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살몬 신임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북한의 반인도범죄에 대한 책임을 물리기 위해 여성과 소녀에 대한 인권유린 등 특정 사안에 집중하는 새로운 접근법을 취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은 VOA와의 인터뷰에서 2천500만 북한 주민들이 처한 상황을 잊어서는 안된다며 이같이 말했습니다. 또한 북한과의 관여의 필요성도 제기하며 대화를 모색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이어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현재 대북 지원의 어려움은 제재 때문이 아니라 북한의 국경 봉쇄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도 지적했습니다. 지난 8월 임기를 시작한 살몬 보고관을 조은정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에 새롭게 취임하셨습니다. 지난 18년간 다수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들이 북한의 인권 유린과 반인도범죄를 기록하고 규탄했지만 북한은 아무런 대가를 치르지 않았습니다. 살몬 보고관은 임기 중 주요 목표 중 하나로 책임규명을 꼽으면서 북한의 국제형사재판소 회부, 특별재판소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거 누구도 성과를 내지 못했는데요. 어떻게 구체적인 진전을 낼 계획이십니까?
살몬 보고관) 매우 어려운 질문입니다. 지속 가능한 평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책임규명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인권 침해에 대한 책임규명에는 사법적 대응과 비사법적 대응이 있습니다. 질문에서 여러 부분을 지적했지만 나는 임기를 시작하는 이 때 책임규명을 포기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보편적 사법권, 각국의 국내 법원을 활용하는 방법이 있고 아무리 어려워도 안보리를 통해 국제형사재판소에 회부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특별 법정을 구성하거나 유엔총회가 유사한 절차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은 북한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 지 증거를 수집하려는 것이죠. 비사법적 책임규명으로는 진실, 보상, 기억 보존의 절차가 있습니다. 나는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혼자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내 역할은 새로운 상승효과를 내는 촉매제가 되는 것입니다. 물론 유엔을 통한 집단행동이 필요하지만 시민사회 단체, 학계, 각국 정부들의 역할도 있습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이 자행한 인권 유린에 대해 책임을 지우는 데 가장 큰 진전을 낼 수 있는 한 가지 요인은 무엇일까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혼자서 할 수는 없다고 하셨는데요.
살몬 보고관) 예를 들어 몇 가지 특정한 문제에 초점을 맞출 수 있습니다. 북한 인권 상황을 잘 알릴 수 있는 방법이고, 향후 반인도범죄로 규정될 수 있는 문제들에 대한 기억 보존 (memorialization) 절차가 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내가 여성과 소녀의 인권에 집중하면서 그들의 상황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반인도범죄의 범위를 확장하는데 기여할 수 있습니다. 많은 시간이 지났음에도 책임규명을 위한 구체적인 절차가 없다는데 대해 좌절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해서는 안 됩니다. 북한의 2천500만 주민이 처한 상황을 잊는 것이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기자) 살몬 보고관께서는 ‘북한 인권 상황을 개선하는데 있어 가장 큰 어려움은 북한 정부와 대화가 부족한 점’이라면서 북한 정부와의 대화를 우선과제 중 하나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인권 전문가들은 특별보고관이 북한 정부와의 대화 기회를 얻기 위해 북한에 유화적인 태도를 취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동의하십니까?
살몬 보고관) 관여와 책임규명을 병행하는 ‘투 트랙 접근’을 취해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인터뷰를 시작하면서 책임규명을 위한 새로운 접근법을 이야기했듯이 동시에 북한과의 관여 시도를 포기할 수 없습니다. 두 가지 접근법을 동시에 추진하는데 있어 갈등이(tension)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관여와 책임규명은 서로 보완적이어야 합니다. 현재로서 ‘투 트랙 접근법’ 추진이 매우 어렵겠지만 나는 피해자와 북한 주민들을 생각합니다. 그들은 우리의 연대와 대화의 공간을 넓히기 위한 우리의 노력을 필요로 합니다.
기자) 그렇다면 북한과 대화를 추진하면서도 날카로운 비판을 가할 자신이 있습니까?
살몬 보고관) 그렇습니다. 나는 이러한 방법론을 전적으로 지지합니다. 그리고 진심으로 우리가 관여와 책임규명을 병행해야 한다고 봅니다.
기자) 마르주키 다루스만 전 특별보고관은 2015년 언론 인터뷰에서 북한의 수감자들이 수용소에서 풀려나려면 “광신적 종교집단(cult leadership)과 같은 지도체제가 완전히 해체되는 방법 밖에 없으며, 이것은 김씨 가족이 실질적으로 추방되고 제거돼 새로운 지도부가 구성될 때만 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살몬 보고관) 다루스만 전 보고관 외에도 비팃 문타폰 전 보고관이 ‘민주화가 없이는 인권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고,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보고서에도 관련 언급이 있었습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전 보고관은 임기 말에 ‘상황은 계속 악화되고 있으며, 정권의 행동을 바꿀 방안이 없는 듯 하다’고 말했죠. 하지만 나의 임무는 북한 정권을 변화시키는 것이 아니고 인권에 집중하고 북한 주민들의 삶을 개선하는 것이죠. 우리가 북한의 인권을 논의할 때 정권을 바꾸는 것 뿐 아니라 상황을 개선하는 것도 포함됩니다. 증거를 수집해 책임을 규명하고, 상황 개선을 위해 정권을 포함해 모든 개입 가능한 여지를 찾는 것이죠. 나는 북한 정권을 바꾸기 위한 특사가 아닙니다. 인권을 이야기하고 권리를 증진하며 북한에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는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나의 역할이죠.
기자) 한국이 최근 유엔 인권이사국 선거에서 낙선했습니다. 퀸타나 전 보고관과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위원장은 VOA에 전임 문재인 정부의 인권 기조도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죠. 동의하십니까?
살몬 보고관) 한 가지 요소만 지적할 수는 없다고 봅니다. 인권이사국 선거는 여러 의제를 가진 회원국들이 참여하는 매우 복잡한 과정이죠. 나는 한국에서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인권 정책 일관성의 중요성을 강조했고,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한가지 현안이 인권이사회에서 벌어진 일의 주된 요인이라고 보지 않습니다.
기자) 하지만 미 국무부는 연례 인권보고서에서 문재인 정부가 북한 관련 일부 비정부기구들의 활동을 제한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또 소위 대북전단금지법도 ‘인권 운동가들과 야권 정치 지도자들은 표현의 자유 침해라고 비판한다’고 소개했죠. 살몬 보고관님은 한국 정부의 이런 접근법을 어떻게 보십니까?
살몬 보고관) 표현의 자유가 매우 중요하고 국제 인권기준에 따른 시민사회 단체의 활동도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동시에 국경의 안보 문제도 매우 중요하고 국제 인권법에서도 인정되는 부분입니다. 꼭 한국 정부뿐 아니라 그 어떤 정부도 시민 사회 단체의 활동을 일부 제한하려 한다면 필요성, 비례성 등이 매우 명확하게 제시돼야 합니다. 이 문제는 현재 한국 헌법재판소가 위헌여부를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국가가 인권 기준을 따라 적절히 대응할 기회를 주는 것이 중요하죠. 지금은 여기까지 말하고 싶습니다.
기자) 한국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 유가족과 서한을 주고 받으셨습니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유가족에게 어떤 도움을 주실 예정입니까?
살몬 보고관) 저는 서한을 주고 받았을 뿐 아니라 서울 방문 당시 이대준 씨의 형을 만났습니다. 이 문제를 둘러싸고 정치 공방이 있는데, 가족에게 영향을 줍니다. 유가족은 정확히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알 권리가 있고, 한국 법원이 이 문제를 다루고 있습니다. 나는 유가족의 입장에 크게 공감하고 있습니다. 이 사건에 대한 그들의 감정을 느꼈죠. 모든 것을 공개할 수는 없지만 그들과 매우 가깝게 느껴집니다.
기자) 북한의 7차 핵실험이 인권상황에는 어떤 영향을 줄까요?
살몬 보고관) 매우 어렵고 복잡한 문제입니다. 인권과 안보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데 대해 나는 강력한 법적 근거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연관성을 더욱 명확히 발전시켜 앞으로 보고서에 담을 계획입니다. 분명한 것은 국제 고립이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한 적절한 답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국제사회는 더욱 창의적으로 외연을 확대해야 합니다. 우리는 장기적으로 긍정적인 변화를 일으켜야 하고, 인권과 안보를 분리할 수 없습니다. 퀸타나 전 보고관의 말에 크게 공감하는데, 평화와 군축을 협상할 때도 인권의 목소리가 필요하다는 것이죠.
기자) 퀸타나 전 보고관은 대북 제재가 북한의 인도주의적 상황을 악화시킨다며 제재 완화 필요성을 여러 번 밝혔습니다. 인도주의적 면제 절차는 이미 마련돼 있는데요. 같은 의견이십니까?
살몬 보고관) 우리는 분명 인도주의적 지원을 위한 공간이 있습니다. 현재 대북 지원의 어려움은 북한의 국경 봉쇄에서 비롯된 것이죠. 북한 내부에 국제 요원들이 없습니다. 국제사회의 제재 때문만이 아니라 북한이 국제사회의 협력하지 않고 심지어 유엔과 인도주의 단체에게도 국경을 닫았기에 문제가 생긴 것입니다. 가장 먼저 취할 조치는 북한에 대해 국경을 열 것을 촉구하는 것입니다. 인도주의 지원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 차별 없는 접근 등 매우 공정한 국제 협력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안들은 차후에 논의할 부분이죠.
기자) 미한일 정상이 최근 공동성명에서 납북자와 한국인 억류자 문제를 언급했습니다. 어떻게 보시나요?
살몬 보고관) 환영합니다. 인권을 전면에 내세우는 매우 좋은 사례이죠. 우리는 북한의 다른 측면을 고려하지 않은 채 안보와 무기, 미사일만 논의할 수는 없습니다. 세 정상이 납북자들과 한국인 억류자들의 즉각적인 석방을 촉구한 것은 매우 중요한 움직임입니다.
기자) 국무부 북한인권특사가 5년째 공석으로 남아있는데 대해서는 어떤 입장이십니까?
살몬 보고관) 미국 북한인권특사가 임명되면 북한, 아시아, 국제사회 전체에 매우 강력한 신호를 보낼 것입니다. 북한을 논의할 때 인권을 빼놓을 수 없다는 강력한 신호이죠. 한국도 최근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를 임명하고 유엔 총회에서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제안국에 복귀했죠. 인권특사들은 강력한 신호를 보냅니다.
지금까지 신임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으로부터 북한 인권 유린에 대한 책임규명 방안 등을 들어봤습니다. 인터뷰에 조은정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