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생한 미국 뉴스를 전해 드리는 ‘아메리카 나우’ 시간입니다.
진행자) 오늘은 어떤 소식들이 있습니까?
기자) 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연방 의회 합동회의 연설을 미루라고 요청했습니다. 이에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외국 순방을 연기한다고 통보하는 등 양측 간의 갈등이 커지고 있습니다. 연방 정부 부분 폐쇄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예상보다 클 것으로 보인다고 백악관 측이 밝혔습니다. 이어서 앤드루 휠러 환경보호청장 지명자의 인준청문회 내용, 미국에 불법으로 체류하는 사람 가운데 입국사증 기한을 넘긴 사람이 7년 연속 불법 월경자보다 많았던 것으로 드러난 소식, 살펴보겠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첫 소식 보겠습니다. 연방 정부 부분 폐쇄 상태가 27일째로 접어들었는데, 트럼프 대통령과 민주당 간의 골이 깊어지는 모양입니다.
기자) 그렇습니다. 민주당 소속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정연설을 미뤄달라고 요청했는데요,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이 펠로시 의장의 해외 순방을 연기한다고 통보했습니다. 펠로시 의장 일행은 17일 오후에 출발할 예정이었습니다.
진행자) 먼저 펠로시 의장이 왜 국정연설 연기를 요청했는지, 그 내용부터 볼까요?
기자) 네, 대통령 경호를 맡고 있는 비밀경호국과 국토안보부가 연방 정부 부분 폐쇄 사태, 셧다운(shutdown)으로 업무를 제대로 수행할 수 없어서 보안에 대한 우려가 있다는 겁니다. 따라서 오는 29일로 잡힌 상, 하원 합동회의 연설을 연기하거나, 아니면 서면으로 대체해 달라고 요청했는데요, 펠로시 의장이 이 같은 내용의 서한을 16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냈습니다.
진행자) 이 편지 내용이 공개된 뒤에도 백악관 쪽에서 별 반응이 없었죠?
기자) 맞습니다. 펠로시 의장이 17일 주례 기자회견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24시간 넘게 침묵을 지키고 있다고 언급할 정도였습니다. 다만, 커스텐 닐슨 국토안보부 장관이 트위터에 글을 올렸는데요. 국토안보부와 비밀경호국이 국정연설 안전을 지원하고 보장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입니다.
진행자) 안전에 문제가 없다는 말이군요?
기자) 그렇습니다. 그러더니 트럼프 대통령이 17일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낸 건데요, 셧다운 때문에 펠로시 의장의 해외 순방을 연기하게 된 걸 유감으로 생각한다는 내용입니다. 80만 명에 달하는 연방 공무원이 급여를 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홍보 목적의 여행은 연기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데 펠로시 의장이 동의할 것으로 믿는다는 건데요, 워싱턴에 남아 셧다운 해결 방안을 논의하자고 촉구했습니다.
진행자) 대통령이 하원의장의 해외 순방을 일방적으로 연기할 수 있나요?
기자) 하원의장이 공식 일정으로 외국을 방문할 때는 군용기를 내주는 게 관례인데요, 펠로시 의장 일행이 타고 갈 군용기를 내주지 않겠다는 겁니다. 펠로시 의장은 1주일 일정으로 벨기에 브뤼셀과 이집트, 아프가니스탄을 방문할 계획이었는데요, 트럼프 대통령은 민간 항공기를 이용해서 가는 것은 말리지 않겠다고 썼습니다.
진행자) 이에 대해 어떤 반응이 나오고 있습니까?
기자) 민주당 쪽에서 강한 반발이 나왔습니다. 스테니 호이어 하원 민주당 대표는 대통령 자리의 위신을 떨어뜨리는 옹졸한 행동이라고 비판했습니다. 애덤 쉬프 하원 정보위원회 위원장은 펠로시 의장이 아프가니스탄 주둔 미군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등을 방문할 예정이었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습니다. 쉬프 의원은 이번 순방에 동참할 민주당 의원들 가운데 1명이었습니다.
진행자) 앞서 펠로시 의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국정연설 연기를 요청하자, 공화당 쪽에서 불만이 나왔죠?
기자) 케빈 매카시 하원 공화당 대표는 연기 요청이 안전 때문이 아니라, 정치적인 이유에서 나온 것이라며 비판했습니다. 스티브 스컬리스 하원 공화당 원내총무도 성명을 내고 지금이야말로 단합해서 대통령 연설을 들을 때라고 말했는데요, 백악관은 이번 국정연설을 국경장벽 건설의 중요성을 강조할 기회로 보고 있고, 민주당은 그런 홍보 기회를 줄 수 없다는 입장이란 분석이 있습니다.
진행자) 미국 대통령이 연방 의회에서 직접 연설하는 건 상당히 오래된 전통이죠?
기자) 맞습니다. 1790년 1월 8일에 조지 워싱턴 초대 대통령이 처음이었습니다. 이 연설을 ‘State of the Union’이라고 하는데요.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이 처음 이 ‘국정연설’이란 명칭을 사용했고 1947년에 공식 용어로 정착했습니다. 그전에는 ‘연두교서’, ‘Annual Message’란 말을 썼습니다.
진행자) 펠로시 의장이 대통령 국정연설을 연기해 달라고 했는데, 이런 전례가 있었나요?
기자) 네. 역사를 보면 몇 번 있었는데 대개 백악관 쪽에서 요청했다고 역사학자들은 설명합니다. 예를 들어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때인 지난 1986년 1월, 우주왕복선 챌린저호 폭발 사건이 나자 백악관이 국정연설 연기를 요청한 바 있었습니다.
진행자) 서면으로 연설을 대체하는 경우는 어떻습니까?
기자) 1801년에 당시 토머스 제퍼슨 대통령이 서면으로 연설을 대체했고요. 그 뒤 이런 관행이 1세기 넘게 이어지다가 1913년 당시 우드로 윌슨 대통령이 직접 의회에 나가 연설하기 시작했습니다.
진행자) 연기나 서면 대체가 아니라 아예 연설하지 않는 경우도 있었나요?
기자) 네, 있었습니다. 레이건 대통령부터 현 트럼프 대통령까지 취임 첫해에는 국정연설을 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취임식에서 대통령이 연설하기 때문입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계속해서 연방 정부 부분 폐쇄 사태, 셧다운에 관한 소식 보겠습니다. 셧다운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당초 전망보다 큰 것으로 드러났다고요?
기자) 네. 백악관 경제자문위원회의 케빈 하셋 위원장이 언론에 밝힌 내용인데요, 셧다운 여파로 분기 경제성장률이 매주 0.13%P씩 줄어들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진행자) 당초 예상은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2주에 0.13%P씩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었습니다.
진행자) 그러니까 처음 예상치보다 두 배로군요?
기자) 그런 셈입니다. 하셋 위원장은 초기 예측에서는 정부와 계약을 맺고 일하는 사람들의 손해를 합산하지 않아서 계산이 정확하지 않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셧다운 상태 탓에 이미 경제성장률 0.5%P가 깎였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연방 공무원 신분이 아니라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도 상당히 많죠?
기자) 대략 410만 명 정도 됩니다. 그런데 이번 셧다운 상태로 영향을 받는 계약직이 몇 명이나 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진행자) 이런 가운데 셧다운과 관련해서 눈길을 끄는 움직임이 있었습니까?
기자) 네. 트럼프 대통령이 16일, 셧다운이 끝난 뒤에 연방 공무원들에게 밀린 급여를 지급한다는 내용의 법안에 서명했는데요, 연방 의회는 계약직 직원들에게도 밀린 급여를 지급하기 위한 법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민주, 공화 두 당이 서로 상대측을 비난하는 가운데, 셧다운을 풀기 위한 의미 있는 움직임은 없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두 번째 소식입니다. 16일 연방 상원에서 눈길을 끄는 청문회가 진행됐군요?
기자) 네. 이날 상원 환경위원회 주관으로 앤드루 휠러 연방 환경보호청(EPA) 청장 지명자에 대한 인준청문회가 진행됐습니다.
진행자) 휠러 지명자가 그간 청장 대행 업무를 맡아왔죠?
기자) 그렇습니다. 휠러 지명자는 부청장으로 재직하다 지난해 7월 스콧 프루이트 청장이 혈세 낭비와 부정청탁 논란으로 사임한 뒤에 청장 직무대행을 맡아왔습니다.
진행자) 이날 청문회에서 어떤 말이 나왔습니까?
기자) 무소속인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이 기후변화 문제를 인정하냐고 물었는데요. 휠러 지명자 쪽에서 흥미로운 대답이 나왔습니다. 기후변화가 가장 큰 위기는 아니라는 겁니다. 휠러 지명자는 그러면서 이 문제는 혼자서 해결할 것이 아니라 국제사회가 협력해서 풀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문제가 있긴 하지만,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니라는 태도로군요? 하지만, 과학자 대부분, 그리고 미국 정부가 최근에 펴낸 보고서는 기후변화의 심각성을 지적하지 않았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휠러 지명자는 최근에 나온 정부 보고서를 읽어보지 못하고 설명만 들었다고 밝혔습니다. 그런데 언론이 기후변화와 관련해 가장 좋지 않은 가정만 부각한다고 휠러 지명자는 지적했습니다.
진행자) 민주당 쪽에서는 휠러 지명자에게 비판적인 것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네.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청문회에서 휠러 지명자를 거세게 몰아붙였습니다. 민주당 소속 에드 마키 상원의원은 휠러 지명자가 석탄 업계 로비스트 출신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잘못된 환경 정책을 대변한다고 비판했습니다.
진행자) 환경단체 쪽에서도 휠러 지명자에게 비판적인 말이 나오지 않습니까?
기자) 그렇습니다. 반환경론자라는 건데요, 휠러 지명자는 석탄업체 '머레이 에너지'를 위해 일한 경력이 있습니다. 휠러 지명자가 지난 2017년 10월 EPA 부청장에 지명되자 업계는 적임자라며 환영했는데요. 하지만, 환경단체는 환경을 오염시키는 이들의 친구라고 비판한 바 있습니다.
진행자) 휠러 지명자는 트럼프 행정부가 추진하는 환경 규제 완화에도 관여한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네. EPA는 휠러 대행 체제 아래 발전소 이산화탄소 배출 규제 완화를 추진했고요. 또 자동차 배출가스와 효율 규정 강화 계획을 중단했습니다. 휠러 지명자는 이날 청문회에서 관련 규정을 완화해도 미국은 깨끗한 공기와 물을 누릴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인준청문회에서 휠러 지명자에 대한 공화당 쪽 반응은 어땠습니까?
기자) 공화당 의원들은 역시 휠러 지명자가 풍부한 경험을 갖춘 적임자라며 옹호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가 미국 경제에 큰 부담을 준다면서 환경 규제는 연방 정부가 아닌 지역 정부가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한편 이날 청문회장에서는 휠러 지명자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구호를 외쳐서 청문회가 잠시 중단되는 소동도 있었습니다.
진행자) ‘아메리카 나우’ 듣고 계십니다. 미국 내 불법체류자와 관련해서 새로운 통계가 나왔군요?
기자) 네. 민간 연구조직인 ‘뉴욕 이민연구센터(CMS)’가 16일 발표한 통계인데요. 지난 2016년과 2017년 사이 미국 안에서 새로 추가된 불법체류자 약 51만 명 가운데 62%는 합법적으로 미국에 들어와서 체류 기한을 넘긴 경우였고요, 국경을 불법으로 넘은 경우는 38%였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체류기한을 넘긴 사람들의 수는 7년 연속으로 불법월경자보다 많았습니다.
진행자) 미국에 들어오려면 ‘비자(VISA)’, 즉 입국사증이 있어야 하는데, 입국사증에는 체류기한이 명시돼 있죠?
기자) 네. 비자 종류에 따라 미국에 머물 수 있는 기한이 있는데요. 체류기한이 되면 미국을 떠나거나 기한을 연장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고 그대로 있으면 불법체류자가 됩니다.
진행자) 트럼프 행정부는 불법월경자가 큰 문제라면서 남부국경에 장벽을 세워야 한다고 요구하는데, 이런 주장과는 배치되는 통계가 나온 셈이군요?
기자) 네. 도널드 커윈 CMS 대표가 별도로 성명을 냈는데요. 성명은 불법체류자 가운데 체류기간 초과자가 대세라면서 이는 불법이민이 미국에 주는 도전을 장벽 건설로 해결하기 힘들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설명했습니다.
진행자) 이번 CMS 통계에서 눈에 띄는 항목들이라면 또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습니까?
기자) 네. 먼저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 수가 2017년에 전해보다 거의 40만 명이나 줄어든 것이 주목됩니다.
진행자) 미국 내 불법체류자 가운데 다수는 미국과 국경을 맞대고 있는 멕시코 출신으로 알려져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약 530만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2010년 이래 이 숫자가 약 130만 명 줄었는데요. 그래서 2017년에 처음으로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의 비중이 절반 이하로 떨어졌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들은 서부 캘리포니아주에 가장 많은 것으로 아는데요?
기자) 맞습니다. 2017년 기준으로 이곳에 약 150만 명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숫자도 지난 2010년 이래 26% 줄어든 규모입니다. 또 앨라배마주에서는 50%나 줄었고요. 조지아, 뉴욕, 뉴멕시코에서는 1/3이 감소했습니다. 캘리포니아주에 이어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가 가장 많은 곳은 미국 중북부에 있는 일리노이주입니다.
진행자)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가 줄어든 이유가 뭘까요?
기자) 네. CMS는 전임 조지 W. 부시 행정부와 바락 오바마 행정부가 국경경비를 강화한 것을 이유로 들었는데요. 이 기간 국경경비대 규모는 배로 늘었습니다.
진행자) 불법체류자 가운데 멕시코 출신 말고 또 어떤 나라 출신이 많습니까?
기자) 역시 2017년 기준으로 엘살바도르가 67만 명으로 2위고 인도, 과테말라, 그리고 온두라스 순입니다.
진행자) 중국과 한국은 어떤가요?
기자) 2017년 기준으로 중국은 약 30만 명으로 6위였고요. 한국은 16만5천 명으로 9위에 올랐습니다.
진행자) 멕시코 출신 불법체류자는 줄었는데, 반대로 늘어난 나라도 있겠죠?
기자) 물론입니다. 이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나라는 남미 베네수엘라입니다. 베네수엘라 출신 불법체류자는 2013년 6만 명에서 2017년 14만5천 명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또 인도도 2010년 36만 명에서 2017년에 63만 명으로 많이 늘었습니다.
진행자) 베네수엘라는 최근 어려운 상황에 빠져 있지 않습니까?
기자) 경제가 어렵고 정치가 불안정해서 많은 사람이 다른 나라로 탈출하고 있습니다.
진행자) 그럼 미국 내 불법체류자 수가 모두 몇 명이 되는 건가요?
기자) CMS 추산으로는 2017년 기준으로 약 1천60만 명 정도로 2010년보다 약 100만 명 정도 줄었습니다.
진행자) 네. ‘아메리카 나우’, 오늘은 여기서 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