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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파원 리포트] 화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탈북·한국 청소년들 (1)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합창을 통해 희망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이 그 주인공인데요. ‘VOA’는 오늘과 내일 두 차례, 남북 화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의 이야기를 보내 드립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자살 시도 등 여러 이유로 학교를 떠나야 했던 아픔을, 노래를 통해 딛고 일어서는 학생들의 이야기를 서울에서 김영권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특파원 리포트] 화음으로 희망을 노래하는 탈북·한국 청소년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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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취: 코리아 합창단 발성 연습 소리] “아 에 오 우~ 아오~아이~아히~아아~”

지난달 서울 강남의 한 음악연습실. 악기를 연주하는 조형물로 가득 찬 공간에서 청소년들이 진지하게 발성연습을 하고 있습니다.

[녹취: 김희철 지휘자 겸 음악감독] “내가 노래할 때~ 풀어야 돼. 내가 노래할 때 감사해요~ 우리가 노래할 때 행복해요~ 점점 느낌이 커지는 거지 무거워지면 안 돼…”

지휘자의 한마디 한마디를 경청하는 청소년들의 노랫소리가 한결 나아집니다.

[녹취: 합창 소리] “난 이제 세상을 향해 난 세상을 향해 외쳐요 난 행복해 난 달릴 수 있다고. 나 이제 세상을 향해…”

지난 8월 창단된 코리아 청소년합창단. 탈북청소년 대안학교인 두리하나 국제학교 학생들로 구성된 와글와글 합창단과 한국 청소년들이 연합한 합창단입니다.

이 합창단은 지난 10월 부산국제합창제에서 심사위원 특별상을 받으며 주목을 받았습니다.

한국의 월드 비전-선명회 합창단 음악감독을 지낸 김희철 지휘자 등 실력파 음악인들의 자원봉사와 유나이티드문화재단 등 여러 곳에서 무료로 시간과 장소를 제공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지휘자인 김희철 음악감독입니다.

[녹취: 김희철 감독] “탈북 청소년 와글와글 합창단을 원래 지도하다가 조금 음악적인 게 부족하니까 음악을 전공할 한국 청소년들이 같이 해주면 와글와글 친구들하고 하모니도 될 것 같고 서로에게 좋은 에너지를 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서 코리아 유스 콰이어를 계획했는데…”

남북 청소년들이 음악을 통해 만나 서로 화음을 만들어 가며 친숙해지는 모습, 아름다운 멜로디를 만들어 가는 모습에 큰 보람을 느낀다는 겁니다.

[녹취: 김희철 음악감독] “합창이란 게 균형과 조화인데,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에 이렇게 청소년들이 만나 균형과 조화를 생각하는 음악회를 한다는 자체가 큰 의미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처음에 서로 만나서 그런 대화를 하더라고요. 너도 똑같이 생겼구나. 서로 보지 않을 때는 뭔가 다른 사상과 생각을 가진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청소년들은 좋은 것, 멋진 것, 예쁜 것 그런 추구하는 게 다 비슷하고 또 음악을 통해 만나 보니까 곧 친해지더라고요. 그래서 앞으로 미래에 꼭 필요한 일을 조금 먼저하고 있지 않나…”

합창단의 탈북 청소년들은 탈북 여성들이 중국에서 팔려 가 강제결혼해 낳은 자녀들이 70%, 북한 출신이거나 한국에서 태어난 학생들이 30% 정도 됩니다.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탈북 청소년들과 한국의 청소년들이 함께 하는 '코리아 청소년합창단'이 공연을 준비하고 있다.

​지금은 환하게 웃으며 노래하고 있지만, 이들은 또래 친구들과 달리 엄청난 고통과 아픔을 겪었다고 두리하나국제학교 교장인 천기원 목사는 말합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우리 아이들 40여 명 중에 딱 2명을 제외하고 다 새아빠에요. 중국에서 온 아이들은 100% 친아빠가 없어요. 그러다 보니 새아빠가 있고 엄마는 바쁘다 보니 주말이 되면 다들 당연히 집에 가고 싶어 하는데 가는 학생 몇 명 안 되고. 갔다 오면 오히려 불편해하고…”

한국 교육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5년 말 기준으로 중국 등 제3국에서 출생해 한국 내 초·중·고등학교에 다니는 탈북민 자녀는 1천 249명으로, 북한 출신 탈북 학생 1천 226명보다 많습니다.

북한보다 중국에서 장기간 결혼해 살던 탈북 여성들이 한국에 많이 입국하는 최근 추세로 볼 때 중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의 규모는 3년 전보다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산됩니다.

천 목사는 언어와 문화 장벽 등으로 적응에 힘들어하던 학생들이 합창단 활동을 통해 놀라보게 좋아지고 있다고 말합니다.

[녹취: 천기원 목사] “제가 바랐던 게 우리 학생들이 이 땅에서 안정적으로 뿌리내리고 자기 서 있는 자리에서 잘 융화돼서 성공하길 바라는데, 그동안 우리 학교에서 북한 출신이나 중국에서 태어난 아이들만 있다 보니 사회관계 형성에서 많이 부족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통해 정말 서로 친하게 지내는 거 보니까 또 남한 학생들도 처음에는 많이 다른 줄 알았는데 전혀 그렇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고 더 먼저 다가오는 거 보고 놀랐다고 하는데 그런 소리 들으면 더 흐뭇하고 기쁘죠.”

중국에서 태어나 15살 때인 3년 전 한국에 온 춘미 양도 합창단 활동 전후가 크게 바뀐 학생 중 한 명입니다.

[녹취: 춘미 양] “엄마랑 13살 때 헤어졌어요. 제가 13살 때 엄마가 한국에 오게 되고 그 전에도 1년 동안 한 두 번 볼까 말까 했어요. 일단 처음에 한국에 왔을 때 언어가 많이 어려웠어요. 그리고 사람들 관계. 사람들과 얘기하면서 지내야 되는데 많이 어색하고 무슨 이야기해야 되는지 모르겠고. 처음에 그 것 때문에 친구도 안 사귀고 혼자 많이 지냈어요.”

결국 우울증에 시달리던 춘미 양은 한국에 온 뒤 얼마 후 아파트 9층에서 몸을 던져 자살을 시도했습니다.

[녹취: 춘미 양] “사랑을 잘 몰랐던 것 같아요. 그 때는 사랑을 잘 못 느끼고. 가족에 대한 그리움은 많았는데, 가족은 사랑을 준다고 하는데 나는 사랑을 잘 느낄 수가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잘 몰랐어요.

천만다행으로 목숨을 건진 뒤 춘미 양은 주위에 좋은 기독교인들을 만나 위로를 받았고 합창을 통해 큰 희망을 갖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춘미 양] “재밌어요. 같은 소원을 갖고 노래 부르는 거 되게 큰 희망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자신감도 가졌어요?) 네. 합창단 하면서 사람도 되게 많잖아요. 성격도 다르고 문화도 다르니까 모든 게 다르니까 그런데 합창하려면 모두 하나가 되잖아요. 서로 맞추고 서로 노력하는 모습 보며 저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북한 출신 부모님이 한국에 정착한 뒤 서울에서 태어난 14살 다해 양은 한국의 중학교에 다니다가 올해 가을에 두리하나국제학교에 입학한 뒤 합창단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녹취: 다해 양] “전에는 일반 중학교에 다녔어요. 말하자면 너무 길어요. 그런데 한마디로 하자면 사고를 쳐와 왔어요. 사고를 너무 많이 치고 다녀서 왔어요.”

다해 양은 옛 학교 친구들이 엄마의 말투를 들은 뒤 차별하고 놀리는 상황 때문에 많이 힘들어하고 탈선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다해 양] “친구들이 엄마를 만난 적이 있는데 말투를 듣고 너희 엄마 북한에서 왔냐고 하는 거예요. 처음에는 말을 못 했어요. 왜냐하면 괜히 놀림거리가 될 것 같고. 아이들이 좀 편견이 있어요. 다문화가정 얘들을. 어렵게 살던 나라에서 왔으면 약간 차별하는 게 있단 말이에요. 그런데 갑자기 어떤 오빠들이 와서 너희 엄마 북한 사람인 거 안다고”

일부 친구가 전화번호 이름을 ‘두만’이라고 바꾸고 엄마가 간첩 아니냐고 놀려서 무척 힘들었다는 다해 양. 이후 너무 많은 사고를 쳐서 학교를 그만둬야 했고 아버지는 딸에게 크게 실망해 얼굴조차 보고 싶어 하지 않으신다고 다해 양은 담담하게 말합니다.

[녹취: 다해 양] “제가 사고를 많이 치다 보니까 아빠는 저를 거의 안 봐요. 아니 이제 못 봐요. 엄마는 한 달에 한 번씩 오는데. 그래도 뭐 엄마가 말해요. 아빠는 정이 많은 사람이라 지금은 너에 대한 마음을 닫을 수 있지만, 아빠는 정이 많은 만큼 시간도 많이 걸린다고. 저를 예뻐해 준 만큼 상처도 깊으시니까 시간이 오래 걸릴 거라고. 그래도 포기하지 말고 기다려라.”

이런 다해 양의 답답한 마음에 큰 위로를 준 게 음악이었습니다. 노래하는 순간이 무척 행복하다는 겁니다.

[녹취: 다해 양] “제가 생각해도 그렇고 남이 봐도 그런다고 하는데 나쁜 일이 있거나 안 좋은 일 있으면요. 노래하면 그 순간은 까먹게 돼요. 노래하면 행복해요. 노래하는 순간은 까먹고 노래에 집중하게 되니까.”

[녹취: 합창 소리] “난 이제 세상을 향해 (박수 소리) 난 이제 세상을 향해 외쳐요. 난 행복해 난 달릴 수 있다고 외쳐봐 세상을 향해”

다해와 춘미 등 탈북민 자녀들은 사랑으로 헌신한 선생님들, 그리고 아무 편견 없이 함께 노래를 부른 한국 친구들이 옆에 있었기에 행복을 더 느낄 수 있었다고 말합니다.

VOA 뉴스 김영권 입니다.

성탄절을 맞아 보내드리는 특집기획 ‘코리아 청소년합창단’. 내일은 두 번째 순서로 공연을 본 탈북 부모들의 표정을 전해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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