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2차 미-북 정상회담이 아무 합의 없이 끝난 것과 관련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상황을 오판하거나 자신의 협상력을 과신했다고 말했습니다. 나쁜 합의 보다는 결렬이 더 낫다는 지적도 나왔는데, 그럼에도 미-북 간 대화의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C)의 수미 테리 선임연구원은 2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미국과 북한 두 나라 지도자들이 서로 상대방에 대해 오판한 것을 미-북 정상회담 결렬의 근본적인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테리 선임연구원] “I think Kim misjudged Trump that looking at all the domestic turmoil that Trump is going through…”
김 위원장은 국내적 혼란을 겪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이 외교 정책의 성공을 간절히 원하기 때문에 어떤 합의라도 서명할 것으로 잘못 판단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트럼프 대통령은 최대 압박, 화염과 분노 등을 계속 유지함으로써 김 위원장을 협상 테이블로 불러들였고, 비핵화를 향한 보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할 용의를 갖게 만들었다는 판단을 했다고 말했습니다.
테리 연구원은 두 지도자의 이 같은 오판이 결국 합의 불발로 이어졌다고 지적했습니다.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 정확하다면 트럼프 대통령이 올바른 결정을 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와일더 전 선임보좌관] “I think the North Korean leader may have overplayed his cards. He may have thought that because he had a successful meeting in Singapore……
와일더 전 보좌관은 북한 지도자인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자신의 협상카드를 과도하게 중시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싱가포르에서 많은 양보를 하지 않고도 성공적인 회담을 했던 김 위원장이 이번에도 그렇게 할 수 있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그 동안 그 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분명히 해 왔고, 이번에 그 같은 입장이 얼마나 확고한 지 보여줌으로써 김 위원장을 놀라게 했을 것이라고, 와일더 전 보좌관은 말했습니다.
미국외교협회의 스콧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이번 회담 결렬로 미국과 북한 간의 견해 차이가 더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은 북한이 준비한 것 보다 더 큰 조치를 원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제임스 쇼프 카네기평화재단 선임연구원은 정상회담에 대한 미국과 북한 두 나라의 ‘준비 부족’을 지적했습니다.
[녹취: 쇼프 선임연구원] “I am surprised they even went to Hanoi all the way for summit if they really……”
두 나라가 비핵화와 제재 문제에 대한 상호 이해도 없이 정상회담을 위해 하노이까지 갔다는 사실이 놀랍다는 겁니다.
로버트 매닝 애틀랜틱 카운슬 선임연구원은 이번 미-북 정상회담 결렬이 탑다운 방식의 위험성을 보여준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와 북한의 김혁철 대미특별대표 사이에 다음 단계나 로드맵에 대한 합의안이 마련된 뒤에 정상회담이 열렸다면 더 나은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토머스 컨트리맨 전 국무부 차관 대행은 이번 하노이 정상회담 결과가 실망이지만 놀랍거나 재난은 아니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두 나라 지도자는 이제 양측이 서로 취할 수 있는 합리적인 조치들을 확인하는 협상가들의 작업에 힘을 실어주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다음 번 정상회담은 실무급에서 합의에 도달한 뒤 열려야만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 나쁜 합의를 하는 것보다 아무런 합의를 하지 않은 것이 더 낫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나이더 선임연구원] “If they made a small deal, then there was a big risk that it would be criticized…….”
미국외교협회의 스나이더 선임연구원은 두 지도자가 이른바 ‘스몰딜’에 합의했다면 비판을 받을 큰 위험이 있었고, 이는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도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해리티지재단의 브루스 클링너 선임연구원은 트럼프이 김 위원장과 형편 없는 합의를 체결할 기회를 박차고 나왔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면서 미국 정부는 성급하게 평화를 선언하거나 제재를 완화하라는 요구를 거부하면서, 비핵화와 유엔 결의안과 미국 법 준수, 동맹 방어 등에 협상의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하노이에서 바로 이런 일을 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전문가들은 정상회담 결렬에도 미-북 간 대화의 동력은 유지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와일더 전 백악관 보좌관은 협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후퇴했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녹취:와일더 전 보좌관] “I think President and Mr. Pompeo made very clear that they are still willing to……”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오 국무장관이 협상 테이블로 돌아갈 것임을 분명히 했다는 겁니다.
아울러 북한도 제재 해제에 따른 혜택 때문에 여전히 합의를 이룰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카네기평화재단의 쇼프 연구원은 미국과 북한이 견해 차이를 좁히는 일이 아주 점진적이고 장기적인 과정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상대적으로 빠른 시간 안에 실무급 협상의 재개를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해군분석센터의 고스 국장은 현재로서는 두 나라 지도자 모두 서두르려 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며, 양측이 대화를 계속하는 한 다음 단계를 생각해 낼 시간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전략국제문제연구소의 테리 연구원은 양측이 이견을 좁히는 것이 매우 어려운 일이지만, 양측이 시도를 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당장 한반도의 긴장이 고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녹취: 테리 연구원] “I don’t think North Korea is eager to return to missile and nuclear testing right away……”
북한이 당장 미사일이나 핵 실험으로 복귀하려 한다거나 미국이 당장 군사훈련을 재개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어느 정도 진전이 없으면 앞으로 언젠가는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해군분석센터 고스 국장도 앞으로 몇 개월이 중요하다며, 후속협상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협상에서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김 위원장이 실험을 하지 않겠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약속을 지키지 않을 수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