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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한국 정부 북한인권정책 진단1부] “로드맵·구심점 약해…미한 글로벌 가치 동맹, 북한 인권에도 동일해야”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집무실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했다.
윤석열 한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집무실에서 취임 100일 기념 기자회견을 했다.

한국의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지 지난 17일로 100일이 지났습니다. 최근 대북 정책 기조로 북한의 비핵화를 전제로 대대적인 지원을 약속하는 ‘담대한 구상’ 등을 발표했지만, 북한 인권에 관해선 실질적인 로드맵이나 구심점이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자유와 인권에 관한 미한 글로벌 가치 동맹을 북한 인권에도 동일하게 적용해 달라는 주문입니다. 저희 VOA에서는 오늘과 내일 두 차례에 걸쳐 한국의 대북 인권 정책을 진단하고 미국과 국제사회의 평가를 들어 보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첫 순서로 한국에서 어떤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지 김영권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한국의 주요 대북 인권단체 가운데 하나인 북한인권정보센터를 설립해 20여 년간 북한 인권 피해사례를 기록해 온 윤여상 소장은 최근 한국 정부의 대북 정책에 대해 “답답함이 많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며 북한인권을 사실상 도외시했던 전임 문재인 정부와 달리 인권을 중시하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했지만, 피부로 느끼는 변화는 없다는 아쉬움입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저희가 느끼기에 실질적인 개선 조치나 피부에 와닿는 조치는 전혀 없습니다. 그래서 정권이 바뀌었다는 것을 실감할 수 없습니다. 이게 지금 어떤 상황인지, 어떤 현상인지에 대한 답답함을 여전히 갖고 있고 조기에 이게 해소되지 않으면 긴 침묵…”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 임명은 정부 직제에 공석으로 있던 자리를 임명한 것일 뿐 통일부는 책임규명의 핵심인 북한인권 실태조사 보고서 공개를 다시 거부했고 윤 대통령의 대북 기조인 ‘담대한 구상’에도 인권은 들어있지 않다는 지적입니다.

실제로 대선 전 공약과 당선 후 발표한 ‘110대 국정과제’에서 ‘북한 인권 개선’과 ‘대국민 북한 정보 서비스 개선 추진’을 밝혔던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주 발표한 ‘담대한 구상’에선 인권을 언급하지 않은 채 비핵화에 따른 대대적인 대북 지원과 협력을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

윤여상 소장은 한국의 역대 정부는 진보든 보수든 남북 관계에서 성과를 내려는 의욕이 앞서 북한의 근본적인 문제인 인권을 도외시하거나 적정 수준에서 관리하려는 모습을 보였다고 비판했습니다.

남북 관계가 경색됐을 때도 북한 인권을 강하게 제기한 정권은 없었으며 “관심의 표명만 좀 더 강하게 혹은 약하게 했을 뿐 실질적인 북한 인권 개선 정책을 시행한 정권은 없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윤여상 소장] “북한 인권은 관리의 차원을 넘어서 북한 주민들의 상황을 바꿔주는 거잖아요. 현상에 대한 변화죠. 그러나 현상에 대한 변화까지는 시도하지 않아야 한다는 게 정치권의 기본적 관점인 것 같아요. 그래서 북한 인권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지 않고 소극적 수준 혹은 관리 수준에서만 머무는 건 여야가 큰 차이가 없다고 보는 거죠.”

윤 소장처럼 윤석열 정부의 대북 인권 정책 전환에 큰 기대를 했다가 실망을 표하는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한국 내 탈북민들이 세운 최초의 민간단체인 탈북자동지회의 서재평 회장은 이제 정부 출범 100일을 갓 넘겼기 때문에 희망을 버리고 싶지 않다면서도 “국제사회가 우려를 거듭 제기하는 중국 등 3국 내 탈북민 문제에 관해 변화 움직임이 보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특히 북중 국경 봉쇄로 장기간 중국 내 구금 시설에 억류 중인 최소 수백 명 이상의 탈북민이 북송과 고문, 처형의 공포 속에 도움을 간절히 요청 중인데, 정부나 한국 정치권 모두 이들의 생명을 보호하는 데 관심을 거의 보이지 않고 있다고 우려했습니다.

[녹취: 서재평 회장] “민간단체들에서는 계속 정부에 대해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고 할 정도로 계속 목소리를 내는데 정부 쪽에서는 말 한마디 안 하는 부분, 윤석열 대통령이 중국 정부에 또는 유엔 등 다각적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그게 외교부도 입장이 없고 대통령실도 입장이 없다는 게 너무 아쉽고 아주 슬픕니다.”

서 회장은 미중 관계와 한중 관계가 예전보다 악화했다 하더라도 과거 정부 차원에서 탈북민 1천 명 이상을 구출했던 김하중 전 대사 때처럼 “정치·외교적으로 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며 윤 정부의 의지를 촉구했습니다.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며 “북한 인권 개선에 분명한 비전과 원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윤 대통령 등 정부가 표면적으로나마 북한 인권 개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은 고무적이지만, 실질적인 정책으로 이어지는 게 중요하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등 두들기고 협력 기조로 가고 대북 제재를 좀 완화한다고 해서 절대 북한 인권이 개선되지 않습니다. 이에 대한 분명한 원칙을 세우고 비전이 무엇이고 지키면서 해야 할 것들은 이것이란 청사진이 아직 나오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것이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이 전 대사는 북한인권법 이행이 여소야대 정국 속에서 더불어민주당에 막혀 어려운 상황이지만 “정부 차원에서 북한 인권 개선을 압박할 것들은 많다”고 말했습니다

가령 중국 내 탈북민들이 원하는 자유세계로 가도록 라오스, 태국 등 인근 국가를 비롯해 미국, 유럽연합과 공조하고 유엔 인권이사회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요청하며 확성기 방송 등 대북 정보 유입 활동도 정부 차원에서 강화할 수 있다는 예를 들었습니다.

이 전 대사는 이런 조율된 노력을 주도할 구심점이 필요하지만, 현 정부에 이런 체제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구심점이란 게 결국 대북 인권 정책을 총체적으로 창안하고 기획하며 정책으로 펼쳐나가는 한편 실질적으로 유엔에서의 활동, NGO와의 협력 관계 등을 다 구상하고 해야 하는데, 그런 게 지금은 부족한 것 같아요. 당연히 이 문제는 우리가 가장 적극적으로 핵 문제와 동등한 차원에서 다뤄져야 한다고 보고, 모든 대북 정책은 결국 두 가지 목적을 해결하기 위해 펼쳐 나가야 합니다. 첫 번째는 핵 문제이고 두 번째는 인권 문제입니다.”

이런 구심점을 통해 대통령실과 외교부, 법무부 등 정부 부처 간 긴밀한 조율이 필요하며, 여당인 국민의힘 의원들이 북한인권재단 출범을 위해 적극적인 의지를 갖고 야당을 설득하는 노력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는 겁니다.

아울러 이민복 대북풍선단장과 대북 민간 방송 단체 관계자들은 전임 정부가 북한 정권을 의식해 축소했던 대북 방송 출력을 정상화하고 전단 등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의식을 깨우는 노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윤석열 정부에서 대북전단금지법을 재고할 조짐은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합니다.

한 단체 관계자는 VOA에, “김정은 남매가 주민들에 대한 통제를 사상 최대 수준으로 강화하고 장마당 운영마저 파탄내는 악행이 어떻게 국제법에 위배되는지 그대로 북한 주민들에게 전할 필요가 있다”며 북한 정권의 향후 도발에도 “군사적 대응보다 주민을 상대로 한 캠페인이 훨씬 더 효과가 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제 인권법 전문가인 신희석 박사는 VOA에 북한과 협상해야 할 한국 통일부가 김정은 남매로부터 쓰레기라고 비난받는 탈북민들을 관리하고 북한인권기록센터를 운영하기 때문에 일관성이 없고 성과도 낮다는 지적이 있다고 말했습니다.

따라서 탈북민은 행정안전부, 북한 인권 조사는 법무부가 맡아 북한과 정치 외풍으로부터 자유롭고 공정하게 독립적으로 진행할 필요가 있다며 “시민사회단체들이 더 강하게 정부를 향해 책임 규명 노력을 촉구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일부 인권단체 관계자는 윤석열 정부가 출범과 동시에 전임 정부와의 차별화를 명확히 하고 행동으로 이를 증명하는 사례도 있는 만큼 비관적으로 보기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보였습니다.

북한 인권 기록조사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전임 문재인 정부와 비교하면 북한 인권에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며 대통령 취임식에 탈북 국군포로 3명을 주요 인사로 초청한 예를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100일 동안의 속도가 그렇게 더딘 것은 아니었다고 생각합니다. 몇 가지 상징적 변화로 대통령 취임식 때 탈북 국군포로 3명을 모시고 취임식을 열었다는 것은 굉장히 첫 단추를 잘 끼웠다고 생각합니다.”

이 대표는 “북한 인권 문제는 전통적으로 유권자의 관심을 잘 끌지 못해 역대 정부와 많은 정치인이 외면했다”며 윤석열 정부가 한국인 납북과 억류, 북한인권재단의 필요성을 자주 언급하고 국방장관과 보훈처장이 대통령을 대신해 최근 타계한 탈북 국군포로를 조문한 것은 북한 인권문제 제기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습니다.

아울러 전임 문재인 정부의 조치로 논란이 된 탈북 어민 북송 사건과 북한군 총격에 의해 사망한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고 이대준 씨 사건을 제기하고 수사한 것도 긍정적 행보로 볼 수 있다며, 여당인 국민의힘이 22일 윤석열 대통령의 특별감찰관 임명과 북한인권재단 이사 임명을 연계한 것도 고무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일각에서는 한국 정부가 통일부 차관 주재로 2년여 만에 북한인권 정책협의회를 연다고 발표한 것은 다행이라면서도 통일부 고위급 공무원들의 지속적인 회전문 인사와 북한 인권에 관한 안일한 태도로 볼 때 상징적 행사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습니다.

한편 북한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자유’를 30번이나 언급하며 자유와 인권의 보편적 가치를 강조한 사례를 지적하며, 버마와 홍콩의 인권·민주주의 탄압을 우려하면서 유독 북한 인권에 침묵했던 전임 정부의 위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윤석열 대통령] “자유민주주의는 평화를 만들어내고, 평화는 자유를 지켜줍니다. 그리고 평화는 자유와 인권의 가치를 존중하는 국제사회와의 연대에 의해 보장이 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윤여상 소장은 한미 동맹이 진정한 가치 동맹이 되려면 윤석열 정부와 바이든 정부 모두 “가치 중심의 정책을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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