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에 제출한 첫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거명하며 탈북민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피해자를 대변하며 관여와 책임규명 등 투 트랙 접근을 통해 북한 인권 개선을 모색하겠다는 기존의 입장도 거듭 강조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지난 8월 활동을 시작한 살몬 특별보고관은 13일 제77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첫 북한인권상황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에 탈북민의 인권을 존중할 것을 촉구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중국에서 ‘불법체류자’로 억류 중인 탈북민이 2천 명에 달하며 국경이 열리면 다시 북한으로 송환될 위험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러시아에서 제3국으로 망명을 신청한 북한 출신 2명이 블라디보스토크 영사관에 억류돼 있다는 정보도 받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인들에 대해 강제송환금지 원칙을 적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recommends that Member States, in particular China and the Russian Federation, apply the principle of non-refoulement to individuals from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who are at risk of serious human rights violations upon repatriation.”
아울러 “(북한의) 국경이 다시 열리기 전에 탈북민들에게 국제 기준에 따른 보호를 보장하며 안전한 통로를 제공하는 해법을 찾는 것이 시급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유엔총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지목하며 국제 규범 준수를 촉구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알려졌습니다.
앞서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전 보고관은 올해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마지막 보고서에서 처음으로 중국과 러시아를 함께 거명하며 강제송환금지 원칙 준수를 권고했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 담당 부차관보는 14일 VOA에 이번 보고서의 특징으로 이 점을 지적하며 “살몬 보고관이 (자신의) 권한을 약화시키려는 북한, 중국 또는 러시아에 위축되지 않았다”고 평가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She has not been intimidated by North Korea, China or Russia which have sought to undermine this mandate. She calls on China and Russia by name to not forcibly repatriate North Koreans (she is not pussyfooting around them)”
살몬 보고관은 망설이지 않고 중국과 러시아를 거명하며 북한인들을 강제송환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는 겁니다.
살몬 보고관은 첫 보고서에서 북한 내 새로운 인권 상황보다 앞으로의 접근법과 계획에 관해 자세히 설명했습니다.
북한이 계속 고립돼 있고, 국경 봉쇄 등으로 코로나 팬데믹이 주민들에게 미친 영향에 대해 신뢰할 수 있고 검증 가능한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려웠다는 설명입니다.
또 이동의 자유에 대한 엄격한 제한, 탈북민 급감, 표현의 자유에 대한 북한 정부의 새 조치 등도 정보 접근의 걸림돌로 지적하면서 북한 주민들의 열악한 식량과 의료 상황에 대해 깊이 우려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보건 위기와 완전한 고립 속에서 북한 주민들이 감내해야 했던 희생과 고난에 대해 크게 공감한다”고 말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The Special Rapporteur has great sympathy for the sacrifice and hardships people have had to endure during the COVID-19 health crisis and under complete isolation.”
특히 여성과 소녀들이 코로나 기간에 겪는 어려움에 관해 각별한 관심과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국경 봉쇄 장기화와 이동의 자유 제한 강화로 시장 활동이 크게 위축되면서 여성들이 큰 압박을 받고 있다는 겁니다.
살몬 보고관은 북한 여성들이 대체 수입원이 없으면서도 여전히 가족을 먹여 살리고 잠재적으로 코로나에 걸린 가족을 돌보는 동시에 국가에 대해서도 기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점진적으로 국경을 개방하고, 유엔 기구들, 다른 국제 기구와 외교관들의 복귀와 주민들의 경제 활동과 이동을 긴급히 허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Gradually open its borders and urgently allow for the return of United Nations agencies, other international organizations and the diplomatic community, and for economic activity and the movement of people,”
아울러 북한 인권 개선을 위해 피해자 중심의 접근법과 함께 관여와 책임규명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을 거듭 강조했습니다.
특히 관여의 일환으로 지난 8월 2일 북한 정부에 서한을 보내 재임 기간 1년에 두 차례 북한 방문을 원한다는 내용을 담아 방북 허용을 요청했지만 어떤 답변도 받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대신 북한 외무성은 8월 18일 특별보고관의 권한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반복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또 북한의 납치와 강제실종, 한국전쟁 국군포로의 미송환 문제 해결의 시급성을 강조했습니다.
1969년 대한항공 여객기 납북사건을 비롯해 한국의 전시·전후 납북자, 국군포로, 재일 한인 북송사업 피해, 일본인 납북자 등의 규모를 자세히 설명하며, 이에 대해 유엔 강제실종실무그룹(WGEID)이 지난 5월까지 북한에 총 385건의 통보문을 보냈다고 지적한 겁니다.
살몬 보고관은 그러면서 북한 정부에 “북한이 수행한 조사와 실종자의 생사 및 행방에 관한 정보를 제공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 보고서] “The Special Rapporteur calls on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to provide information on the investigations undertaken and the fate and whereabout of disappeared persons.”
살몬 보고관은 자신이 펼칠 주요 임무로 “북한이 인권을 침해하는 관행을 바꾸도록 촉구”하고 “책임규명을 우선순위”로 두며, “북한에서 자행됐고 현재도 진행 중인 중대한 인권 침해에 대한 인식을 높이는 것” 등 세 가지 계획을 강조했습니다.
특히 책임규명에 대해선 불처벌(Impunity) 관행을 끝내고 형사 기소 등 책임규명의 필요를 계속 옹호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오는 26일 제77차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이 보고서를 토대로 북한 인권 상황과 개선 방안을 제시할 예정입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