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오는 17일 북한인권 회의를 ‘비공식적’으로 개최하는 것은 일부 회원국의 공식회의 재개 반대 주장을 우회하기 위해서라고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가 밝혔습니다. 황 대사는 15일 VOA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북한인권을 유엔 안보리 공식 의제에서 빼려는 세력이 있다면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북한의 핵 개발과 인권 유린을 동전의 양면처럼 다뤄야 한다며 ‘동시 해결’노력과 전 세계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도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황 대사를 인터뷰했습니다.
기자) 유엔 안보리가 17일 금요일에 북한인권 관련 비공식 회의를 개최합니다. 주로 세계 인권의 날인 연말, 12월 10일 즈음해서 개최했던 전례와 비교하면 이례적입니다. 어떤 이유가 있나요?
황 대사) 우리 정부와 미국정부, 또 새로 임명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도 그렇고 2014년~17년까지 했던 안보리 공식 회의를 다시 부활해야 한다는 입장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시다시피 안보리 이사국 내에 반대하는 나라들이 당연히 있기 때문에 그것을 일단 우회해서 '아리아 포뮬러'(Arria-Formula) 회의를 하면서정치적인 동력을 쌓아나가는 것입니다. 안보리 공식 회의를 재개하기 위한 목표를 위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양상으로 하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유엔 안보리의 의제에 북한의 인권 상황은 공식적으로 의제로 돼 있습니다. 안보리 의제라고 하는 게 60개 정도 되는데 그중에 두 개가 북한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핵 문제이고 하나는 인권 문제입니다.이렇게 어떤 특정 국가에 대해 두 가지 공식 의제가 올라가 있는 경우는 드물거든요. 이제 북한 인권 같은 경우에는 지난 몇 년 동안 공식 회의가 없었기 때문에 안보리 의제에서 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1년마다 리뷰하는데 열리지 않았기 때문에 어젠다에서 빼라고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자) 북한 인권문제를 안보리 공식 의제로 계속 유지하려는 목표가 있다는 얘기군요.
황 대사) 네, 그렇기 때문에 이번에 우리가 북한의 인권 문제는 안보리 공식 의제로 계속 남아 있어야만 한다는 서한을 안보리 의장 앞으로 보냈는데 62개국이나 공동서한에 서명했습니다. 작년 초에는 31개국이 의제로 남아야 한다는 공동서한에 서명했는데 이번에는 두 배가 됐습니다. 북한 인권이 안보리 의제로 계속 남아서 이 문제를 공식적으로 다루는 안보리 회의를 해야만 한다는 데 대한 공감대를 우리가 계속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 그래서 두 배나 많은 나라들이 공동서한에 동참해 줬단 말이죠. 이것은 안보리 공식 회의를 하기위한 기반을 계속 닦아나가는 것입니다. 그런 정치적 동력을 계속 쌓아나가는 일환으로 '아리아 포뮬러’ 회의를 하는 겁니다. 지금 유엔에서는 인권 문제는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다루면 되지 왜 안보리에서 인권 문제를 다루느냐 이런 주장을 하는 세력이 있기 때문에, 이런저런 나라들이 강력하게 그런 주장을 하고 있고 또 거기에 상당수의 나라가 어느 정도 공감하고 있습니다. 잘 아시다시피 유엔 회원국들이 다 민주적인 나라는 아니잖아요. 인권 상태가 좋은 나라들은 아닌데, 그러니까 안보리에서 왜 특정 국가의 인권 문제를 하느냐, 북한 문제를 꼭 할 필요가 있냐는 목소리도 있습니다. 그래서 북한은 왜 다른가, 왜 특별한가에 대한 얘기를 우리가 계속해서 사실관계와 논리를 펴나가야 하는 거죠.
기자) 대사님은 인권과 핵미사일 등 안보·평화가 동전의 양면과 같다는 논리를 강조해 오셨는데, 유엔 안에서 인권 문제 제기가 핵 문제 해결에도 도움이 된다는 그런 시각이 더 확대되고 있다고 보시나요?
황 대사) 그렇죠. 그래서 이번 회의가 정말 중요합니다. 우리가 이런 유엔 내 분위기를 알기 때문에 무조건 이런저런 인권 문제를 안보리에서 다 논의하자는 게 아니라 북한 인권 문제는 이미 특별하다유엔 맥락에서. 왜냐하면 이미 북한 인권 문제는 핵 문제와 별도로 안보리 공식 의제로 등록이 돼 있는 것이고 그리고 북한 핵 문제라고 하는 것이 계속 핵과 미사일을 고도화하고 실전 배치하기 위해서 저렇게 전념하고 있는데, 그것과 북한의 인권 유린 상황이 지금 말씀하셨지만 동전의 양면이다. 결국은 북한의 독특한 체제를 위한 극단적인 정책 결정이기 때문에 두 문제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극심한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 제고 그리고 해결 노력 없이는 북한 핵·미사일 문제의 해결도 기대하기 어렵다. 이것이 곧 국제평화와 안보의 문제이고 우리나라에는 특히 국가 안보의 문제다. 물론 북한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로서의 인권 문제임은 틀림없습니다. 그런 면과 플러스해서 이것은 국가 안보의 문제다. 그리고 국제사회와 안보리 차원에서 보면 이것은 국제 평화와 안보에 대한 위협이다. 이렇게 생각을 다른 나라들과 공감할 수 있도록 얘기하고 있는 거죠. 그런 인식을 계속 확산시키기 위해서, 지금 이미 조금씩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만 이런 노력을 계속하고 있는 것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기자) 과거 사례를 보면 북한과의 외교 협상이 교착상태에 빠지면 ‘인권’을 불쏘시개로 사용해 북한을 압박하고, 대화가 시작되면 북한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서 다시 인권에 침묵하던 사례가 있었습니다.북한 지도부도 그런 조건을 전제로 내세우며 협상 테이블에 앉기도 했습니다. 이번에도 그런 게 아니냐는 우려가 일각에 있습니다.
황 대사) 미래에 그런 식의 현상이 또 나타날지 아닐지는 제가 장담할 수 없지요. 그런 전망을 이렇다저렇다 단언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저희 생각으로는 북한 인권 문제가 지금 왜 안보리 공식 의제로 되어 있느냐 그리고 그것이 왜 핵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되어 있느냐. 그래서 안보리에서 왜 이것을 공식적으로 다뤄야 하느냐 하는 논리나 사실관계는 상황이 변하더라도 그것은 변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러니까 만약 핵 문제 관련 대화가 시작되면 북한 인권 문제는 다시 또 수면 아래로 내려가는 게 아니냐.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말씀드렸지만 과거에는 핵 문제의 비중이 북한 인권 문제보다는 훨씬 컸기 때문에 북한 인권 의제를 작은 하나의 수단으로 또는 또 하나의 문제로 인식하고 관심을 제대로 두지 않은 적도 있었습니다. 미국 내에도 그런 시각들이 있었죠. 핵 문제가 중요하지 북한 인권 문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이런 시각이 미국에서도 많이 있었습니다. 지금 와서 우리가 다시 정리해 보면 그것은 맞지 않는 거죠.
기자) 안보리 북한인권 비공식 회의를 이사국인 미국과 알바니아가 주도했습니다. 알바니아처럼 과거 공산국가였던 동유럽 나라들이 북한인권 문제에 대해 상당이 우려하며 목소리를 내고 있습니다. 북한도 이를 주시하는 분위기인데, 한국 정부가 이런 나라들을 상대로 협력 등 공조 노력을 강화하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황 대사) 앞서 말씀드렸지만 62개국, 공동서한에 서명받는 과정에서 우리가 미국대표부와 협의해 가면서 많이 뛰었습니다. 동유럽은 물론이고 중남미까지. 과거에는 주로 서유럽 중심으로 이런 공동서명에 참여했다면 이번에는 아주 다양한 지역에서 많은 나라의 공감을 얻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기자) 북한 수교국들을 대상으로도 협력 요청을 하고 있나요? 어떤 나라가 더 호응하거나 주저하는지 궁금합니다.
황 대사) 아시다시피 북한 문제는 그런 다양한 국가들이 북한 정권에 어떻게 접근해서 설득한다고 해결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봅니다. 미국이나 중국같이 가장 강력한 나라들이 어떤 해결의 실마리를 마련하고자 지난 20년간 노력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해결이 안 되는 상황이니까요. 그래서 말씀하신 대로 그런 다른 나라들이 해결책을 찾아내는 데 도움이 된다 이렇게는 현실적으로 보지 않고요. 다만 북한 인권 문제 같은 경우에는 많은 나라 많은 지역의 다양한 나라들로부터 그러한 공감을 우리가 얻는, 그래서 어떤 정치적인 모멘텀을 쌓아나가는그런 노력이 계속 필요합니다. 북한 인권 문제는 보편적 가치로서 인권 문제이면서 동시에 안보의 문제다. 그런 시각에도 계속 접근하고 있습니다.
기자) 지금은 꽤 누그러졌지만 지난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가 나왔을 때 국제사회에 상당한 여파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북한 정부도 상당히 적극적으로 대응했었습니다. 외무상이 뉴욕을 방문하고 싱크텡크 회의에도 참석하겠다는 의지를 밝히기도 했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북한의 대응 움직임이 있나요?
황 대사) 아직은 없다고 봐야 하고요. 북한의 움직임은 정확하게 언제부터인지 확실하지 않은데 최근의 상황을 보면 북한은 안보리를 어떤 권위 있는 기관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안보리 결의의 권위라든지 정통성을 부인하고 있고 안보리 기관 자체도 심지어는 미국의 퍼핏(꼭두각시)이다 이런 식으로.유엔 사무총장까지도 심지어는 미국의 퍼핏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안보리를 전혀 인정하지 않습니다.과거 2014년과는 좀 다른 양상이라고 확실히 보여집니다. 그렇기때문에 실제로 안보리에서 이러한 비공식 회의를 하거나 핵문제도 마찬가지입니다.공식 회의를 할 때 북한 대표가 나와서 발언도 하지 않습니다. 유엔총회에서는 북한이 이런저런 얘기를 하잖아요. 반박권도 행사하고. 그런데 안보리에는 나오지 않아요. 원래 당사국은 안보리 의사 규칙에 따라서 신청하면 발언도 할 수 있는데, 아예 안보리를 공식적으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보이콧하고 있는 것이죠. 이것은 굉장히 큰 문제라고 저는 봅니다. 유엔 회원국은 당연히 유엔 헌장 상의 기본적인 의무를 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유엔 내에서도 가장 중요한 기관인 안보리를 보이콧한다는 것이 그냥 행태일 뿐 아니라 아예 공식 입장이란 말이에요. 이런 나라는 없죠. 모든 유엔 회원국 중 북한이 유일한데 이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큰 문제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기자) 한국의 전임 정부가 남북 관계 개선에 주력하면서 사실상 북한인권에는 침묵했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5년 동안 거의 목소리를 내지 않았기 때문에 새롭게 이 문제를 유엔 무대에서 제기하는 데 어려움은 없는지 궁금합니다.
황 대사) 전임 정부가 유엔에서, 제네바도 그렇고 이곳 뉴욕도 그렇고 북한 인권 문제에 대해 어떻게 했는지는 이미 사실관계로 다 나와 있습니다. 그 사실 그대로죠. 이제 정부가 바뀌어서 우리가 다른 자세와 다른 입장을 취하고 있는 것도 대부분의 나라는 다 인지하고 있습니다. 앞으로 우리가 추진하는 방향성에 대해서도 많은 나라가 공감하고 있습니다.
기자) 탈북 여성 등 북한 여성들의 인권 침해 상황에 관해서도 최근 유엔 여성권지위위원회 관련 회의에서 심각한 우려를 나타내셨습니다. 살몬 특별보고관도 여성 문제에 상당한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미국 내 일부 전문가는 탈북 여성들이 영어로 쓴 책들, 영국의 박지현 씨, 또 뉴욕의 컬럼비아대를 나온 박연미 씨 등이 쓴 책들의 영향력이 북한 여성 실태를 알리는 데 많은 기여를 했다고 평가합니다.
황 대사) 아무래도 영어로 출판되면 국제사회와 연결점이 더 생기게 되니까 많은 영향을 주는 것 같습니다. 최근에 미국에서 나온 ‘Hard Road Out(가려진 세계를 넘어)’ 책은 워싱턴포스트와 월스트리트저널에 주목할만한 책으로 선정되기도 했죠. 우리가 국제사회에서 이런 awareness(의식)를 계속 높여 나가야 하니까. 지난 몇 년 동안 이 문제가 상당히 죽어 있었단 말이죠. 그것을 높이는 데 책들이 많은 기여를 하고 있다고 봅니다.
기자) 북한인권의 국제 환기 차원에서 한국 정부가 이런 탈북민들의 책 출판 또는 미국 대학 내 북한인권 행사 지원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권고도 나옵니다.
황 대사) 저의 입장에서는 북한인권 상황에 대한 국제사회 인식 재고를 추구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도움이 된다면 저희 입장에서는 도와드려야죠. 만약에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요.
기자) 북한 정권의 잇따른 미사일 발사 등 도발에 대해 유엔 안보리의 대응이 너무 무기력한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옵니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 때문인데, 유엔 무대에서 돌파구를 위한 새로운 움직임이 있나요?
황 대사) 지금 러시아와 서방의 관계는 아시다시피최악입니다. 중국도 북한 문제에 대해서 과거 2017년까지와는 상당히 다른 입장을 보이고 있습니다.지난 몇 년간의 미중 관계, 지정학적인 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 유엔 무대에서도 그대로 투영되는 그런 영향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북한 핵 문제는 중국 입장에서 봤을 때도 그렇게 쉬운 문제는 아닌 것으로 보입니다. 왜냐하면 중국이 2006년에서 2017년까지 10개나 되는 안보리 제재 결의, 그것도 아주 강력한 제재 결의에 중국이 거부권을 사용하지 않은 정도가 아니라 다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10개 모두 중국이 찬성표를 던져서 채택된 안보리 제재 결의이기 때문에 그 결의에는 제재 내용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앞으로 ICBM이나 핵실험을 하면 어떤 조치를 한다는 내용까지 들어가 있어요. 그것을 지금 와서 작년부터 차단하는, 거부권을 행사하는것은 분명 자기 모순적인 거죠. 그렇기 때문에 이것은 중국 입장에서도 논리상으로도 안 맞는 것이고.물론 중국이 주장하는 여러 가지 내러티브가 있습니다만 사실관계로 봤을 때 설득력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중국이 계속 안보리 논의를 상당히 저지하는 그런 양상을 상당히 강하게 보이고 있습니다. 결국은 상임이사국으로서 본인들이 정한 제재 결의가 다 쌓여있고 그것이 유효하고 또 그것을 계속 이행해야 하는 책임과 의무가 모든 회원국에 다 있지만 특히 안보리 상임이사국에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보는 눈이다 있다고 봐야죠.
기자) 16일 윤석열 대통령이 도쿄를 방문해 기시다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습니다. 유엔에서도 한일 협력이 탄력을 받을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한일이 유엔 무대에서 어떤 협력을 더 강화할 수 있을까요?
황 대사) 일본은 안보리 이사국으로 올해부터 활동을 시작했고요. 우리나라가 내년 1월 1일부터 안보리 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면 물론 6월에 선거가 있기 때문에 선거를 잘 치른다는 전제 하에 그렇게 되면 한국하고 동시에 안보리 이사국으로서 1년간 활동하게 됩니다. 많은 나라가 거기에 관심을 보이더라고요. 한국 일본, 중국 이렇게 아시아의 세 나라가 안보리 이사국으로 들어가 활동하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공통적인 안보 이슈가 일본하고는 많이 있으니까요. 또 대통령 방일을 시작으로 해서 한일 간의 안보 문제와 관련해 협력이 점차 더 심화할 것이기 때문에 물론 유엔의 활동 특히 안보리의 활동에도 그런 영향 하에 더 많은 협력을 할 것으로 보입니다.
오는 17일 유엔 안보리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관련 비공식 회의 등 유엔 내 북한 관련 사안에 대해 황준국 주유엔 한국대사의 견해를 들어 봤습니다. 인터뷰에 김영권 기자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