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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 아메리카] 인기절정의 배우에서 에이즈 희생자로, 록 허드슨


지난 1962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록 허드슨.
지난 1962년 뉴욕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 중 포즈를 취하고 있는 록 허드슨.

오늘의 미국을 건설한 위대한 미국인을 만나보는 '인물 아메리카'. 오늘은 인기절정의 배우에서 에이즈 희생자가 된 록 허드슨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물 아메리카 오디오] 인기절정의 배우에서 에이즈 희생자로, 록 허드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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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허드슨은 ‘자이언트(Giant)’, ‘9월이 오면(Come September)’ 등 유명 영화에서 주연을 맡으며, 인기 절정에 있다가 불치의 병으로 세상을 떠난 배우입니다. 허드슨은 일생 동안 거의 70편의 영화에 출연했고, 여러 편의 텔레비전 연속극에도 등장했습니다.

록 허드슨은 1925년 11월 7일 미국 중부 일리노이주 위넷카에서 태어났습니다. 그의 본래 이름은 로이 해롤드 쉐어러 주니어(Roy Harold Scherer Jr.)였습니다. 아버지는 자동차 수리공이었고, 어머니는 전화 교환수였습니다. 미국에 대공황이 휩쓸던 때 그의 아버지는 직장을 잃자 집을 나가버렸습니다.

허드슨은 학교에 다니면서 신문 배달도 하고, 골프장 캐디도 했습니다. 한때 영화관 안내원 일도 했습니다. 그때 많은 영화를 보면서 허드슨은 배우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허드슨은 얼굴이 잘 생긴데다 사람을 끄는 매력이 있어 학교에서 인기가 많았습니다. 허드슨은 고등학교를 마치고 1944년 미 해군에 입대해 필리핀 기지에서 복무했습니다. 제대 후에는 배우가 되겠다는 꿈을 안고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영화의 도시 할리우드로 갔습니다. 트럭 운전사로 일을 하면서 영화에 출연할 기회를 찾아 이곳저곳 촬영소 주변을 떠돌기도 하고 유명 영화인들이 모인 곳을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1947년 그는 에이전트 헨리 윌슨과 연결이 됐습니다. 윌슨은 로이 해롤드 쉐어러 주니어에게 록 허드슨이라는 예명을 붙여주었습니다. 록 허드슨이 본격적으로 배우로 등극을 하게 된 것은 1954년에 나온 더글러스 셔크 감독의 ‘거대한 강박관념(Magnificent Obsession)’에 출연하면서부터였습니다.

이 영화는 방탕하게 살던 재벌 2세의 한 남자가 고속 모터보트를 타다가 사고로 의식 불명 상태에 빠졌지만, 하느님의 사랑으로 새 사람으로 변화돼 간다는 이야기입니다. 매우 기독교적 교훈이 깔린 이 영화에서 허드슨은 제인 와이먼과 함께 출연했는데,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드디어 록 허드슨은 할리우드에서 인정받는 배우 대열로 들어섰습니다.

1956년 '자이언트' 촬영 현장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왼쪽부터), 록 허드슨, 머세이디스 매케임브리지가 앉아 있다.
1956년 '자이언트' 촬영 현장에 엘리자베스 테일러(왼쪽부터), 록 허드슨, 머세이디스 매케임브리지가 앉아 있다.

1956년에는 대작 ‘자이언트(Giant)’가 개봉됐습니다. 텍사스의 대목장 주인이 동북부의 명문가 여인을 아내로 맞아 살면서 인종차별, 여성의 권리, 석유산업의 부상 등 여러 가지 사건과 수십 년에 걸친 변화를 보여주는 장편 영화로 3시간 20분이 넘는 길이입니다. 허드슨은 당시 할리우드의 최정상 여배우 엘리자베스 테일러, 또 한 사람의 전설 같은 남자 배우 제임스 딘과 함께 출연했습니다.

록 허드슨의 연기 생애에 또 하나 중요한 전기는 1959년에 찾아왔습니다. 도리스 데이와 ‘필로우토크(Pillow Talk)’에 출연하면서, 허드슨은 로맨스 영화의 배우로 각인되기 시작했습니다. 연이어 ‘연인아 돌아오라(Lover Come Back)’ ‘센드 미 노 플라워스(Send Me No Flowers)’ 즉, ‘꽃을 보내지 말아 주세요’, 지나 롤로브리지다와 공연한 ‘9월이 오면(Come September)’ 등 명작들이 나왔습니다.

1960년대 록 허드슨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최고의 할리우드 스타였습니다. 80년대에는 텔레비전 드라마 ‘다이너스티(Dynasty)’에 출연하면서 그의 인기가 건재함을 과시했습니다.

록 허드슨은 그의 인기만큼이나 개인의 삶에 대해서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는 1955년에 배우 지망생인 필리스 게이츠와 결혼했으나 3년 만에 갈라섰습니다.

허드슨은 동성애자였습니다. 그러나 그는 영화인으로서의 생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해 그 점을 드러내지 않았습니다. 1984년 6월 허드슨은 에이즈를 일으키는 HIV에 감염됐다는 판정을 받았습니다. 일부에서 허드슨이 건강상 심각한 문제가 있다는 설이 거론되기는 했지만, 그의 측근들은 계속 이를 부인했습니다.

그로부터 약 1년 후인 1985년 7월 25일 결국 허드슨의 공보비서는 그가 에이즈에 걸렸다는 사실을 공개했습니다. 록 허드슨은 자신이 에이즈 환자임을 밝힌 최초의 인기 연예인이었습니다. 동성애 사실을 공개한 연예인으로도 처음이었습니다. 그 발표는 전 세계인들에게 에이즈 경각심을 다시 한번 일깨워 주었습니다.

세계 영화 팬들을 매료시켰던 미남자가 에이즈로 인해 보기도 힘들 정도로 초췌해진 사진을 보면서 사람들은 깊은 슬픔과 동정을 금할 수 없었습니다. 허드슨은 1985년 10월 2일, 에이즈로 인한 합병증으로 캘리포니아의 베벌리힐스에서 세상을 떠났습니다.

록 허드슨은 유명 배우로서뿐 아니라 자신을 드러내 보임으로써 무서운 전염병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준 용기 있는 연예인으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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