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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타르 월드컵 시설, ‘북한 정권 노동 착취’ 주목해야


지난 5일 카타르 루사일의 국립경기장. (자료사진)
지난 5일 카타르 루사일의 국립경기장. (자료사진)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북한 정권에 착취당하는 주민들의 노동권 등을 조명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 세계 수십억 축구 팬들의 열광 뒤에는 카타르 월드컵 경기장과 부대 시설 건설에 투입된 북한 노동자 등에 대한 인권 유린이 가려져 있다는 지적입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오는 20일 개막하는 2022 카타르 월드컵은 결승전이 열릴 루사일 아이코닉 국립경기장을 비롯해 새로 건설된 7개의 초현대식 경기장에서 열립니다.

카타르는 월드컵의 성공적 개최를 위해 지난 수년간 공항과 교통 시스템, 도로, 수십 개의 고급 호텔을 새로 지었습니다.

하지만 이런 화려한 모습 뒤에는 이주 노동자 수천 명의 희생과 추악한 노동착취가 있었다고 국제인권단체들은 지적합니다.

영국 ‘가디언’ 등 외신들과 국제 이주인권단체들은 앞서 카타르에서 일하는 이주 노동자들의 출신국 대사관 통계를 집계해 이주노동자 6천 500여 명이 사망했다는 조사 결과를 발표했었습니다.

이들은 섭씨 45도에 달하는 불볕더위와 제대로 된 보호장비 없이 하루 10시간 이상 노동착취를 당하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북한도 예외가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북한담당 국장을 지낸 앤서니 루지에로 민주주의 수호재단 선임연구원과 그레그 스칼라튜 북한인권위원회 사무총장은 최근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 기고를 통해 미국과 한국, 동맹·파트너 국가들이 카타르 월드컵을 김정은 정권의 범죄와 인권 침해를 적극 알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들은 북한 노동자들의 카타르 내 실상을 취재한 서방 언론 보도, 카타르 정부가 과거 유엔 안보리에 제출한 보고서를 근거로 카타르의 새 호텔과 초현대식 경기장 건설에 2천 500~2천 800여 명의 북한 노동자가 투입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 있어 노동자를 다른 나라에 임대하는 것은 김정은 정권이 금지된 핵과 미사일 프로그램에 자금을 대고, 핵심 엘리트들을 기쁘게 만들기 위해 사치품을 수입하는 비용을 충당하게 해 준다”고 비판했습니다.

아울러 바이든 행정부의 지난 5월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정부는 연간 수억 달러의 수익을 창출하는 해외 노동자의 임금 가운데 최대 90%를 착복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14일 VOA에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미국과 전 세계가 이런 “추악한 현실(ugly reality)”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It’s important to remember that North Korean workers contributed to the World Cup facilities both in Qatar and in Russia. But it's also important to remember that this is not merely a historical issue, that this is something that's ongoing and that this money this revenue contributes to North Korea's nuclear weapons and ballistic missile programs.”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북한 노동자들이 카타르와 러시아의 월드컵 시설에 힘을 보탰다는 것을 기억하는 것이 중요하며, 그러나 이것은 단순히 역사적 문제가 아니라 현재 진행 중인 문제로 이 수익이 북한의 핵무기와 탄도 미사일 프로그램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기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과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또 기고문에서 유엔 안보리의 북한 노동자 송환 결의에도 불구하고 국무부 보고서는 여전히 2만~10만 명에 달하는 북한 노동자들이 중국에 있는 것으로 추산했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바이든 행정부가 최근 새 국가안보전략보고서에서 인권을 특별히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국내외에서 자국민에 대한 김정은 정권의 탄압과 착취를 의미 있게 다루지 못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과 윤석열 대통령이 유엔총회와 유엔 인권이사회에서 북한 노동자의 송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국가를 조사하는 결의안을 추진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어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이런 노력의 핵심적인 촉진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루지에로 선임연구원은 이런 노력을 위해 바이든 행정부가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것은 북한인권특사를 임명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런 문제에 집중하면서 초기에 한국과 협력하는 것이 이점이 있다는 설명입니다.

[녹취: 루지에로 선임연구원] “The first thing they should do is they should focus on appointing a special envoy for human rights in North Korea. That's a position that's been vacant for nearly five years. I think there's a benefit to focusing on this issue and working with South Korea in the in the beginning.”

스칼라튜 총장은 국제 스포츠 조직위가 개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한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I wish that international sports competitions took into account the human rights situation of potential host countries. If you look at the Olympic Games, if you look at soccer World Cups, you see that over the past two decades, host countries have had humungous human rights issues.”

스칼라튜 총장은 “국제 스포츠 대회가 잠재적 개최국의 인권 상황을 고려하길 바란다”며 “지난 20년간 올림픽과 월드컵 축구 개최국을 보면 엄청난 인권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은 단순히 국제노동기준을 존중하지 않는 환경을 이용해온 것”이라며 이번 카타르 월드컵을 계기로 전반적인 노동 착취 환경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스칼라튜 총장은 또 북한 정권의 착취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북한 주민은 돈을 더 벌 수 있는 해외 노동을 선호한다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국제 노동기준을 북한이 수용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한 달에 1~2백 불을 북한의 가족으로 보내거나 밖의 세상을 어느 정도 접촉하는 이점이 있어도 이것이 국제 기준으로 봐서는 근로조건 위반으로 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제3세계에서 온 다른 근로자보다 훨씬 더 심각한 인권 유린, 노동권을 유린당하는 것입니다. 이 분명한 사실을 상기할 필요가 있습니다.”

한편 세계 10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는 14일 발표한 ‘2022 FIFA 카타르 월드컵을 위한 인권 기자들의 지침서’를 통해 국제축구연맹(FIFA)과 카타르의 인권 침해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는 “월드컵이 국제 언론과 팬들의 엄청난 관심을 끌고 있지만 토너먼트의 어두운 면이 축구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며 2022 월드컵의 유산은 이주 노동자들의 죽음과 다른 학대를 치유하는 것을 포함한 인권 보호에 달려있다고 강조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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