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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풍경] 북한 전쟁고아 다큐 ‘김일성의 아이들’ 미국 내 상영


다큐영화 '길일성의 아이들을' 만든 김덕영 감독.
다큐영화 '길일성의 아이들을' 만든 김덕영 감독.

매주 금요일 북한 관련 화제성 소식을 전해 드리는 ‘뉴스 풍경’입니다. 한국전쟁 당시 북한에서 동유럽으로 보내졌던 북한 고아들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김일성의 아이들’이 미국의 학술영화제에서 상영됩니다. 장양희 기자가 전해 드립니다.

[뉴스 풍경] 북한 전쟁고아 다큐, ‘김일성의 아이들’ 미국 내 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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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아이들은 전통옷을 입고 그들의 노래를 불렀습니다.”

[영상 녹취: ‘김일성의 아이들’] “장백산 줄기줄기 피어린 자욱, 그 이름도 그리운 우리의 장군, 아.. 그 이름도 빛나는 김일성 장군..”

할아버지가 선창을 하고 뒤에 앉았던 할머니가 나서며 3 명이 동시에 김일성 찬가를 부릅니다.
어떻게 이 노래를 아직도 기억하느냐는 물음에 “같이 노래를 불렀다”고 대답하는 이들은 70여년 전 북한에서 온 어린이들과 우정을 나눴던 불가리아의 평범한 노인들입니다.

김덕영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꼽았습니다.

[녹취: 김덕영 감독] “인터뷰하다가 갑자기 노래를 하는 거예요. 정확한 한국말을 하는 거에요. 한국말을 모르는 한국과 전혀 무관하게 살았던 인생을 살았던 불가리아 노인들이 지금 뭐 80이 넘은 노인들이 한국 노래를 하는 거야, 한국말로. 인터넷 중에 갑자기 시키지도 않았는데. 제가 솔직히 깜짝 놀랐어요. 끝난 다음에 이게 무슨 노래지 하고서는 숙소에 가서 호텔에 가서 인터넷을 찾아본 거예요. 근데 그게 뭐였냐면 김일성 찬가였어요.”

70-80대 노인이 되어서도 저절로 따라 부르는 노래.

김 감독은 매일 같은 노래를 반복했던 북한 고아들과 이들의 깊은 인연에서 답을 찾습니다.

[영상 녹취: ‘김일성의 아이들’] ‘고향의 봄’ 배경음악
지난 2020년 한국에서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김일성의 아이들’은 한국전쟁이 발발한 1950년에서 1952년 사이 폴란드, 체코, 루마니아, 불가리아, 헝가리 등지로 보내진 북한의 전쟁고아들과 현지인들의 애틋한 사랑과 우정을 담은 기록영화입니다.

냉전 당시 미국과 옛소련 간 체제경쟁 하에서 사회주의의 우월성을 선전하기 위해 시행된 ‘김일성의 위탁교육’이 시대적 배경이 됐습니다.

영화는 제작팀이 5개 나라에서 만난 현지인 인터뷰, 현지 학교와 보육원, 도서관 등 공공기관에 소장된 자료, 그리고 전문가 인터뷰로 당시 상황과 현재를 감독의 시선으로 풀어냅니다.

영화는 2020년 개봉 후 로마국제무비어워즈 다큐멘터리 부문 최우수 작품상 수상을 비롯해 미국 뉴욕국제영화제, 프랑스 니스국제영화제에 이어 미국 아시아연구학회 영화제까지 총 17개 국제영화제 본선에 진출하는 등 많은 관심을 받았습니다.

3월 24일부터 27일까지 미 하와이주 호놀루루 컨벤션센터에서 열리는 아시아연구협회 영화박람회(AAS 2022 Film Expo)는 30개 학문 분야에 걸쳐 아시아의 모든 나라를 연구하는 전세계 최대 규모인 아시아연구협회(Association for Asian Studies) 연례 행사 중 하나입니다.

이 단체는 전세계에 5천여명의 회원을 두고 출판물, 온라인 자료, 지역 회의와 연례 회의를 통해 단체만의 고유한 전문 네트워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김덕영 감독의 ‘김일성의 아이들’은 이 단체의 초청으로 출품됐고 25일 오프라인으로 관객과 만납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사태로 영화 개봉 이후 발이 묶였던 김 감독은 오프라인 행사임을 환영하며 미국 내 세 번째 상영인 이번 영화박람회의 학술적 성격에 의미를 두고 있습니다.

[녹취: 김덕영 감독] “시카고 일리노이에 기반을 둔 아시아에 대한 연구 아시아 뭐 문화 역사 전통 또는 뭐 여러 가지 같은 것들에 대해서 지속적으로 관심을 갖고 왔던 단체구요. 꽤 저명한 국제적인 연구자들이 많이 포함이 되어 있는 그런 권위있는 단체예요..”

김 감독은 이 영화에 대해 냉전시대 희생자들의 비극적 운명이 현재에 질문을 던지고 있는 것이라며, 자료와 증인들의 증언 등을 통한 기록물로서의 가치를 강조했습니다.

영화에 따르면 1950년부터 1960년까지 동유럽에 머물렀던 북한 전쟁고아들은 총 5천여 명으로 루마니아에 2천500명, 폴란드 1천여명, 체코 700명, 헝가리 500명, 불가리아에 500명 등입니다.

15년에 걸쳐 제작한 이 영화 속에서 사진과 편지, 건물과 기념탑, 학교에 고스란히 보관된 고아들의 학적부, 특히 당시를 기억하는 현지인들의 생생한 증언은 북한 고아들의 존재를 재발견하게 합니다.

아이들의 일상을 찍은 영상물에는 당시 동구권 국가들이 연대해 재정 부담을 지면서 북한 고아들을 잘 먹이고, 입히고, 치료했던 모습, 북한 교사로부터 주체사상을 교육받고 열병식에 참여하는 등 일상이 그대로 담겼습니다.

그러면서도 부모를 잃은 상실감과 슬픔에 힘들었던 아이들이 또래의 현지 아이들과 교사들과 깊은 정을 쌓으며 교사에게 ‘엄마’라고 부르는 등 낯선 땅을 고향처럼 여기기까지의 여정도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급히 북송된 후 아이들과 현지인들이 주고받은 서신과, 이후 연락이 끊긴 채 70년 세월을 보내면서 이들의 모습이 남북한 이산가족과 크게 다르지 않음을 발견하게 됩니다.

북한에서 온 조정호 교장과 4년 간의 비밀연애 끝에 양국의 허락을 받아 결혼하고 평양까지 가게 된 루마니아 여성 제오르제타 미르초유 할머니.

외국인을 홀대하던 당시 평양에서 딸까지 낳았지만 갑작스런 남편의 실종과 그에 따른 고통, 남편이 살아있다는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는 이 여성은 최근 루마니아어-한국어 사전을 출간했습니다.

루마니아어를 잃어버렸을 남편을 위해 조금씩 정리한 것이 16만개 단어를 담은 사전을 완성하게 만든 겁니다.

영화에서는 루마니아 정교회가 죽은 자와 산 자를 위한 두 개의 초를 밝힌다며, 미르초유 할머니의 초는 산 자의 제단에 놓여있다고 설명합니다.

[영상 녹취: 루마니아어]

백발 노인의 모습인 미르초유 할머니는 “마치 나를 자기 아이처럼 사랑해 줬다”며 남편의 사랑을 기억하며 눈물을 흘립니다.

김 감독은 ‘김일성의 아이들’이 북한의 폐쇄성을 이해할 수 있는 열쇠가 된다고 설명합니다.

남편의 생사 확인을 위한 기나긴 여정, 인권단체까지 찾아가 전달했지만 돌아오는 답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김일성 주체사상이 탄생한 배경을 소개하는 대목도 일반 관객들에게 흥미롭게 다가옵니다.

한국전쟁 종전, 스탈린의 죽음, 북한 내 권력투쟁과 외교노선의 변화 등 긴장이 끊이지 않았던 당시 상황 속에서 자유의 바람이 불었던 헝가리 혁명에 가담하는 북한 청년을 급히 북송, 정치범 수용소에 보내는 등 북한이 김일성 주체사상을 만들었던 배경이 북한 고아의 역사를 통해 보여진다는 겁니다.

이에 더해 유럽의 문물에 익숙해진 수 천명 고아들이 북한으로 돌아오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던 김일성은 아이들을 전국에 뿔뿔이 흩어놨습니다.

이는 이미 계획된 일이었다고 영화는 전합니다.

[영상 녹취:루마니아어]

북한으로 돌아갔던 원둔촌이란 소년이 홀로 중국 국경을 넘어 폴란드로 가려다 늪에 빠져 사망했다는 소식은 폴란드 현지인들에게 충격이었습니다.

영화는 전낙원, 박인숙, 최병호, 원청동, 김영학 등의 이름을 부르며 붉어지는 눈시울로 카메라를 바라보는 북한 전쟁고아들의 백발 친구들의 영상 메시지도 담았습니다.
“우리집에서 구경하던 네 모습이 아직도 기억이 나며, 우리가 사는 모습을 신기해했지, 우리도 너와 비슷한 사람인데, 100살까지 오래 살아서 우리 꼭 다시 만나자”는 겁니다.

김덕영 감독도 희망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나레이션 녹취: 김덕영 감독] “이들의 이야기에는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자유에 대한 갈망과 순수한 사랑이 간직되어 있었다. 그것이 이 기록을 세상에 남기기 위해 노력했던 이유였을 것이다. 언젠가 폐쇄된 북한사회가 개방되어 북한의 전쟁고아들과 유럽의 친구들이 뜨거운 포옹을 하며 다시 만날 날을 기약해본다.”

영화 속에서 이름과 사진으로 등장했던 87명의 북한 전쟁고아들의 이름이 자막으로 흐릅니다.

‘김일성의 아이들’은 일본어와 영어, 독일어 자막으로 관람이 가능한 가운데 김 감독은 최근 다큐멘터리 형식인 이 영화를 상업영화로 제작하기 위한 시나리오 작업을 마쳤습니다.

김 감독은 ‘두 개의 고향’이란 제목의 이 영화가 폴란드 여교사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라며, 폴란드와 한국 제작팀의 합작영화가 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VOA뉴스 장양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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