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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RW, 한국 대선 후보들에 북한인권법 관련 질의…“후보들 북한 인권 공약 대조적”


지난 2018년 6월 문이 닫힌 서울 마포구 소재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지난 2018년 6월 문이 닫힌 서울 마포구 소재 북한인권재단 사무실.

한국의 20대 대통령 선거가 40여 일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가 한국의 주요 대선 후보들에게 북한 인권 정책 등과 관련해 공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주요 후보들은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매우 대조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는데, 국제 인권단체와 전문가들은 차기 대통령이 북한인권법을 시행하고 유엔의 북한인권결의안에 적극 관여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자산 2억 5천만 달러 이상을 보유한 세계 최대의 인권단체 가운데 하나로 100여 개 나라의 인권 상황을 감시·옹호하는 휴먼라이츠워치가 한국의 주요 대통령 후보들에게 인권 관련 공개 질의서를 보냈습니다.

이 단체는 27일 발표한 성명에서 지난 25일 자로 한국의 4대 정당 대선 후보들에게 15개 질문이 담긴 질의서를 보냈다며, 3월 9일 실시될 대선에 맞춰 다음 달 24일에 후보들의 답변을 공개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윤리나 한국선임연구원은 성명에서 차기 한국 대통령은 날로 발전하는 한국의 경제적·세계적 위상에 맞춰 국내외 인권정책을 발전시켜야 한다며, 시급한 사안에 대한 인권정책, 남북한 관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밝혀 유권자들의 올바른 선택을 도와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휴먼라이츠워치는 질의서에서 북한 인권과 관련해 후보들에게 두 가지를 질문했습니다.

북한인권법이 명시한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지명 관련 구체적 단계와 일정 제시, 유엔 인권이사회와 유엔총회를 포함해 국제적으로 북한의 인권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한국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와 후보 자신의 대북 인권 정책 설명을 요청한 겁니다.

이런 질의는 대선 후보들에게 북한 인권에 대한 관심을 압박하며 개선 노력의 강화를 촉구하려는 의도로 보입니다.

이 단체는 앞서 지난 13일 발표한 연례 세계인권보고서에서 한국 정부가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 참여를 거부했고, 북한인권재단 설립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 등 북한인권법을 제대로 시행하지 않았다고 비판했었습니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이 시민적, 정치적 권리를 제한하고 북한인권 운동가들의 활동을 더 어렵게 만드는 등 한반도에서의 인권 증진에 별다른 기여를 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HRW 보고서 발표 성명] “Sadly, President Moon hasn’t done much for human rights on the Korean peninsula, limiting civil and political rights in South Korea while making it harder for North Korean rights activists in the South to operate.”

이 단체의 케네스 로스 사무총장은 이번 주 VOA와의 인터뷰에서 인권 변호사 출신인 문재인 대통령이 “인권을 안보 긴장 완화 논의를 위해 맞바꿀 문제로 보고 있다”며 “이것은 편협한 관점”으로 “북한 인권 증진이 평화 의제와 상반된다는 관점은 근본적으로 잘못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로스 HRW 사무총장] “Sadly, he has viewed human rights as something that needs to be traded off in order to discuss reducing security tensions…but that is a too narrow perspective… I think this view that promot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is somehow contrary to the peace agenda, is just fundamentally mistaken.”

미국의 인권 관련 전직 관리들과 전문가들 역시 문재인 정부의 현 대북 인권정책에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며 차기 한국 대통령은 이런 정책을 바꿔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27일 VOA에, 집권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문재인 대통령과 같은 대북 정책 방향,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기존 대북정책에 더 신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누가 대통령에 당선되든 북한 인권 문제에 적극 관여하고 남북 접촉과 이산가족 상봉 기회 증진 등 여러 인권 문제에 대해 북한 당국을 더 압박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녹취:킹 전 특사] “I would hope that whoever is elected president of South Korea will be willing to engage on the human rights issues and press the North Koreans on human rights issues in terms of improving contacts, allowing family members to meet providing better opportunities for South Koreans to engage with relatives,”

킹 전 특사는 또 차기 한국 정부와 미국이 북한 인권 증진을 위한 공조를 다시 강화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장(COI)도 최근 VOA와의 인터뷰에서 차기 한국 대통령이 지난 4년간의 경험을 통해 배우길 바란다며, “침묵으로 성과를 낼 수 있는 것은 거의 없기 때문에 북한 인권 상황에 다시 관심을 높여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도 VOA에, “차기 한국 대통령은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복지에 대해 연대감을 표시”하고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하며,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에 다시 동참해야 한다고 권고했습니다.

[녹취: 코헨 전 부차관보] “One to express solidarity with the human rights and welfare of the North Korean people go beyond government relations... Implement the North Korean Human Rights Act that would be a second recommendation,”

하지만 킹 전 특사가 지적한 대로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는 두 후보의 북한 인권 공약이 첨예하게 달라, 누가 청와대에 입성하느냐에 따라 노선이 크게 엇갈릴 것으로 보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재명 후보는 지난해 북한 주민들에게 전단과 USB 등 물리적으로 외부 정보를 보내는 모든 시도를 금지하는 “대북전단금지법은 평화 수단”이라며 적극 옹호하고 유엔과 미국 의회에 지지를 요청하는 서한까지 보낸 바 있습니다.

또 과거 인터넷 사회관계망을 통해 북한에 전단을 보내는 탈북 운동가들을 향해 “푼돈을 벌려고 북한인권운동을 빙자해 저질 대북전단으로 국가 위신을 떨어트린다”며 “이들에게 법의 엄중함과 권위를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한국 정부의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기권을 “옳은 결정”이라고 옹호했었고 지난해 11월 외신기자클럽 초청토론회에서 밝힌 대북 정책에서는 인권에 관한 언급 없이 남북 관계 개선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재명 후보] “이제 이념과 체제의 경쟁은 의미도 실익도 없습니다…저는 경기도지사 때인 2020년 8월 '대북 온실 건설용 자재 지원'에 대해서 독자적으로 유엔 제재 면제를 승인받은 바가 있습니다. 대통령이 되면 대북 인도적 지원, 보건의료협력, 그린협력에 적극적으로 나서겠습니다.”

하지만 제1야당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인류 보편적 가치인 인권에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며 북한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습니다.

윤 후보는 지난 24일 외교안보 관련 비전 발표 회견에서 이런 입장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후보] "말로는 인권을 외치면서 북한 정권의 눈치를 보며, 북한 주민의 참혹한 인권상황을 외면하는 것은 위선입니다. 북한인권법을 충실히 이행하겠습니다.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UN과 적극 협력하고 국제사회와 힘을 모으겠습니다.”

윤 후보는 또 탈북민 대우와 관련해 26일 ‘이북5도민 탈북민 신년하례식’에 참석해 “먼저 온 통일인 3만 4,000여 탈북민이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자유 대한민국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며 탈북민 출신 국회의원인 태영호 의원을 ‘탈북민 다문화 이북5도민 위원회’ 위원장으로 임명했습니다.

최근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0~15%를 보이는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도 앞서 “대화 국면에서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은 당연히 찬성해야 한다”며 북핵과 더불어 북한 인권 문제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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