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서부에 있는 캔자스주는 해바라기로 유명한 곳입니다. 얼마나 해바라기 꽃이 많은지 해바라기 주라는 별명이 다 있을 정도입니다. 한여름, 끝도 보이지 않을 만큼 드넓게 펼쳐지는 벌판을 가득 메운 노란 해바라기 꽃들, 얼마나 장관일지 한번 상상해보시죠.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중서부 캔자스주 이야기 들려드리겠습니다.
캔자스는 미국의 중서부, 미국 대륙 거의 한 가운데 있는 주입니다. 그래서 이곳 사람들은 "캔자스는 미국의 Heartland, 심장부다." 이렇게 말하곤 합니다. 캔자스가 시골 깡촌이라고 생각하는 타지역 사람들을 한 방 먹이는 어쩐지 자존심이 뚝뚝 묻어나는 듯한 표현이기도 한데요.
캔자스라는 이름은 캔자스 지역에 원래 살고 있던 카제라는 원주민 부족의 이름에서 유래한다고 해요. 카제족을 캔자라고도 하는데요. '바람의 사람들', '남풍의 사람들'이라는 뜻으로도 쓰인다고 합니다.
캔자스주의 면적은 약 21만km², 50개 주 가운데서는 15번째로 큰데요. 반면 인구는 2017년 기준, 300만 명 정도로 미국 50개 주 가운데 35번째에 불과합니다.
캔자스가 미국 연방에 가입한 건 1861년, 50개 주 가운데서 34번째로 주로 승격됐고요. 그전에는 캔자스 준주였습니다. 당시 미국은 남부 주들과 노예제 폐지를 주장하는 북부 주들 간의 갈등이 아주 심각했는데요. 캔자스도 물론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리처드 스몰리 캔자스주 관광청 홍보관의 도움말 들어보시죠.
[녹취: 리처드 스몰리 홍보관] "남북전쟁 당시, 캔자스는 노예주가 되느냐, 자유주가 되느냐 하는 문제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캔자스는 지리적으로 보면 남부에 좀 더 가깝지만, 주민들의 대다수는 노예 폐지론자들이었습니다. 하지만 앞서 만들어진 '캔자스-네브래스카 법' 때문에 캔자스에 노예지지자들이 대거 이주해왔습니다. 결국 찬반 양측이 충돌을 일으키면서 많은 피를 흘리는 사태까지 발생하는데요. 인근 남부 주들의 노예지지자들이 습격해 노예들을 죽이고, 마을을 불태우는 일까지 발생하면서 '피 흘리는 캔자스(Bleeding Kansas)'라는 말이 나왔습니다. 캔자스는 남북전쟁 당시, 북군에 속해 싸웠습니다. 지금도 그런 역사적 현장들이 문화유산으로 잘 보존돼 있습니다."
캔자스주는 여름 평균 섭씨 17도 정도, 겨울 평균 5도 정도 되는데요. 한참 무더울 때는 40도에 육박하기도 한다고 하네요. 캔자스 주민 안경호 씨 도움말 들어 보시죠.
[녹취: 안경호 씨] "날씨는 한국과 비슷합니다. 위도가 비슷해서 사계절이 확실하고요. 여름 덥고, 겨울은 더 춥고. 토네이도가 일 년에 수백 번 오는 지역이기도 합니다."
토네이도, 아주 강력한 회오리바람인데요. 일 년에 크고 작은 토네이도가 수백 번 온다니 피해는 없을까요? 캔자스에서 26년째 살고 있는 안경호 씨 대답 들어보시죠.
[녹취: 안경호 씨] "토네이도가 보니까 자기들이 가는 경로가 있어요. 그래서 도심지 개발할 때 통계를 내서 토네이도가 잘 안 오는 지역으로 개발했기 때문에 거의 피해는 없습니다. 이제껏 제가 26년 살아도 한인들이 토네이도 피해를 봤다는 사람은 하나도 없습니다. 여기도 토네이도가 오면 사이렌이 붑니다. 토네이도 오고 있다고, 그렇지만 라디오 켜놓고 일은 정상적으로 합니다. 주거 지역에는 거의 피해가 없고요. 벌판, 조그만 동네들 그런데나 피해가 좀 있고 그래요"
캔자스주의 주도는 '토피카'고요. 가장 큰 도시는 '위치토'입니다. 하지만 가장 잘 알려진 도시는 '캔자스시티'고요. '오버랜드파크'는 캔자스뿐만 아니라 미국에서도 살기 좋은 곳 순위를 꼽으면 늘 선두에 들어가는 곳이라고 하네요. 안경호 씨 이야기 들어보시죠.
[녹취: 안경호 씨] "캔자스시티하고 오버랜드파크시티 같은 곳이 있습니다. 오버랜드파크시티는 작년에도 무슨 조사기관에서 미국에서 살기 좋은 도시로 뽑혔어요. 학군이 좋고, 도로가 아주 깨끗하고, 정비 잘되어 있고요. 실업률 낮고, 범죄율 낮고 이런 걸 통계해서 나온 것입니다. 주도는 토피카라고 제가 사는 곳에서 한 시간 정도 떨어져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미국 사람 중에도 캔자스주의 주도를 토피카가 아니라 캔자스시티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아무래도 캔자스라는 말이 들어가서일 텐데요. 하지만 또 어떤 사람들은 캔자스시티를 미주리주에 있는 도시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 안경호 씨 이야기 먼저 들어보시죠.
[녹취: 안경호 씨] "캔자스시티 자체가 길 하나 사이로 주 경계가 되서, 동쪽은 미주리주의 캔자스시티, 서쪽은 캔자스주의 캔자스시티로 나눠져 있어요. 하지만 전혀 불편을 못 느낍니다."
미주리주는 캔자스 바로 동쪽에 있는 주인데요. 캔자스시티는 정확하게 캔자스주와 미주리주 경계에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래서 도로를 경계로 주의 경계가 나눠진 거죠. 일종의 분단도시인 셈인데요. 그러다 보니, 캔자스시티에서 왔다고 하면, 미주리 캔자스시티냐, 캔자스에 있는 캔자스시티냐고 묻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그런데요. 캔자스주 쪽보다는, 미주리 쪽에 있는 캔자스시티가 더 잘산다고 하네요.
이런 몇몇 도시들을 빼곤 캔자스주도 대부분의 중서부 주들처럼 전형적인 농촌입니다. 어디나 흔한 게 옥수수밭, 콩밭이고, 소나 돼지 등을 기르는 목장인데요. 캔자스주에서는 특히 밀이 많이 생산된다고 하네요. 리처드 스몰리 캔자스주 관광청 홍보관 설명입니다.
[녹취: 리처드 스몰리 홍보관] "캔자스주는 밀을 많이 경작합니다. 그래서 가끔 밀, 'The Wheat State'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캔자스 사람들은 1800년대부터 밀을 재배했습니다. 하지만 해충들이 많이 생겨서 경작하기 쉽지 않았죠. 그러다 러시아에서 새로운 품종의 밀이 들어왔는데 그건 벌레가 잘 안 먹었어요. 그때부터 우리 캔자스 사람들이 밀을 많이 재배하기 시작했습니다. "
현재 미 전국에서 생산되는 밀의 5분의 1이 캔자스 산입니다. 그래서 캔자스는 '전 세계의 빵 바구니'로 불리기도 하는데요. 하지만 캔자스주의 공식 별명은 'The Sunflower State', '해바라기주'입니다. 노란 해바라기꽃과 빵 바구니, 어쩐지 포근하고 정겨운 한 폭의 그림 같지 않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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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캔자스주에는 도심 지역을 중심으로 약 7천 명의 한인들이 살아가고 있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습니다. 특별히 캔자스주는 한국과 인연이 꽤 깊은 곳이라고 하는데요. 안경호 캔자스 한인회장 설명 들어보시죠.
[녹취: 안경호 씨] "주민들은 대개 백인들, 보수적인 백인들입니다. 그런데 소수민족에 대한 사랑이 대단해요. 1900년대, 여기 있는 한 교회가 (한국에) 선교사 내보내기 시작해 38명이 나갔습니다. 그래서 200개가 넘는 교회 학교가 세워졌습니다. 1910년 무렵에는 한인 상공인들의 모임이 결성됐고요. 1919년 독립협회 지부를 만들면서 한인회도 그때 만들어졌습니다. 서재필 박사도 오셨었고. 영락교회 한경직 목사님도 여기 엠포리아대학을 거쳐 프린스턴을 가셨고. 한국 교회 상당히 큰 역할을 한 지역입니다. 상당히 자랑스러운 한인 동포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
그래서 캔자스주는 미주 한인 사회 중에서는 한인회가 비교적 빨리 형성된 곳인데요. 지금도 한인사회의 단합이 매우 잘되는 모범적인 곳의 하나로 꼽힌다고 하네요.
[녹취: 안경호 씨] "2013년 전미(한인)체전이 여기서 열렸습니다. 5만 명~10만 명 정도 안 되면 기회를 주지도 않는데, 역대 최고 체전이 여기서 나왔습니다. 인구 3~4천 명에 1천500명의 봉사자가 투입됐습니다. 당시 재미체육회가 3, 4개로 분열됐었는데 이를 계기로 통일됐습니다. 한인 사회 단합도 최우수 지역이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리처드 스몰리 캔자스주 관광청 홍보관에게 캔자스주 자랑을 좀 부탁했는데요. 스몰리 홍보관은 가장 먼저 사람을 꼽네요.
[녹취: 리처드 스몰리 홍보관] "캔자스의 자랑으로 저는 친절한 사람들을 꼽고 싶습니다. 보통 중서부 사람들은 무뚝뚝하다고 생각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친절하고 소탈하고 유쾌하죠. 저는 캔자스에서 나고 자랐는데요. 넓은 평원과 들소 떼들을 바라보면서 자란 영향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대대로 저희 선조들은 거친 들소들을 모는 일을 해왔습니다. 용감한 사람들이죠. 맛있는 음식도 캔자스의 자랑인데요. 특히 야외에서 구워 먹는 소고기는 굉장히 유명합니다. 정말 맛있습니다. "
네, 미국 곳곳의 문화와 풍물, 다양한 이야깃거리 찾아가는 타박타박 미국 여행, 오늘은 여기서 인사드리겠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박영서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