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6년과 1997년 최고조에 달했던 북한의 대기근이 특히 북한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습니다. 북한 정권이 모든 자원을 정권 유지에 이용하는 과정에서 어린이들이 희생됐다는 지적입니다. 이연철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에서 1990년대 중반 발생한 대기근이 북한 어린이들에게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가 밝혔습니다.
이 단체는 18일 발표한 ‘잃어버린 세대: 보건과 북한 어린이 인권 1990-2018’ 보고서에서, 1996년과 1997년 최고조에 달했던 심각한 식량난과 이어진 대기근에서 모든 연령대에서 사망률이 극적으로 증가했지만, 특히 어린이들이 심각한 영향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구체적인 조사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이번 보고서는 우리 연구원들이 존스홉킨스 대학과 협조를 해서 북-중 국경지대에서 조사도 하고 통계자료를 모은 보고서입니다.”
보고서는 중국 옌볜에서 1999년 7월과 2000년 6월 사이에 현지에 머물던 북한 출신 성인 2천692명을 면담해 파악한 1만 640명에 관한 정보를 분석한 결과를 예로 들었습니다.
분석 대상 가운데 14세 이하 어린이는 2천791명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했습니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5년부터 1998년까지 4년 동안 숨진 어린이는 모두 188명이었습니다.
이 가운데 북한의 대기근 초기인 1995년에 숨진 어린이는 24명으로 전체의 12%에 그쳤지만, 대기근이 본격화된 1996년에는 41명(21%), 1997년에는 66명(35%), 1998년에는 57명(30%)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또한, 어린이들의 사망 원인으로는 기아와 영양 실조가 83명으로 전체의 44%를 차지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잃어버린 세대는 북한 정권에 의해 희생된 세대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북한 정권이) 고난의 행군과 그 이후로 주민들의 보건과 인권을 무시하고 위반하면서 모든 자원을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서 이용했는데요, 그 과정에서 한 세대가 희생됐습니다. 그것이 바로 북한의 잃어버린 세대, 북한의 아이들이죠.”
보고서는 1995년부터 1998년 사이 태어난 북한 어린이들이 그 이전이나 이후 태어난 어린이들보다 키가 작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또 한국에 정착한 북한 어린이들과 한국의 어린이들을 비교한 4건의 연구에서 모두 북한 어린이들이 한국 어린이들보다 키가 작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습니다.
보고서는 199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건실하게 보이던 북한 보건 체계가 이른바 ‘고난의 행군’ 시작과 함께 붕괴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병원에는 의약품이 부족하고 의료진들은 환자들에게 뒷돈을 요구하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북한 주민들의 신체 건강뿐 아니라 정신 건강도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에 정착한 탈북민 383명을 대상으로 최근 실시된 연구에서, 불안(60.1%)과 우울(56.3%),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22.8%) 등의 증상들이 북한에서 경험한 인권 유린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소개했습니다.
이밖에 대기근 이후 어린이들이 학습의 연장이라는 구실로 강제노동을 수행하면서 때로는 하루 11시간 이상 일하는 등 북한의 교육체제도 급격하게 악화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북한의 대기근과 그 이후 북한 어린이들의 인간 안보와 인권이 너무나 열악한 상황이라며, 이번 보고서를 통해 이 문제가 집중 조명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유엔과 미 정부기관 등 북한 인권 상황에 관심이 있는 단체들이 이 보고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할 것이라는 희망을 가져봅니다.”
북한인권위원회는 18일 미 의사당 건물에서 보고서를 공식 발표하는 행사를 개최할 예정입니다.
이 행사에는 토마스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이 참석해 연설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이연철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