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결 가능 링크

유엔 난민기구 “강제 북송된 탈북민 안위 우려”…인권단체들 “너무 소극적”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유엔난민기구(UNHCR)
스위스 제네바에 소재한 유엔난민기구(UNHCR)

유엔 난민기구가 탈북민 강제북송에 우려를 나타내며 중국이 난민 협약국으로서 보호 의무를 다하길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인권단체들과 전문가들은 이 기구가 중국 내 탈북민 보호에 너무 소극적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 난민기구(UNHCR)는 9일 중국 내 탈북민 문제와 관련해 강제 북송을 최고 우려사안으로 꼽았습니다.

이 기구는 중국 내 탈북민 보호 노력이 매우 미흡하다는 인권단체들의 비판에 대한 입장을 묻는VOA의 서면 질의에 “중국 국경 지역에 접근할 수 없기 때문에 직접적인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고 전제하며 “유엔 난민기구는 자국에서 인권 침해를 피해 탈출하는 사람들을 보호하는 임무를 맡은 인도주의 단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북한 주민들은 다양한 이유로 중국으로 간다”며 “어떤 사람들은 경제적인 이유로 가지만 다른 사람들은 보호를 필요로 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유엔 난민기구의 가장 큰 우려는 주민들이 애초에 불법적으로 북한을 떠났다는 이유로 가혹한 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북한으로 강제 송환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UNHCR] “UNHCR does not have first-hand information as we have no access to the border area in China. UNHCR is a humanitarian organization mandated to protect people fleeing human rights violations in their country. North Koreans go to China for various reasons, some for economic reasons while others may be in need of protection. UNHCR’s overriding concern is that people should not be forced back to North Korea because they could face harsh punishment for having left illegally in the first place.”

유엔 난민기구는 “유엔 인권최고대표사무소, 북한인권 특별보고관, 그리고 수많은 인권 단체들이 광범위한 인권 침해를 보고했으며 여기에는 북한으로 송환된 난민과 망명 희망자에 대한 가혹한 대우가 포함된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유엔 난민기구는 자신의 의지에 반해 북송된 북한 주민들의 안위에 대해 크게 우려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UNHCR] “The Office of United Nations High Commissioner for Human Rights, the UN Special Rapporteur on the human rights situation in DPRK and numerous human rights organizations have reported widespread human rights violations. These include the severe treatment of refugees and asylum-seekers returned to the country. UNHCR is greatly concerned for the well-being of North Koreans who are sent back against their will.”

유엔 난민기구가 보다 적극적으로 중국 내 탈북민 보호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에 대해선 “유엔 난민기구는 우리의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수용국의 선의에 의존한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중국은 1951년 난민 지위에 관한 협약 서명국으로서 난민과 망명 희망자를 보호할 의무를 다하길 기대한다”며 “우리는 이와 관련해 중국 정부와 협력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중국과 구체적으로 어떤 협력을 하는지는 자세히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UNHCR 대변인] “UNHCR depends on the goodwill of the host country to carry out our work. As China is a signatory to the 1951 Refugee Convention, we expect China to undertake its obligations to protect refugees and asylum-seekers. We work together with Chinese government in this regard.”

인권단체들은 유엔 난민기구의 이 같은 성명에 대해 기존의 소극적 대응에서 바뀐 게 없다는 실망감을 표시했습니다.

한국의 북한인권 조사 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의 이영환 대표는 9일 VOA에 “유엔 난민기구는 1990년대부터 30년 넘도록 원론적 입장뿐이고 지금처럼 시급한 상황에도 적극성을 여전히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중국이 북한 쪽에서 국경을 열면 구금 중인 탈북민들을 다 보내겠다는 방침을 세워뒀더라도 멈칫하게 만드는 게 시급합니다. 대량 북송 상황이 발생하면 심각한 문제가 벌어질 것이다 그런 압박이 가해지는 게 필요하고 당연히 UNHCR이 개입하고 접근할 수 있어야 합니다.”

미국 의회 산하 기구의 탈북민 강제 북송 관련 청문회에 패널로 참석하는 이 단체의 신희석 법률분석관은 중국의 재정 지원이 유엔 난민기구의 소극적 대응에 영향을 미친다는 얘기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녹취: 신희석 법률분석관] “2013년까지만 해도 당시 구테흐스 UNHCR 최고대표, 지금은 유엔 사무총장이죠. 구테흐스가 계속 중국 상대로 탈북 난민에 대한 강제송환을 중단하라고 촉구했었는데, 지난 10년 사이 UNHCR이 발을 빼버렸습니다. 결정적인 것은 중국 정부가 일대일로 사업을 벌이면서 다른 지역의 난민에 대해 지원하고 있고 그게 영향을 미친 게 아닌가 하는 얘기가 있습니다.”

유엔 난민기구는 그 동안 탈북민에 대해 송환 시 처벌이나 박해받을 위험이 있으면 보호해야 하는 ‘현장 난민(refugee sur place)’, 피해받지 않을 것이란 보장 없이 본국으로 돌려보내선 안 되는 ‘우려 대상(persons of concern)’으로 간주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혀 왔습니다.

유엔 난민기구는 2000년대 초반 잠시 중국 내 탈북민 보호 활동을 했지만 중국 당국이 모든 협력을 거부해 이후 지원 활동을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 기구 관계자는 앞서 VOA에 중국 정부가 당시 탈북민 망명을 계속 지원하면 국내외 다른 난민 보호 활동에 대해 협력하지 않을 것이라고 협박해 지원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었습니다.

한국의 이정훈 전 외교부 북한인권국제협력대사는 유엔 난민기구가 너무 소극적이라고 비판했습니다.

[녹취: 이정훈 전 대사] “’구속력 있는 중재’란 조항이 있습니다. 중국과 유엔 난민기구가 체결한 특별협정에. 45일 이내에 구속력 있는 중재를 요청할 수 있는데 그 중재 요청 자체를 안 한 거잖아요. 직무 유기죠. 자기 일을 안 하는 것이죠.”

이 전 대사는 미한일 정부 등이 유엔 난민기구가 행동하도록 압박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국무부는 이에 대한 VOA의 논평 요청에 탈북 난민 보호의 당위성을 거듭 강조하면서도 유엔 난민기구에 관해선 언급하지 않았습니다.

로버트 킹 전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는 이에 대해 “유엔이 할 수 있는 일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엔은 기본적으로 각국이 허용하는 범위 안에서 기능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킹 전 특사] “I think the UN is limited in terms of what it can do. I mean, basically, the UN functions where countries allow it to function…. And you know, it's not an easy you know, the UN doesn't have a lot of clout that they can use to try to encourage the Chinese to act more responsibly they you know, the Chinese are very tough on this issue.”

킹 전 특사는 “유엔은 중국이 더 책임감 있게 행동하도록 장려하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영향력이 많지 않다”며 “중국은 이 문제에 대해 매우 강경하다”고 지적했습니다.

킹 전 특사는 또 중국 정부가 자국민에게도 매우 억압적이기 때문에 앞으로도 탈북민들을 인도적으로 대우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은 탈북민이 난민이 아닌 경제적 목적으로 월경한 불법체류자란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지난해 12월 중국 정부에 서한을 보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강조하며 당사자의 의사에 반하는 송환은 어떤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고 밝혔었습니다.

또 지난 3월 유엔 인권이사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향해 송환 시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위험이 있는 북한 출신 개인들에 대해 강제송환금지원칙을 적용할 것을 거듭 권고했지만 중국은 호응하지 않고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XS
SM
MD
L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