한관련 화제성 뉴스를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 시간입니다. 한국 내 탈북자 자녀의 사연을 그린 다큐멘터리가 미국의 유명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을 받았습니다.장양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탈북자 모녀의 한국 정착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탈북자 엄마와 춘미의 기적’이 지난달 말 미국 텍사스주 휴스턴에서 열린 제51회 휴스턴 국제영화제에서 최고상에 해당하는 플레티넘 상을 받았습니다.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 트레일러 " 엄마 집에 갈까 말까 갈까 말까.. 생각중이야" ]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의 주인공 모녀 40대 여성 주 씨와 주 씨의 딸 17세 소녀 춘미.
중국 내 탈북자 자녀들의 한국 정착 문제를 다루는 이 영화는 지난해 6.25 한국전쟁 기념일을 맞아 한국 내 TV채널 ‘TV조선’이 특집방영했습니다.
주 씨는 탈북 후 중국 허난성의 농촌으로 팔려가 중국 남성과 강제결혼을 하고 24시간 감시아래 살다 홀로 한국행을 택하고 2012년 한국에 도착했습니다.
4년 동안 열심히 일해 모든 돈으로 작은 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중국에 남겨졌던 딸 춘미는 중국인 아버지의 학대와 엄마에 대한 그리움 때문에 한국으로 홀로 넘어왔습니다.
하지만, 엄마가 그리워 한국에 왔지만 일하느라 눈코 뜰새 없이 바쁜 엄마의 얼굴조차 보기가 어려운 상황입니다.
이런 사정은 한국 말이 서툴렀던 춘미의 말문을 닫았습니다.
서양화가 반 고흐를 좋아하는 춘미, 그림에 소질이 뛰어나다는 말을 자주 듣던 춘미에게 그림은 마음을 줄 수 있는 유일한 수단이었습니다.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 춘미: ”고흐, 영혼이 있는 화가예요.”]
대화 상대로 엄마가 유일했던 춘미, 어느날 엄마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피곤해 잔다’는 엄마의 말에 크게 낙심하고 곧바로 9층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습니다.
영상에서는 주 씨가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 주 씨: “ 여기에 핸드폰을 두고 신발을 두고.."]
천만다행으로 춘미는 살아났지만 당시 일을 기억할 수 없는 기억상실증과 하반신을 전혀 쓰지 못하는 완전 하지마비 진단을 받았습니다.
기적적으로 목숨을 건진 춘미에게 또 한번의 기적이 찾아왔습니다. 사고 후 2주 만에 발에 감각이 돌아와 걷기 재활치료가 가능해졌고 기억도 돌아왔습니다.
특히, 평소 한국말이 서툴고 외로움에 웃지 않던 소녀였던 춘미가 사고 이후 미소를 잃지 않는 아이로 변했습니다.
하지만 기적적으로 회복이 되어가고 밝은 아이가 됐어도 엄마에 대한 불만, 채워지지 않는 엄마에 대한 사랑이 춘미를 힘들게 했습니다.
결국 춘미는 끝내 엄마 앞에서 울음을 터뜨립니다.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 “사랑을 달라고..”]
태어나 처음 속내를 털어놓는 춘미와 그런 딸을 바라보는 엄마, 두 모녀는 밤 잠을 설치며 서로 진심을 털어놓습니다.
['탈북 엄마와 춘미의 기적' “엄마 딸로 태어나 줘서 고마워..”]
50여분 짜리 다큐멘터리 ‘탈북자 엄마와 춘미의 기적’은 탈북자 엄마와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 자녀 춘미의 정착 문제는 물론 두 모녀의 관계 회복을 중점적으로 담았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춘미와 같은 중국 내 탈북자 자녀들의 상황을 소개했고 이들을 도와주는 도움의 손길도 비중있게 담겼습니다.
영화에는 춘미가 완전하게 재활에 성공할 때까지 치료를 담당해 줄 의사와 춘미의 정신적인 멘토가 돼 줄 유명 연예인도 나옵니다.
영화의 마지막은 남북한이 하나됨을 염원하는 노래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춘미와 춘미가 다니는 학교 학생들의 합창으로 끝을 맺습니다.
다큐멘터리는 탈북자들은 남이 아니고 한국사회가 안아야 하는 존재들이며, 이들과 하나가 되는 것이 통일의 시작이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천국의 국경을 넘다’ 등 지난 13년 동안 탈북자들의 생생한 탈출기를 영상으로 담아온 이학준 감독은 한국사회가 중국에서 태어난 탈북자 자녀들에게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이학준 감독] “대량 탈북이 난 게 20년 가까이 되거든요? 그런데 여전히 탈북자 정착 문제가 아니라 자체에만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춘미는 자신이 원하는 것과 상관없이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인데 한국 사회가 좀 더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할 것 같습니다.”
이 감독은 이런 탈북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관심을 호소하기 위해 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했다고 밝혔습니다.
춘미가 다니는 국제학교를 운영하는 한국 내 탈북자 지원단체 두리하나의 천기원 목사는 `VOA'에, 영화에 나오는 춘미가 중국 내 탈북자 자녀임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천기원 목사] “ 탈북 여성은 돈을 벌러 가야 하기 때문에 아이들 대부분 친부모에게 엄청난 학대를 받았습니다. 이미 어릴 때 중국에 있을 때부터 본인과 엄마가 학대를 받았습니다..”
중국에서 학대를 받았던 아이들이 한국에 오면 학대에서는 벗어나지만 기댈 곳이 없는 형편이라고 천 목사는 말했습니다. 탈북자 자녀지만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한국 정부가 탈북자로 인정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어쨌든 엄마가 중국 가서 난 아인데, 엄마가 팔려가 태어난 아이인데 엄마 따라 한국에 왔으면 우리 국민인데 중국에서 태어났다는 이유로 사회적인 아무 혜택이 없으니까, 최소한의 공부할 수 있는 권리 환경 의료혜택이라든지 없으니까, 10년 동안 고쳐달라고 했지만 국회가 나서서 혜택을 줘야 하는데 그런게 없어요. 국제사회에 이번에 알려져서 내부적으로 좀 알리고 싶어요.”
천 목사는 춘미가 중고등학교 교육을 제대로 마치려면 시간적으로 너무 뒤쳐지기 때문에 중고등학교 검정고시를 보게했다며, 최근 좋은 성적으로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치렀다고 말했습니다.
이제 17세인 춘미는 한국에서 바로 대학에 진학하기보다 미국 등을 방문해 단체나 개인의 지원으로 그림공부를 하는 등 미래를 계획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천 목사는 현재 중국 출생 탈북자 자녀들의 한국 입국이 늘고 있는 추세라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에 대한 관심을 호소했습니다.
VOA뉴스 장양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