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단체들과 탈북 인권 운동가들이 탈북민 등 북한 주민들의 인권 개선을 위해 중국을 압박한는 캠페인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특히 유엔 기구들의 중국 인권 심의에 적극적으로 관여하고 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미 부시연구소의 조셉 김 연구원은 1일 연구소 홈페이지에 올린 글을 통해 북한 정권을 두둔하는 중국을 비판했습니다.
탈북 꽃제비 출신인 김 연구원은 지난 3월 유엔 안보리가 개최한 북한 인권 관련 비공식 회의에 참석해 증언한 경험을 회고하며 “중국 대표단 앞에서 진실을 말하는 것이 두렵지 않았다”고 밝혔습니다.
[조셉 김 연구원] “I wasn’t afraid to speak the truth in front of the Chinese delegation ….The Chinese government can silence my voice, but it can’t take away my hope for freedom in North Korea.”
김 연구원은 당시 중국이 회의 생중계를 차단한 사례를 거론하며 “중국 정부는 나의 목소리를 침묵시킬 수 있지만 북한의 자유를 향한 나의 희망을 빼앗아 갈 수는 없다”고 강조했습니다.
당시 안보리 회의에 참석한 탈북 여성 이서현 씨도 중국 대표단을 향해 “북한의 미사일과 핵무기가 언젠가는 중국을 겨냥하지 않을 것이라고 얼마나 장담할 수 있겠느냐”며 “북한의 인권 개선이 장기적으로 중국에 여러모로 도움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녹취: 이서현 씨] “How much can you guarantee that the missiles and nuclear weapons won't be aimed at China one day? I believe improving human rights in North Korea will be beneficial for China in many ways in the long run.”
이렇게 북한 주민들의 인권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국제무대에서 중국을 정면으로 비판하거나 압박하는 움직임이 부쩍 늘고 있습니다.
이런 기류는 특히 유엔 기구들이 정기적으로 실시하는 중국 인권에 대한 심의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습니다.
북한인권 조사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은 지난 2월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위원회(CESCR)의 중국 관련 사회권 규약 이행 검토회의를 앞두고 위원회에 서한을 보냈습니다.
위원회가 중국 내 탈북 여성과 이들의 자녀들이 겪는 심각한 인권 상황을 직시하고 중국 정부에 개선을 촉구해야 한다는 게 핵심이었습니다.
네덜란드의 민간 법률단체 ‘글로벌 라이츠 컴플라이언스 (GRC)’는 지난 3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7차 유엔 여성지위위원회(CSW)’에 맞춰 중국 내 탈북 여성 보호를 촉구하는 특별 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이 단체는 중국의 동북 3성을 ‘레드존’으로 규정하고 이곳의 북한 여성과 여아들에게 자행되는 인권 잔혹행위를 막기 위한 국제사회의 긴급 행동이 필요하다고 촉구했습니다.
세계 70개 이상의 민간단체와 개인 활동가들이 연대한 북한자유연합은 당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가 열리는 뉴욕에서 탈북 여성들과 행사를 열어 중국 내 탈북 여성 보호를 위해 국제사회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지난 5월에는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의 중국 심의를 앞두고 북한인권시민연합(NKHR)이 ‘심의 전 NGO 약식 공청회’에 참가해 중국 내 탈북 여성 보호를 촉구했습니다.
이 단체의 요안나 호사냑 부국장은 “중국 정부가 인신매매를 방지하고 그 피해자에게 손해배상을 할 의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탈북민을 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강제송환을 시행함에 따라 도리어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호사냑 부국장] “Despite China’s obligation to deter trafficking and provide remedies to trafficked victims, the country's refoulment policies have only led to the growth of the business of trafficking.”
인권단체들은 중국 내 탈북민을 보호하고 북한 내 인권 개선을 촉진하기 위해선 대북 영향력이 큰 중국을 움직여야 한다고 말합니다.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VOA에 김정은 정권뿐 아니라 북한인권 문제를 방조하는 중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국제사회가 직시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북한인권을 방조하는 게 중국이기 때문에 중국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서, 그동안 국제사회에서 논의가 안 된 것은 아니지만 충분히 공론화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북한 NGO들이 해야 한다. 그런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인권단체들은 이런 노력이 점진적으로 성과를 거두고 있다고 말합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는 지난 5월 30일 중국 심의 후 채택한 최종 견해를 통해 중국 내 탈북 여성이 직면한 인권 침해 문제 해결을 중국 정부에 공식 권고했습니다.
북한인권시민연합의 호사냑 부국장은 이날 성명에서 “이는 전례 없는 일”이라며 “중국 당국의 권고안 이행을 촉구한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국무부도 연례 국가별 인권보고서의 중국 부문에 탈북민 문제 비중을 계속 높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 보고서는 중국의 유엔 난민기구(UNHCR)의 탈북 난민 접근 제한, 탈북 난민 지원 중국인 구금, 강제북송, 탈북민 석방과 관련한 중국 관리들의 뇌물 수수, 탈북 여성들이 낳은 자녀의 국적 문제 등을 포괄적으로 다뤄 관심을 끌었습니다.
유엔을 상대로 지속적인 대중국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북한인권증진센터의 탈북민 출신 이한별 소장은 VOA에 유엔 인권기구가 피해자를 중심에 놓는 접근법을 강조하는 만큼 피해자인 탈북 여성들이 적극 나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이한별 소장] “북한에서 탈북한 사람들 중 여성이 70~80%이고 여성의 인권 침해 실태가 더 열악하고 끔찍하기 때문에 이런 일에 피해자인 북한 여성이 적극 나서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중국 정부는 그러나 자국내 탈북민들은 경제적 이유로 국경을 넘은 불법 월경자로 난민이 아니라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유엔 무대에서의 압박을 통해 탈북민 문제가 신장 위구르족이나 홍콩 민주화 탄압 문제처럼 주목을 받는다면 중국 정부도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탈북민 관련 인권 침해도 구체적으로 공론화되면 그만큼 중국 정부도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겠죠. 이상적으로는 그래서 중국의 탈북민 정책이 바뀌도록 하는 게 목표입니다.”
북한자유연합의 숄티 의장도 앞서 VOA에 이런 움직임은 매우 고무적이라며 “중국만 결단하면 탈북민 문제는 하루에 해결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전환기정의워킹그룹 등 시민사회단체들은1일 VOA에 내년 초에 열릴 중국에 대한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인권검토(UPR)를 겨냥해 의견서 제출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