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들의 평균 기대수명이 73.5세로 한국과 거의 11살 격차가 난다고 유엔이 새 보고서에서 밝혔습니다. 한국의 30년 전 수준인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은 빈곤과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주요 원인이란 분석이 나옵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유엔인구기금(UNFPA)은 지난 11일 세계 인구의 날을 맞아 발표한 연례 ‘2023 세계 인구현황보고서(2023 State of the World Population Report)’에서 북한 주민의 기대수명을 남성 71세, 여성 76세, 평균 73.5세로 추산했습니다.
이는 전년 보고서가 밝힌 남성 69세, 여성 76세에서 약간 늘어난 것입니다.
한국인들의 기대수명은 남성 81세, 여성 87세, 평균 84세로 작년보다 남녀 각각 1살씩 길어졌습니다.
남북한 주민들의 기대수명 격차는 10.5세로 거의 11살 차이를 유지했습니다.
한국의 전문가들은 이러한 북한의 기대수명이 한국의 1990년 수준이라고 지적합니다.
한국 고려대학교의 이요한 교수는 지난 5월 이 학교 통일융합연구원이 개최한 토론회에서 1990년에는 남북한의 기대수명이 거의 같은 수준이었지만 이후 격차가 크게 벌어졌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 내 아동 사망률과 감염병 사망률은 감소했지만 만성질환으로 인한 사망이 계속 악화한 탓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이요한 교수] “어째서 어떤 일이 지난 30년 동안 있었기에 이렇게 격차가 벌어졌는가…(북한은) 열악한 경제 상태, 빈곤 상태에서 아주 낮은 삶의 질로 근근이 버티며 살아가다가 이런 저런 많은 만성 질환들을 가지게 되고 이것 때문에 고생하며 살다가 비교적 노인 초기 시기에 생을 마감한다는 일반적인 패턴을 따르게 되는 것이죠. 이것은 북한 사람들의 일상 조건이 아주 열악하다는 점을 아주 잘 보여주고 이분들에게 필요한 양질의 의료 서비스가 잘 공급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이 교수는 이런 열악한 실태는 남한 등 외부의 지원만으로 남북 간 기대수명 격차를 줄일 수 없다는 의미라며 “건강 격차 해소를 위해서는 북한의 정치, 경제, 사회 전반을 아우르는 전략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유엔인구기금 보고서는 올해 기준 남한의 인구를 5천 180만 명, 북한은 2천 620만 명으로 추산했습니다.
또 남북 모두 고령화 추세가 심화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유엔은 전체 인구에서 65세 인구가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로 분류하는데, 보고서는 한국의 65세 이상 인구는 18%, 북한은 12%라고 밝혔습니다.
이는 전년 보고서의 한국 17%, 북한 10%에서 각각 1%P와 2%P 증가한 것입니다.
반면 0세~14세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북한이 19%로 11%에 그친 한국보다 더 유년층 비율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한국은 2020년부터 사망자가 출생아보다 많아 인구가 자연 감소하는 인구 ‘데드크로스(dead cross)’가 일어났으며, 한국 정부는 저출산 기조로 인해 그 격차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했었습니다.
유엔인구기금 보고서는 또 북한에서 모성사망률이 더 악화했다고 밝혔습니다.
2020년 기준 출생아 10만 명당 모성(가임여성) 사망자 수는 107명으로 전년 보고서가 밝힌 2017년 기준 89명보다 평균 18명이 더 늘었습니다.
반면 한국은 2017년 11명에서 2020년에는 8명으로 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앞서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 모성사망률 추세 보고서에서 북한 내 모성사망의 주요 원인은 산후 출혈, 감염, 패혈증과 임신중 합병증이라고 밝힌 바 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