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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북한인들에게 최고의 선물”


미국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소개 화면.
미국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서 시청할 수 있는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Crash Landing on You)' 소개 화면.

사랑하는 사람에게 마음의 선물을 전하는 2월 14일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을 선물하고 싶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최근 이 드라마에서 남북한 출신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들이 실제로 결혼을 발표하면서 주목을 받고 있는데, 남북한의 현실을 자세히 비교한 이 드라마를 통해 많은 북한 주민들이 세상에 눈을 뜰 수 있을 것이란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이달 초 서울에서 대학을 졸업한 탈북 여성 정미 씨는 2년여 전 세계적으로 큰 인기를 끌었던 한국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 주인공 배우들이 최근 결혼한다는 뉴스를 보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정미 씨] “오! 어떻게 드라마 촬영하다 어느 포인트에서 서로가 반해서 결혼까지 하게 됐지? (웃음) ”

한국 생활 10년째인 정미 씨는 14일 VOA에,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드라마에 익숙해져 이런 생각을 하지만, 사실 북한에서 봤던 드라마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고 말합니다.

북한 영화나 드라마는 가부장적 문화 속에 어떤 내용이든 당과 수령에 대한 충성으로 귀결되지만, ‘사랑의 불시착’에 나오는 주인공 ‘이정혁’처럼 여성을 배려하고 친절하며 멋진 한국 남성을 보면 설렐 수밖에 없다는 겁니다.

[녹취: 정미 씨] “어휴~ 반하죠! (웃음) 아니 가부장적이잖아요 북한은! 그렇다 보니 그런 것은 진짜 100년 뒤에나 이뤄질? 그런 남자죠. 한국에 가면 남자들이 다 저렇겠구나 생각을 할 것 같아요. (한국에 오니 실제로) 드라마의 100%는 아니지만 60~70%는 그런 것 같아요 ”

한국에서 유튜브 채널을 진행하는 탈북 여성 강나라 씨의 생각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녹취: 강나라 씨] “(북한에) 현빈 같은 남자들이 있었다면 왜 제가 여기 (한국)까지 왔겠습니까? 이렇게 힘들게 왜 여기까지 왔겠냐고요? 안 오지!”

‘사랑의 불시착’은 미국의 세계적인 인터넷 스트리밍 업체 ‘넷플릭스’를 통해 방영됐던 한국 드라마로 일본과 중국 등 세계 여러 나라에서 큰 인기를 끌었고 북한에도 밀반입돼 주민들도 많이 시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녹취: ‘사랑의 불시착’ 홍보 영상] “난 지금 북한에 와 있다! 어디 다친 데는 없소?”

패러글라이딩 사고로 북한에 불시착한 한국의 재벌 여성 윤세리와 북한 군관(장교) 리정혁의 사랑을 그린 이 드라마는 남북한 현실을 매우 잘 비교했다는 호평을 받았고, 주인공을 맡았던 배우 손예진과 현빈이 최근 결혼 계획을 발표하면서 국제적으로도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미국의 ‘LA 타임스’ 신문은 14일 소중한 사람에게 사랑을 전하는 밸런타인데이를 맞아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TV 드라마의 환상적 로맨스가 미국 시청자까지 사로잡는 이유를 자세히 분석하기도 했습니다.

정미 씨 등 여러 탈북민은 VOA에, 세상에 진실의 눈을 뜨게 해주는 드라마 ‘사랑의 불시착’은 북한 주민들에게 밸런타인데이 최고의 선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미국에서 최근 대학을 졸업한 뒤 서부 지역에 사는 북한 평안북도 출신 김두현(제이크 김) 씨입니다.

[녹취: 김두현 씨] “최고의 선물이죠. 지금까지 살면서 이런 드라마를 본 적이 없잖아요. 그리고 꿈을 꾸죠. 아 나도 저런 세상에서 태어났더라면. 저 세상에서 지금 살고 있다면. 이런 선물을 할 수 있다는 자체가 가장 친하고 가장 믿을만하고 가장 사랑하는 사람에게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상식적인 북한인들이라면 자신들의 삶과 한국인들의 삶을 자세히 비교할 수 있는 여러 장면을 통해 눈이 뜨일 것이란 겁니다.

[녹취: 김두현 씨] “(드라마에) 도청을 계속하는 귓대기란 사람이 나오잖아요. 그걸 보면서 한국에서는 아 이것을 되게 우습게 생각하고, 이상하니까 드라마에도 나오겠지. 주민들이 그전에는 도청하는 게 당연하고 그래서 우리가 조심하면 되지 이렇게 생각하다가 ‘아! 이게 인권 침해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탈북민들은 북한 주민들이 드라마 속 한국을 방문한 북한 군인들을 통해 24시간 전기를 쓰고 온수가 나오며, 아파트에 아궁이 대신 보일러, 여름에는 냉방기가 있어서 벽의 스위치만 누르면 모든 게 해결되는 한국 사회를 보며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합니다.

이런 이유 때문에 북한의 대외 선전매체들이 ‘사랑의 불시착’ 방영과 북한의 멸망 위기를 그린 영화 ‘백두산’ 개봉 시기에 이를 강하게 비판했다는 겁니다.

실제로 북한 대외선전매체 ‘우리민족끼리’는 이 시기에 “절대로 용납할 수 없는 극악무도한 도발 행위’라는 제목의 논평에서 “최근 남조선 당국과 영화 제작사들이 허위와 날조로 가득 찬 허황하고 불순하기 그지없는 반공화국 영화와 TV 극들을 내돌리며 모략 선전에 적극 매달리고 있다”고 강하게 반발했었습니다.

한국의 ‘데일리NK’ 등 여러 매체들은 북한 무산에서 ‘사랑의 불시착’을 시청한 주민들이 지난해 8월 공개재판을 받고 처벌을 받는 등 북한 지도부가 반동사상문화개혁법과 청년교양보장법 채택을 통해 비사회주의 척결을 지금까지도 대대적으로 벌이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북한 자강도 출신 정유나 씨는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북한 정권이 반발하는 이유를 주민 입장에서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사랑의 불시착’이 북한 정권의 거짓 선전을 조목조목 반박하고 현실을 정확히 보여주기 때문에 김정은 정권이 불안해한다는 겁니다.

[녹취: 정유나 씨] “사랑의 불시착에서 정말 신랄하게 보여주지 않았습니까? 인권이 있는 나라에서 그렇게 갑자기 보위부에서 숙박 검열 나왔다고 자고 있는 사람 집에 구둣발을 턱턱 들여 넣고 들어올 수 있습니까? 대한민국 민주주의 국가에서는 상상도 못하는 일입니다. 북한에서 항상 하는 얘기가 있어요. 너네 국제사회는 우리 북한 인권 떠들지 마라. 왜? 우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만의 인권법이 있다. 너네가 뭔데 이래라 저래라야? 했단 말입니다. 그런데 사랑의 불시착 보십시오. 그런 북한의 실상을 낱낱이 까발렸다!”

탈북민 윤설미 씨는 이런 드라마를 통해 일부 북한인들은 뉴스에도 관심을 갖는다고 말합니다.

[녹취: 안찬일 TV-윤설미 씨] “북한 주민들이 요즘에는 야 더 찐한 것 없니? 그 찐하다는 게 뉴스라는 의미입니다. 왜? 뉴스는 정치와 관련돼 있으니까. 그러니 정치적 맹아시기에서 눈을 뜨기 시작했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거죠! 그래서 요즘 북한 정권이 이렇게 드라마 한 편 보면 아주 쥐잡듯이 사람들을 잡잖아요. 이게 북한의 허구성을 인식하는 순간 반정부 시위도 일어날 수 있는 엄청나게 큰 거란 말이죠. 그러다 보니 정말 목숨을 걸고 막고 있는 게 아닌가?
(안찬일 박사: 그렇죠. 문화적인 것은 연출 각색될 수 있지만, 뉴스를 원한다는 것은 팩트를 원한다, 진실을 원한다.)”

수미 테리 우드로윌슨센터 한국 담당 국장 등 미국의 여러 한반도 전문가들도 이런 대중문화를 중심으로 한 연성의 힘 즉 ‘소프트 파워’가 북한 주민들의 인식 변화에 중요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분석합니다.

[녹취: 테러 국장, CSIS 토론회] “So, it is really chipping away at the regime myth in the North, so I do think a soft part has amorphous, it might be amorphous, but it does have a real power and it can be a force for greater freedom.”

한국의 대중문화가 북한 정권의 신화를 조금씩 깨뜨리고 있으며 일정한 형태는 없지만 실질적인 힘을 갖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북한 내 더 큰 자유를 향한 동력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탈북민들은 “북한 정권에 정책이 있다면 주민들에게는 대책이 있고, 노동당에 대항할 장마당도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사랑하는 고향 주민들에게 ‘사랑의 불시착’ 같은 한국 대중문화가 훨씬 더 많이 들어가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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