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물이 부족하지 않은 나라로 미국 민간단체의 조사 결과 나타났습니다. 하지만 유엔은 북한 주민 40%가 깨끗한 식수를 접하지 못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물 부족 정도가 세계에서 중하위권이며, 가뭄 위험은 중상위, 홍수 위험은 상위권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미국의 민간단체인 세계자원연구소(World Resources Institute) 가 6일 발표한 `수자원 위험지도’(Global Water Risk Atlas)에 따르면, 북한은 전 세계 164개국 중 ‘물 스트레스’, 즉 물 부족 순위가 69위였습니다.
점수는 5점 만점에 1.95점으로 중하위권으로 분류됐습니다.
‘물 스트레스’ 점수는 평년에 이용 가능한 지표수와 지하수에 대비해 실제로 사용하는 물의 비율을 산출한 것입니다.
지역별로는 황해남도가 3.08점으로 가장 물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고, 이어 평양 2.75점, 황해북도 2.63점, 강원도 2.21점, 평안남도, 함경남도, 평안북도, 양강도, 함경북도, 자강도 순이었습니다.
한국은 북한보다 물 부족 수준이 조금 더 높은 53위로, 중상위권으로 분류됐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심각한 물 부족 국가들은 주로 중동과 북아프리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밖에 세계자원연구소는 북한의 가뭄 위험을 1점 만점에 0.63점으로 전세계 27위, 중상위권으로 분류했습니다.
가뭄 위험은 가뭄 발생 가능성과 취약성을 계산한 것입니다.
가뭄 위험이 가장 높은 지역은 0.81점을 기록한 평양이었으며, 황해남도 0.72점, 황해북도 0.7점, 평안남도 0.68점, 평안북도 0.57점, 함경남도, 함경북도, 강원도, 양강도, 자강도 순이었습니다.
또, 북한의 홍수 위험은 5점 만점에 4.05점으로 ‘극도로 높은 나라들’에 속했으며, 순위는 23위였습니다.
지역별로는 양강도가 4.24점으로 홍수 위험이 가장 높았고, 자강도 4.19점, 강원도 4.07점, 함경북도, 함경남도, 평안남도, 평안북도, 평양, 황해북도, 황해남도 순이었습니다.
이같이 북한은 물이 심각하게 부족한 나라로 분류되지 않았지만, 유엔은 북한 주민들이 여전히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없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지적합니다.
북한 주재 유엔 상주조정관실이 발표한 ‘2019 북한 필요와 우선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북한에서 깨끗한 식수를 접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전체 인구의 약 40%인 990만 명에 달합니다.
보고서는 또 유엔이 지난해 깨끗한 식수가 부족한 사람들 중 3.6%에 불과한 35만7천여 명을 지원하려 했지만, 그나마도 자금 부족으로 9만2천명을 지원하는 데 그쳤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미국 하버드 의대의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 북한담당 국장은 최근 기고문에서, 유엔이 깨끗한 식수 지원을 계획한 북한 주민 중 실제로 지원을 받지 못한 26만5천명 가운데 697명이 숨진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러면서, ‘특정 질환에 의한 사망자 수’(case fatality rate)는 선진국들의 수치도 감안한 것인 만큼, 북한의 경우 사망자 수는 더욱 많을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오염된 식수는 박테리아와 기생충으로 인한 감염을 일으키며, 이로 인해 피가 섞인 설사, 빈혈, 만성 신장 질환, 심각한 염증 등을 일으킬 수 있다고 박 국장은 지적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