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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인권단체들, 북한 WHO 집행이사국 선출 비판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리고 있다.
지난 21일 스위스 제네바 WHO 본부에서 세계보건총회(WHA)가 열리고 있다.

북한이 최근 세계보건기구(WHO)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데 대해 비판과 우려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주민들에게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신 핵무기 개발에 재원을 전용하는 나라는 유엔 기구의 중요한 자리를 맡을 자격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일각에선 북한이 국제사회와의 협력을 촉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견해도 나왔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의 활동을 감시하는 비정부기구인 유엔 워치(UN Watch)는 5월 31일 성명을 통해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선출을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는 “핵무기로 세계를 위협하는 데 수십억 달러를 쓰면서 자국민을 굶주리게 하는 북한 정권이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도록 선출되면서 보상을 받았다”고 지적했습니다.

[유엔 워치 성명] “The North Korean regime, which starves its own people while spending billions on threatening the world with nuclear weapons, has been rewarded by being elected to a leading role in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WHO).”

이 단체의 힐렐 노이어 대표는 성명에서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세계에서 가장 끔찍한 정권 중 하나가 이제 글로벌 의료 거버넌스의 표준과 규범을 설정하고 집행하는 그룹의 일원이 됐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성과 개혁이 절실히 필요한 유엔의 핵심 기구로서는 황당한 일”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노이어 대표] “What this means is that one of the world’s most horrific regimes is now a part of a group that sets and enforces the standards and norms for the global governance of health care. It is an absurd episode for a key U.N. agency that is in much need of self-reflection and reform,”

노이어 대표는 이어 “유엔이 북한 정권에 보내는 올바른 신호는 국제형사재판소(ICC)에 북한 상황을 회부해 김정은의 극악한 반인도적 범죄를 조사하고 기소하라는 촉구일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앞서 5월 30일 종료된 제76차 세계보건총회 회의에서 WHO의 새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됐습니다.

총 34개국으로 구성된 집행위원회 이사국들의 임기는 3년으로 WHO의 정책을 결정하고 예산을 승인하며 활동을 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WHO는 5월 31일 발표한 보도자료에서 14명으로 구성된 프로그램·예산·운영위원회에 북한 박종민 보건성 대외협력국장이 포함됐다고 밝혔습니다.

유엔 워치의 노이어 대표는 북한이 앞으로 3년 동안 집행이사국으로 활동하게 되면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WHO의 기관, 정책 및 임명에 영향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WHO가 효과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되려면 최고 수준의 기준을 지켜야 한다”며 "북한을 선출한 것은 최악의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100여 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HRW)도 북한은 유엔 기구의 집행이사국이 될 자격이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이 단체의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1일 VOA에 보낸 공식성명을 통해 “북한은 유엔과 그 산하 기구들의 인권 의무를 끊임없이 무시하고 있다”며 “WHO와 이 기구의 모든 사람을 위한 효과적인 공중 보건의 대의도 마찬가지”라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North Korea constantly defies the human rights mandates of the UN and its agencies, and the WHO and its cause of effective public health for everyone is no different. Adequate health care for all is a human right but Pyongyang’s leaders don’t recognize it as such given the lack of medical care for most of the North Korean people. Dictator Kim Jong-un would prefer to dedicate the state’s resources to building nuclear warheads and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instead of ensuring basic health care for the people, and any state that has a rights record like that does not deserve to send a representative to sit on the Executive Board of the WHO.”

로버트슨 부국장은 “모든 사람을 위한 적절한 의료 서비스는 인권”이라며 “그러나 북한 지도자들은 대부분의 북한 주민들을 위한 의료서비스가 부족하다는 것을 감안해 이를 인권으로 인정하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독재자 김정은은 주민들의 기본적인 의료 서비스를 보장하는 대신 핵탄두와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에 국가 재원을 투입하는 것을 선호할 것이며, 그런 인권 기록을 가진 국가는 WHO 집행이사회에 대표를 파견할 자격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진출에 대해 ‘혐오감(abomination)’을 느낀다고 밝혔습니다.

이 단체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VOA에 유엔이 규명한 북한 정권의 반인도 범죄와 최근까지 지속된 북한의 여러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 등을 지적하면서 이같이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미사일 프로그램을 통해 유엔 안보리 결의를 정면으로 위반한 유엔 회원국이 어떻게 유엔 시스템 내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How can a UN member state that is in direct violation of UN Security Council resolutions through its missile program, hold a leadership position within the UN system? How can a country that pulled out the Non Proliferation Treaty and develop nuclear weapons hold a leadership position within the UN system?... There is some major dysfunction within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if North Korea is assigned to this type of responsibility”

스칼라튜 총장은 또 “핵확산금지조약(NPT)을 탈퇴하고 핵무기를 개발한 국가가 어떻게 유엔 시스템 내에서 지도적 위치를 차지할 수 있겠느냐”고 덧붙였습니다.

아울러 북한 정권이 코로나 백신 지원을 거부한 사례와 주민들의 만성적인 영양실조 문제 등을 언급하며 ‘인간안보’보다 무기 개발을 중시하는 김씨 정권이 WHO의 중책을 맡으면 “WHO는 일부 중요한 기능장애를 겪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유엔을 상대로 다양한 인권 개선을 촉구하는 국제 운동가들도 인터넷 사회관계망 서비스인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진출을 강하게 성토하고 있습니다.

세계 성소수자 옹호 활동가로 잘 알려진 안킷 붑타니 씨는 5월 31일 ‘트위터’에 “자국민을 굶기는 것으로 악명 높은 북한 정권이 WHO 집행이사국에 선출된 것에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모범적인 코로나 팬데믹 대응의 리더인 타이완은 제외되고 코로나 위기를 부인하는 북한은 중국 덕분에 더 많은 보상을 받는다는 것이 실망스럽다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 출신으로 영국 의회에 근무하며 인권운동가로 활동 중인 티머시 조 씨도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진출을 “믿을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티머시 조 씨] “Unbelievable. North Korea has been elected to the WHO Executive Board. One of the poorest medical facilities in the world and can't even feed & protect its own people from crimes against humanity -how can they become an executive member of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Shocking”

조 씨는 세계에서 의료 시설이 가장 열악한 나라 가운데 하나이고 “심지어 자국민을 먹일 수 없고 반인도 범죄로부터 보호할 수도 없는 그들이 어떻게 WHO의 집행이사국이 될 수 있느냐”며 “충격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하지만 북한의 WHO 집행이사국 진출을 마냥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가 없다는 견해도 나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1일 VOA에 WHO의 협력 제의를 거의 매번 거부한 북한이 집행이사국으로 활동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역설적이라면서도 이 기회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의 집행이사국 진출은 WHO가 북한인들과 협력하고 그들을 지금까지보다 더 많이 유엔의 보호 아래로 끌어들일 좋은 기회란 것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at's a good opportunity to work with the North Koreans and try to bring them into under the UN umbrella more than they've been there so far. I think probably it would be very helpful for North Korea to engage with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on its own. For example, seeking help from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on issues like COVID which the North Koreans have been reluctant to do.”

킹 전 특사는 “북한 스스로 WHO와 관여하는 것이 매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코로나 같은 문제에 대해 WHO에 도움을 요청하는 방안 등을 제안했습니다.

세계 최대 인권단체인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2일 VOA에 북한이 WHO 집행이사국으로 선출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면서도 북한이 국제사회와 보건의료 협력을 재개·촉진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한편 VOA는 제네바 주재 북한대표부에 WHO 집행이사국 진출에 대한 입장과 향후 WHO의 대북 사업 재개 허용 여부 등에 대해 서면으로 질의했지만 아무런 답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울러 WHO도 북한 집행이사국 선출을 둘러싼 비판에 대한 VOA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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