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대북 인권단체들이 인권 침해 등 과거사 문제의 진상 규명과 배상 등을 다루는 유엔 특별보고관을 면담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설 수 있도록 특별보고관이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하는 자리였습니다. 김영교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과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이 14일 한국을 방문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파비앙 살비올리 진실·정의·배상·재발 방지 특별보고관을 만났습니다.
유엔 진실·정의·배상·재발방지 특별보고관은 전 세계의 과거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대응 자료를 수집하고 모범적인 사례를 발굴하면서 이와 관련한 권고사항을 관련국 등에 제시하는 임무를 맡고 있습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이날 면담에서 약 5만 명으로 추정되는 한국군 포로에 대한 북한 억류 문제의 진상 규명 필요성을 제기했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특히 한국 정부가 이 문제에 적극 나서지 않는 실태에 대해 지적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강제실종된, 지금 억류되어 있는 국군포로 분들의 고통, 그리고 진상규명을 얼마든지 한국 정부도 의지와 노력을 기울려 할 수 있는 것인데, 그동안 한국 정부가 북한과의 관계를 과잉 의식함으로써 그런 문제를 방치했던 것과 관련해 설명을 많이 했습니다.”
한국 정부가 한국군 포로와 관련해 민간 차원의 진상규명위원회를 만들지도 않고 정부 내에서도 전문성이 결여된 국방부 군축과에서 이 사안을 다루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아울러 북한을 탈출한 한국군 포로들이 북한 정부를 대상으로 소송을 벌여 한국 법원에서 배상 판결을 받아냈지만, 한국 정부의 모호한 태도로 법원이 판결을 제대로 집행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도 설명했다고 이 대표는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한국 정부가 전쟁 포로 문제에 대한 권위 있는 진상 규명을 위해 ‘진상조사 위원회’를 시급히 설립해야 할 필요성에 대해서 피력했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면담에서는 한국전쟁 당시 민간인 납북과 재일본 한인들의 북송 문제도 논의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특히 이들 단체는 앞서 한국 정부에 제출한 북한에 의한 강제실종 범죄에 대한 책임 규명 촉구 선언문과 북한의 중대 인권침해 관련 진상 규명을 위한 권고안을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에도 전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와 함께 한국이 ‘유엔 강제실종협약’에 아직 가입하지 않는 점을 상기하며, 향후 비준과 함께 후속 조치가 이뤄질 경우 신속한 진전을 위해 관심을 기울여 줄 것도 요청했다고 이영환 대표는 말했습니다.
한국 국회는 유엔 강제실종협약을 초당적으로 지지하고 있으며 조만간 비준 절차를 진행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영환 대표는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의 역할이 북한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는 않지만 적극적으로 권한을 활용하면 얼마든지 북한 문제를 다룰 수 있다는 기대로 이번 면담을 추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한국을 방문한다고 해도, 남한과 북한의 문제를 가리지 않고 전세계 문제를 다 다룰 수 있는 권한이 있습니다. 북한에 의한 문제들도 얼마든지 본인의 의지에 따라서 다룰 수 있는 그런 권한을 갖고 있기 때문에…”
15일 일주일간 방한 일정을 마무리하는 살비올리 특별보고관은 내년 9월 제54차 유엔 인권이사회에 이번 방한 결과를 반영한 보고서를 제출할 예정입니다.
VOA뉴스 김영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