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다양한 스포츠 이야기 전해 드리는 ‘주간 스포츠 세상’ 오종수입니다.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21년 동안 활약한, 텍사스 레인저스 최고령 선수 애드리안 벨트레가 은퇴를 발표했습니다. 벨트레는 외국 출신으로 가장 많은 안타를 친, 메이저리그의 ‘살아있는 전설’이었는데요. 지난주 스포츠 매체들의 머리 기사를 장식한 벨트레 은퇴 소식, 자세히 전해 드리겠습니다.
[녹취: 야구장 현장음]
애드리안 벨트레는 20일 레인저스 구단 성명을 통해, 선수생활 마감을 선언했습니다. “심사숙고 끝에 내 평생을 함께 한, 내가 사랑하는 경기인 야구를 떠나기로 했다”고 적었는데요. “메이저리그 스물 한 시즌 동안 최고 수준에서 야구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축복이었다”고 회고했습니다.
특히 “도미니카공화국 출신 어린 아이였던 나를 믿어 준 토미 라소다에게 감사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토미 라소다 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단장은 19살이던 벨트레를 메이저리그로 이끈 사람입니다.
벨트레는 야구가 “지구상에서 가장 멋진 경기"라면서, "야구를 통한 모든 추억을 가슴에 안고” 이제 야구 선수가 아닌 “남편과 아버지로 살아가겠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야구장 현장음]
벨트레가 은퇴 성명을 내자마자, 레인저스 구단 측과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잇따라 감사와 축하의 내용을 담은 성명을 발표했고요. 기라성 같은 전현직 선수들이 벨트레에게 찬사를 보냈습니다.
레인저스에서 오래 한솥밥을 먹은 마이클 영은 "내가 본 3루수 중에 가장 뛰어난 수비수였고, 완벽한 팀 동료였다"고 인터넷 ‘트위터’에 적었는데요. 야구 역사에 기념할만한 사람들이 모이는 ‘명예의 전당’에 헌액될 것이 확실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야구장 현장음]
1994년 15살 때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와 계약한 벨트레는 19살이 되던 1998년, 메이저리그에 처음 올랐습니다. 이후 21년 동안 4개 팀을 거치며, 2천933 경기에 주로 3루수로 나왔는데요. 타율 0.286, 홈런 477 개, 안타 3천166 개, 그리고 1천707 타점을 기록했습니다.
3천166개 안타는 100년이 넘는 메이저리그 역사상 통산 16번째로 높은 숫자인데요. 특히 미국 태생이 아닌, 외국 출신 선수로서는 가장 많은 기록입니다.
이전까지 외국 출신 최다 안타 기록은 일본인 외야수 스즈키 이치로가 갖고 있었는데요. 스즈키의 3천89개 기록을 벨트레가 올해 훌쩍 넘긴 겁니다.
[녹취: 야구장 현장음]
메이저리그 야구에는 미국인 말고도 다양한 국적의 선수들이 뛰고 있는데요. 벨트레는 특히 한국인 선수들과 인연이 깊습니다.
선수 생활 초기였던 다저스 시절에는 팀 주축 투수였던 박찬호와 동료였습니다. 1998년 박찬호는 15승과 200 이닝 투구를 기록한, 팀의 기둥이었는데요. 그 해 벨트레는 처음 메이저리그 경기에 나서, 만 19살 78일되던 날, 다저스 역사상 최연소 안타를 기록했습니다.
다저스에서 벨트레는 무릎 꿇으며 야구 방망이를 휘둘러 때린 공을, 멀리 담장 밖으로 넘기는 홈런을 자주 기록했습니다, ‘무릎꿇기(knee drop) 홈런’은 곧 벨트레의 상징이 됐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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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시애틀 매리너스와 보스턴 레드삭스를 거쳐, 텍사스 레인저스에 둥지를 튼 뒤에는 주전 외야수 추신수와 호흡을 맞췄습니다. 1979년생인 벨트레가 은퇴하면서, 1982년생인 추신수가 이제 레인저스 최고령 선수가 됐는데요.
내년에 만 37살이 되는 추신수는 이듬해인 2020년 시즌까지 연봉 2천100만 달러, 총액 4천200만 달러 계약이 남아있습니다. 앞으로 2년 동안 추신수가 레인저스의 가장 고참 선수로 계속 활약하면서, 벨트레 같이 영예로운 마무리를 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입니다.
[녹취: 야구장 현장음]
팀 동료였던 마이클 영이 말한대로, 벨트레는 ‘명예의 전당’에 들어갈 것이 확실시됩니다. 5년 뒤 후보가 되는데요. ‘올스타’ 4차례, ‘골드 글러브’ 5차례 등 수상 경력이 화려하기 때문에 다른 후보들을 압도할 것으로 보입니다.
명예의 전당 측은 지난 주, 내년도 헌액 후보 35명을 발표했습니다. 메이저리그에서 10년 이상을 뛰고 은퇴한 지 5년이 된 선수 중 심사를 통과한 20명이 새로운 후보가 됐고요. 앞선 해 투표에서 5% 이상의 지지를 받은 15명이 재도전합니다.
새 후보 가운데 곧장 헌액이 유력한 사람으로 몇 명이 꼽히는데요. 역대 최고의 마무리 투수로 꼽히는 뉴욕 양키스 출신 마리아노 리베라, 그리고 리베라의 팀 동료였던 통산 256승 투수 앤디 페티트가 먼저 눈에 띕니다.
개인 통산 203승에 ‘퍼펙트 게임’까지 기록했던 필라델피아 필리스 출신 로이 할러데이, 또한 콜로라도 로키스 출신 강타자 토드 헬튼도 명예의 전당 입성이 기대되는데요.
명예의 전당 헌액자는 전미야구기자협회(BBWAA)의 투표로 정합니다. 75%의 득표율을 얻어야 되는데요. 투표 결과는 내년 1월에 공개합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알쏭달쏭한 스포츠 용어를 알기 쉽게 설명해 드리는, 스포츠 용어 사전입니다. 오늘은 앞서 나온 ‘퍼펙트 게임(Perfect Game)’이란 말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퍼펙트’는 영어로 ‘완벽한’이란 뜻인데요. ‘퍼펙트 게임’하면, 완벽한 경기, 그러니까 선발 투수가 경기를 끝까지 책임지면서, 단 한 타자에게도 출루를 허용하지 않는 기록입니다.
야구는 기본적으로, 투수가 던진 공을 타자가 쳐서, 1루-2루-3루를 돌아 홈까지 들어오면 1점을 내는 경기인데요. 투수가 상대편 타자들을 한 명도 1루에 나가지 못하게 제압하는 것은, 그만큼 뛰어난 기량이 뒷받침 돼야 합니다.
이번에 ‘명예의 전당’ 후보에 오른 로이 할러데이는 지난 2010년, 당시 플로리다 말린스(현 마이애미 말린스)를 상대로 퍼펙트 게임을 기록했는데요. 할러데이는 지난해 11월 경비행기 사고로 세상을 떠났기 때문에, 화려한 기록이 더 강렬하게 야구 팬들의 뇌리에 남아있습니다.
‘주간 스포츠 세상’,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에서 외국 출신으로 가장 많은 안타를 기록한 애드리안 벨트레 은퇴 소식 전해 드렸고요. ‘퍼펙트 게임’이 무슨 뜻인지도 알아봤습니다.
마지막으로 음악 들으시겠습니다. 겨울이 여름으로 바뀌지 않는 한, 세상 모두가 영원히 사라지지 않는 한, 나는 당신을 사랑하겠어요. 엔싱크의 ‘That’s When I’ll Stop Loving You’ 전해 드립니다.
지금까지 오종수였습니다.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