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북한의 핵 보유를 일부 허용하고 '동결'과 관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미 정부는 북한의 핵을 인정하는 협상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 공식 입장인데요, 2차 정상회담에서는 비핵화를 위한 과정으로 '동결'에 합의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도 나오고 있습니다. 박형주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미-북 정상회담이 열리기 하루 전 기자들 앞에선 마이크 폼페오 국무장관은 트럼프 행정부의 대북 협상 목표를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폼페오 장관] "The ultimate objective we seek from diplomacy with North Korea has not changed: A complete and verifiable and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of the Korea Peninsula is the only outcome that the United States will accept."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한반도 비핵화", 즉 CVID가 미국이 수용할 유일한 결과라는 겁니다.
다음주 베트남 하노이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두고, 폼페오 장관은 비핵화 목표를 재확인하면서도 북한의 "위협 제거"를 잇따라 언급하고 있습니다.
14일 미 'CBS' 방송에선 “북한의 위협을 후퇴시킬 수 있을 것이라는 데 매우 희망적”이라고 말했고, 이튿날 아이슬란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도 “북한 핵무기 위협을 실질적으로 감소시키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도 15일 백악관에서 "우리는 단지 (핵-미사일) 실험을 원하지 않을 뿐"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트럼프 대통령]“I’m in no rush for speed, we just don’t want testing.”
일각에서는 이같은 발언을 두고 트럼프 행정부가 협상 목표를 비핵화 대신 '동결'로 낮췄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했습니다.
이와 함께 워싱턴 조야에서는 북한의 제한적인 핵 보유, 즉 '부분적 비핵화'가 현실적인 목표라는 지적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습니다.
하원 외교위 아태비확산소위원장인 민주당의 브래드 셔먼 의원은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철저한 감시를 전제로 제한된 수의 핵무기 보유를 용인하는 대신 미사일 기술 관련 프로그램을 동결"하는 안을 제시했습니다.
[녹취: 셔먼 의원] ”I do not think that Kim Jong Un will give up all of his nuclear weapons. If we could be in a circumstance where he has a limited number, highly monitored, weapons and he freezes his missile technology program, that would make America safer…”
김정은 위원장이 모든 핵무기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 따라, 일부 핵무기를 허용하는 동시에 핵무기 생산 시설을 폐쇄하도록 하는 것이 '현실적인 목표'라는 주장입니다.
미 '폭스' 뉴스도 최근 '디펜스 프라이오러티스'의 대니얼 디페트리스 연구원의 기고를 통해 "북한의 완전한 핵 폐기는 미국 정부가 이룰 수 있는 능력을 넘어선 목표"라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은 지난 12년간 '실질적인 핵보유국'이었다며, 핵실험 중단, 핵물질 생산 동결과 더불어 한반도 안보와 평화체제 구축에 집중하는 것이 더욱 성공적일 것이라는 겁니다.
미 '월스트리트저널'은 지난달 북한 비핵화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구심이 확산하면서, 전문가뿐 아니라 일부 정부 당국자도 '핵무기 사용과 확산'을 차단하도록 관리하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는 견해를 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미과학자연맹의 애덤 마운트 선임연구원은 WSJ에 "이런 결과에 만족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지만, 불행하게 우리는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협상 의도가 '핵동결', 즉 파키스탄처럼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것이라는 분석은 끊임없이 제기돼 왔지만, 이같은 방안을 현실적인 목표로 고려해야 한다는 논리는 그동안 수면 아래서 소수의 목소리로만 간주됐습니다.
1994년 '제네바 합의'를 이끌었던 로버트 갈루치 전 국무부 북핵 특사가 대표적으로, 완전한 비핵화가 아니더라도 기존 핵 프로그램 폐기도 받아들일 만 하다고 주장해왔습니다.
[로버트 갈루치 전 특사] “Could you do a deal in which the North Koreans say we will end our nuclear weapons program; there will be no reprocessing plants, there will be no plutonium productions reactors…there will be no uranium enrichment facilities…”
갈루치 전 특사는 2016년 한 토론회에서, 북한이 플루토늄 재처리 시설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모두 폐기해 핵물질 추가 생산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할 경우 핵무기와 핵물질 일부만을 넘기는 선에서 협상을 타결 지을 수 있다고 제안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기회 있을 때마다 '북 핵 불용'이 미국의 분명한 원칙이라는 입장을 확인하고 있습니다.
미 의회에서도 '완전한 비핵화' 목표를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 여전히 우세합니다.
상원 외교위 통아태소위원장인 코리 가드너 공화당 의원은 'CVID는 미국 법에도 명시된 대북 정책 목표'라고 강조했고, 같은 당의 조 윌슨 하원 외교,군사위원도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가 한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 여러 국가들의 상호 이익에 부합"하는 현실적인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완전한 비핵화를 이루기 위한 초기 단계, 혹은 중간 과정으로서 '동결'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여러 전직 관리들에 의해 제기됐습니다.
1990년대 제네바 합의, 미사일 협상 등에 직접 참여했던 로버트 아인혼 전 국무부 비확산.군축담당 특보는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2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비핵화를 위한 중간 목표로 핵 동결 합의가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아인혼 특보는 특히 김정은 위원장이 올해 신년사에서 "더 이상 핵무기를 생산, 시험, 사용, 전파하지 않겠다"고 말한 점에 주목하며, 이를 이행한다면 의미 있는 '부분적 비핵화'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스테이플턴 로이 전 중국주재 미국 대사도 지난달 VOA와의 인터뷰에서, 빠른 비핵화 조치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만큼 단계로써 '동결'은 '바람직한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박형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