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전문가들과 제 3국에 망명한 전 북한 식당 관계자는 한국에서 일고 있는 북한식당 종업원 집단 입국 논란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제인권단체 관계자는 이 사안을 이동의 자유 차원에서 다뤄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 라이츠 워치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VOA에, 한국에서 논란이 지속되는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입국 논란은 두 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부국장] “First of all, I’m sure the families of this North Korean women are facing a lot of pressure from North Korean government……”
우선, 북한 정부가 종업원들을 데려오기 위해 북한의 가족들을 협박하고 강압하고 있어 가족들이 많은 압박에 직면해 있다는 겁니다.
북한 정부는 앞서 관영 매체들을 통해 가족들이 눈물로 호소하는 인터뷰를 방영하고 남북 이산가족 상봉과 종업원들의 송환을 연계하며 한국 정부에 송환 압박을 되풀이하고 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북한 정부가 이런 시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며, 대신 남북한 모두 이 사안을 이동의 자유 측면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로버트슨 부국장] “Freedom of movement is an absolute right that people have the right the right to leave the country and return to their county as they wish…”
남북한 국민 모두 자기 의사에 따라 나라를 떠나고 돌아올 수 있는 권리가 적용돼야 하고 이런 인류 보편적 권리가 여종업원과 북한 주민 모두에 반영돼야 한다는 겁니다.
유엔이 모든 인류가 다 함께 달성해야 할 공통 기준으로 채택한 세계인권선언 13조는 “모든 사람이 자기 나라 영토 안에서 어디든 갈 수 있고, 어디서든 살 수 있다. 또 자기 나라를 떠날 권리가 있고, 다시 돌아갈 권리도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COI)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 수뇌부가 북한 주민들의 이동의 자유 전반을 침해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은 한국 정부도 이에 근거해 북한식당 종업원들이 명백하게 북한으로 돌아갈 의사가 있다면 자유롭게 떠나도록 해야 하며 북한의 모든 주민 역시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에 표현과 이동의 자유 등 공민의 인권이 보장되는 때가 오면 종업원들에 대한 진실은 자연스럽게 밝혀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금은 이들의 특별한 상황을 존중해 조용히 있는 게 더 현명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우리가 북한이 어떤 독재 국가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에 만약 북한으로 (종업원들이) 돌아가게 되면 처벌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가족과 친척까지. 그래서 인터뷰할 때 탈북했다는 얘기를 할 수 없습니다. 일단 언론이든 국제기구이든, 누구든 그냥 조용히 놔두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이 사안에 밝은 한 외교 소식통도 VOA에 “종업원들이 이미 한국의 대학에 다니면서 미래의 꿈을 펼치고 있는데, 계속 자신들의 문제가 공론화되는 것에 큰 부담을 안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식당 종업원 집단 입국 사안은 최근 한국 내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과 일부 언론이 기획 탈북 의혹을 제기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30일 이 사안을 직권 조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더 커지고 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그러나 왜 이 사안이 최근 들어 갑자기 집중적으로 제기되는지 그 배경이 더 의심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탈출한 지가 2년이 넘었습니다. 모두 한국의 대학에 다니고 있습니다. 그래서 타이밍이 너무 희한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습니다. 특히 종업원들이 보호를 받아야 하는데 어떻게 기자들이 바로 집 앞에 나타나 인터뷰를 했는지 저는 아직까지 이상하게 생각할 수 밖에 없습니다.”
한국의 일부 민간단체도 비슷한 의혹을 제기하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옛 대한항공(KAL) 납북피해가족 황인철 씨의 최근 조사 요청은 “고도의 정치외교적 사안”이라며 세 번째 각하했지만, 북한 종업원 사안은 직권 조사를 결정하고 홍보까지 나섰다며 인권위의 “이중성에 개탄스럽다”고 밝혔습니다.
제3세계에 정착한 전직 북한식당 관계자는 VOA에 보낸 이메일 답변에서 종업원들이 “개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정치세력의 리용물이 되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복수의 정부 소식통을 통해 망명이 확인된 이 관계자는 “종업원들이 알고 한국에 갔든, 상급자가 가자고 하여 모른 채 갔든 관계없이 그들 모두가 이미 정반대 세상에 와 있다는 것을 주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2년이 지난 상황에서 이 사안을 공론화하는 것은 그들 개개인에게 아무런 득이 되지 않는다”는 겁니다.
이 관계자는 “북한에 돌아가고 싶은 대상이라면, 돌아가게 조치가 취해지길 고대할 것이고, 그렇지 않은 대상이라면, 심리적 고충으로서 더 이상 논쟁거리가 되지 않길 바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남북 당국의 의사나 요구를 철저히 배제한 채 본인 당사자의 절대적 의사와 결심에 따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앞서 종업원들의 집단 한국 망명이 알려지기 직전 VOA와 가진 서면 인터뷰에서 해외 북한식당 종업원들은 북한과 다른 자유로운 현지인들을 보면서 그들처럼 자유롭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 날을 꿈꾼다고 말했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