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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내 탈북민들 “기쁨과 아픔 교차하는 추수감사절”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주로 먹는 칠면조 구이와 요리들. (자료사진)
미국인들이 추수감사절에 주로 먹는 칠면조 구이와 요리들. (자료사진)

미국은 어제(28일)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이었습니다. 이 날을 맞아 미국 내 탈북민들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구들과 함께 오붓한 시간을 보냈는데요, 탈북민들에게 추수감사절은 기쁨 만큼이나 아픔도 크게 느껴지는 날입니다. 김영교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매년 11월 넷째 목요일에 찾아오는 추수감사절은 미국인들에게 미국 전역에 흩어져 사는 가족과 친지들이 모이는 날입니다.

시카고에서 대학교를 다니고 있는 데비 김 씨는 오전에 학교에서 하는 파트타임 일을 끝낸 뒤 오후에는 아버지와 함께 식사 모임에 초대 받아 갔습니다.

그 자리에는 다른 탈북민을 포함한 한인들이 모였습니다.

[녹취: 데비 김] “저보다 좀 위이신 언니들이 있어요. 일하시는 분들도 있고 공부하시는 분들도 있어요. 이런저런 일상적인 얘기 하고 감사 나누고 그러지요.”

미국에 온 지 5년이 된 데비 김 씨는 장학금을 받으며 대학에서 생물학을 공부하고 있습니다.

[녹취: 데비 김] “잘 하긴, 그냥 열심히 하는 거죠.”

추수감사절은 북한이나 한국에는 없는 명절이라 처음에는 생소했지만, 이제는 익숙해졌습니다.

[녹취: 데비 김] “추수감사절 하면 미국이 처음 시작될 때가 생각나고. 또 좋은 것 같아요. 한 해를 돌아보면서 감사를 나누고, 그런다는 것 참 멋진 명절인 것 같아요.”

미 동부 버지니아주에 거주하는 30대 탈북 남성도 추수감사절을 맞아 친구들과의 모임으로 하루를 보냈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가족 같이 지내는 분들이 있어서 그 분들 집에 가서 저녁을 같이 하고… 그동안 지낸 회포도 나누고, 먼데서 오신 가족 분들도 계시니까 살아가는 얘기도 하고. 같이 그냥 수다 떠는 거죠. 티비도 같이 보고. 영화도 보고.”

추수감사절은 한 해를 돌아보고 감사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는 날로 다가옵니다.

[녹취: 30대 탈북 남성] “내가 올해도 이렇게 정착하고 잘 살아가고 있구나. 미국에 이민 와서 몇 년 동안이나 정서적으로나 다른 면으로나 어려움이 있었지만 좋은 분들 만나서, 주변에 가족 같은 분들 만나서 잘 살아가고 있구나.”

역시 버지니아주에 사는 데보라 최 씨 가족은 다른 다섯 가족들과 함께 근교로 나와서 시간을 보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지금 버지니아주 윌리엄스버그에 있는 실내 물놀이장에 놀러왔거든요.”

추수감사절 날 만큼은 다른 비슷한 처지에 있는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데보라 최 씨는 말했습니다.

[녹취: 데보라 최] “북에서 다들 친척 형제 부모님 다 떨어져서 왔잖아요. 그래서 저희들끼리 같은 아픔을 갖고, 같은 외로움을 가진 사람들끼리 서로 모여서 추수감사절 만큼은 다들 같이 쇠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10년 가까운 미국 생활에 모두들 잘 적응하고 있지만, 아직도 잘 맞지 않는 게 있습니다.

바로 추수감사절의 전통 음식인 칠면조 요리입니다.

[녹취: 데보라 최] “아, 저희가 몇 번 그것을 해봤는데요. 아직은 터키(칠면조)는 입에 안 맞는 것 같다… 터키는 다들 노력은 하는데 아직도 적응은 안되고… 저희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준비를 해서, 여기 와서 북한 음식, 한국 음식, 미국 음식, 다 다양하게 집집마다 준비를 했거든요. 푸짐하게. 저희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즐기고 있습니다.”

이렇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쉬면서 가족, 친구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지만, 그렇지 못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켄터키 주의 폴 한 씨는 이날도 바쁜 하루를 보냈습니다.

[녹취: 폴 한] “지금 일하러 갔다가 집에 가고 있어요. 계속 바쁘죠. 외로울 새가 있어요? 사는 게 바쁘다 보니까. 외로움이 뭔지.”

그럼에도 올해 추수감사절은 남다른 의미가 있습니다.

아내 에스더 씨의 미국 영주권이 얼마 전 나왔기 때문입니다.

[녹취: 폴 한] “저녁에 맛있는 것 먹고 저녁에 또 쇼핑도 가고. 블랙 프라이데이라고 하길래. 가서 살 것 있는지 모르겠지만, 재미 삼아 가는 거죠.”

‘블랙 프라이데이’는 추수감사절 다음 날인 금요일을 가리키는 말로, 미국 백화점이나 상점들은 이날 1년 중 가장 큰 폭의 할인 행사를 진행합니다.

탈북민들에게 추수감사절은 떠나온 고향을 떠올리게 하는 날이기도 합니다.

캘리포니아 주에 거주하는 제임스 리 씨입니다.

[녹취: 제임스 리] “저희야 뭐 오고 갈 데 없는 어찌 보면 외로운 사람들인데. 북쪽 하늘 바라보면서 가족들 기억하고 지나간 일들 기억하면서, 어찌 보면 좀 서럽게 보내죠. 솔직한 심정으로요.”

잠깐 잊고 순간 즐겁게 지낼 수는 있어도, 늘 고향과 그 곳에 있는 혈육에 대한 그리움은 남아있다는 겁니다.

[녹취: 제임스 리] “이런 날이 오면 그립고 보고 싶고, 그들이 자꾸 기억나요. 어쨌든 간에. 기쁨보다 마음 한쪽 구석이 아픈 것이 더 많죠. 외로움하고. 그게 현실이에요.”

제임스 리 씨는 그래도 본인은 가족이 모두 함께 북한을 떠나왔기에 다른 사람들보다는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제임스 리] “저는 와이프하고 아이들 두 명 있죠. 다 데려온 사람들이죠. 그래도 혼자 계신 분들보다는 많이 낫죠. 여기 혼자 계신 분들이 많은데요. 많이 위안이 되죠. 저는.”

VOA 뉴스 김영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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