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총회가 ‘인신매매 철폐 글로벌 행동계획’에 대한 정치적 선언을 채택했습니다. 인신매매라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일치된 행동에 나설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한 것인데요,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 인신매매 피해를 더욱 악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22일 열린 제76차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인신매매 철폐 글로벌 행동계획에 대한 2021년 정치적 선언’이 채택됐습니다.
[녹취: 압둘라 샤히드 유엔총회 의장] “May I take it that the assembly decides to adopt draft resolution A/76/L.11. It is so decided.”
유엔총회는 결의안을 표결 없이 ‘합의’ 방식으로 통과시켰습니다.
[녹취: 카리 존스톤 수석부국장] “The U.S. welcomes the adoption of this political declaration, we have long been committed to preventing and combating trafficking in persons and advocating for survivors.”
카리 존스톤 미 국무부 인신매매퇴치감시국 수석부국장은 이날 회의에서 정치적 선언의 채택을 환영한다며 “미국은 오랜 기간 인신매매 예방과 근절에 전념해 왔으며, 생존자들을 지지해 왔다”고 밝혔습니다.
코로나로 인신매매 피해 악화
지난 2010년 유엔이 채택한 ‘인신매매 철폐 글로벌 행동계획’ 이행 상황에 대한 고위급 회담은 4년에 한 번씩 열립니다.
유엔 회원국들은 올해 채택한 선언에서 “인신매매라는 ‘극악무도’한 범죄를 종식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일치된 행동에 나설 강력한 정치적 의지를 천명한다”고 밝혔습니다.
또 인신매매가 인간 존엄과 신체적 온전성, 인권에 대한 심각한 범죄라고 지적하며,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를 불법화 하는 노력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아울러 인신매매 피해자들과 생존자들에 대한 연대를 밝히며, 특히 여성과 어린이에 대한 지속적인 인신매매를 심각하게 우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선언문은 인신매매 척결을 위한 재원 부족에 우려를 나타내며 각국 정부, 국제기구, 비정부기구들이 기금 조성에 기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세계적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대유행이 인신매매와 관련된 취약성을 더욱 악화시킨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나타낸다”고 밝혔습니다.
인터넷 공간을 비롯해 인신매매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의 수가 늘었고, 인신매매단이 피해자들을 유기하거나 억류를 장기화하고, 피해자들은 도움에 대한 접근이 제한됐으며, 일을 하거나 집으로 돌아갈 기회가 거의 또는 전혀 없다는 것입니다.
이에 따라 인신매매 피해자들은 견디기 힘든 생활환경에 놓여 있다고 선언문은 지적했습니다.
선언문은 또 코로나 기간 동안 성폭력이 세계적으로 늘었다고 밝혔습니다.
쇼반 멀랄리 유엔 인신매매 특사는 코로나 사태 이후 특히 여성과 어린이가 더 큰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멀랄리 특사] “The Covid-19 pandemic has had a gendered impact. With rising poverty and unemployment disproportionately affecting women and girls, we are receiving reports of increases in early child and forced marriages, indicators of increases in trafficking.”
세계 곳곳에서 코로나로 인한 가난과 실업이 여성과 소녀들에게만 지나치게 영향을 주고 있으며, 어린이 결혼, 강제혼, 인신매매가 늘고 있다는 보고를 받고 있다는 것입니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차장도 “코로나로 인한 이동과 여행의 제한으로 인신매매 희생자들이 보호소, 식량, 보건, 법적 지원에 접근하는데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모하메드 사무차장] “Human trafficking, a crime that is often hidden in plain sight, has retreated further into the shadows of our global economy and the dark corners of the Internet.”
평소에도 은밀히 진행되는 인신매매가 이제는 세계 경제의 그늘 속으로, 인터넷의 어두운 구석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모하메드 사무차장은 인신매매단이 인터넷을 통해 희생자들을 모집하고 착취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 북한 인신매매 실태 거듭 지적
한편, 유엔과 미국 등 각국 정부는 북한의 심각한 인신매매 실태를 거듭 지적하고 있습니다.
다음달 유엔총회 본회의에서 다뤄질 북한인권 결의안은 ‘북한에서 장기간 지속되는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 침해를 강력하게 규탄’하며 인신매매 문제도 다뤘습니다.
여성과 소녀들이 기본권을 침해 당하고 있고, 이에 따른 탈북으로 매춘과 강제결혼 등을 위한 인신매매의 표적이 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결의안은 이와 관련해 북한 정부에 대한 권고를 통해 탈북의 근본 원인을 해결하고 인신매매의 희생자들을 처벌하지 않으며, 특히 여성들의 경우 처벌이 아닌 적절한 지원을 제공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미 국무부는 지난 7월 ‘2021 인신매매 실태 보고서’에서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했습니다.
국무부는 북한을 최하위인 3등급 국가로 지정하며 “북한 정권이 인신매매 퇴치의 최소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고 있다”며, 코로나 상황을 고려한다 해도 북한은 이와 관련한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어 3등급 국가로 남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에 따라 미 국무부는 2003년 이후 19년 연속 북한을 최악의 인신매매 국가로 지정하고 있습니다.
보고서는 여성과 아동이 성매매 위험에 놓여 있다는 것을 강조하면서, 특별히 학비를 내지 못하는 북한 내 여대생들과 중국의 탈북 여성들이 이 같은 성매매에 취약한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영국의 민간단체 ‘코리아 퓨처’도 2019년 중국 내 탈북 여성들의 실태에 대한 보고서에서 북한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 실태를 고발한 바 있습니다.
이 단체는 탈북 여성의 인신매매와 성매매 등과 관련된 ‘지하시장’ 규모가 1억 500만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