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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탈북여성들, 동남아 도착 “중국 내 탈북민들, 체포 불안 시달려…한국서 사람답게 살고파”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와 나오미 목사가 동남아의 한 국가 쉼터에 도착한 탈북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 갈렙선교회의 제공.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와 나오미 목사가 동남아의 한 국가 쉼터에 도착한 탈북민들을 위해 기도하고 있다. 사진 = 갈렙선교회의 제공.

코로나 팬데믹으로 꽉 막혔던 중국 내 탈북민들의 탈출이 최근 재개된 가운데 이번 주 동남아 국가에 무사히 도착한 일부 탈북 여성이 VOA에 첫 소회를 밝혔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게 억울하고 중국에선 너무 외롭고 힘들었다며 한국에 가서 사람답게 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이번 주 동남아시아 국가에 도착한 대여섯 명의 탈북민들은 대부분 중국 동북 3성 지역에서 장기간 거주했던 탈북 여성들입니다.

짧게는 5년에서 길게는 12년, 19년, 22년을 중국에서 머물렀습니다.

또한 1명을 제외하곤 모두 중국 시골에 강제로 팔려 현지 남성과 결혼했던 인신매매 피해자들입니다.

이들의 탈출을 도운 한국의 기독교 단체 갈렙선교회는 아직 제3국에 체류 중이기 때문에 정확한 인원을 밝힐 수 없다면서도 닷새 만에 속전속결로 중국에서 동남아 국가까지 이들을 이동시켰다고 밝혔습니다.

이들 여성들은 27일 VOA와의 영상 통화에서 탈출에 성공해 정말 감사하고 행복하다며 중국에서 팬데믹 기간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습니다.

중국에서 12년을 지낸 이금순(가명) 씨는 주위 탈북민들이 최근 2~3년 동안 계속 공안에 체포돼 매우 불안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금순 씨] “심해졌어요. 고저 며칠에 한 번씩 어디서 잡혔다 저기서 잡혔다 이런 소식도 들리고. 우리야 그저 들으면 가슴이 아프고. 어떻게 도울 수도 없고요. 우리 떠나기 전에도 (체포 소식을) 많이 들었어요. 그래서 좀 겁도 났고요.”

중국에서 19년을 지낸 김성경(가명) 씨도 같은 동네에 살던 탈북 여성들이 체포된 뒤 급히 탈출을 시도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씨] “내가 올 때도 내 곁에 있던 언니 둘이 잡혀 들어갔어요. 두 달 됐는데 못 나왔어요.”

중국에서 가정을 이룬 뒤 10년 이상 체류한 탈북 여성들은 큰 문제가 없는 경우 공안에 체포돼도 대개 조사 뒤 집으로 돌려보내는 경우가 많았지만 최근 1~2년 새 이런 기류가 많이 바뀐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김 씨는 남편의 구타 등을 피해 도망친 여성들은 보복성 신고로 감옥에 수용된 뒤 풀려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씨] “말은 그렇게 (풀려난다고) 하는데 그 언니들은 남자들이 너무 못 해줘서 달아났거든요. 달아나서 그 남자들이 공안국 경찰서에 고발해서 둘 다 잡혔어요. 잡혀서 (감옥에) 넣었는데 두 달째 못 나왔어요. 나한테 계속 전화하는 걸 무서워서 못 받았어요.”

앞서 탈북 지원단체들과 브로커들은 VOA에 중국의 반간첩법 시행과 최신 안면인식 기술 등 감시체제가 강화된 데다 9월 항저우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감시가 더 심해졌다는 분위기를 전했습니다.

김성경 씨는 중국에서 19년을 지내는 동안 너무 힘들고 외로웠다고 말했습니다. 사람답게 살고 싶어 한국행을 선택했다는 것입니다.

[녹취: 김성경 씨] “사람이 사람처럼 살 수 있잖아요. 신분도 있고. 제집도 있고, 그래도 우리를 사랑해 주는 사람도 있고. 부모·형제는 없어도 (눈시울을 적시며) 목사님처럼 우리를 친형제처럼 사랑해 주는 사람들이 있잖아요.”

탈북 여성들은 현재 동남아 A 국에 마련된 갈렙선교회 쉼터에 머물고 있습니다.

이 쉼터에서 탈북 여성들을 돌보는 나오미 목사는 많은 탈북 여성이 중국에서 인신매매 피해로 인한 트라우마가 심하고 시골에 장기간 고립돼 살아서 상처가 많다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나이 차이가 별로 나지 않는 탈북 여성들도 가족의 사랑이 그리워 자신을 “어머니”라고 부른다고 전했습니다.

[녹취: 나오미 목사] “이분들은 부모님을 떠난 지 오래됐고 못 만나고 살아 계신 줄도 모르고 그러잖아요. 그래서 내가 뭘 가르치고 뭘 하고 이게 아니고요. 정말 사랑해 줘야 하고 이분들이 잠시나마 이곳을 거쳐 가는 동안에 하나님의 사랑을 이분들이 조금이나마 알고 정말 행복하게 지내가 가면 좋겠다 이런 마음이 듭니다.”

한편 이번에 탈북에 성공한 스무 살의 장원옥(가명) 씨는 한국에 먼저 정착한 어머니 주선애(가명) 씨와 4년 만에 재회하는 기쁨을 누렸습니다.

[녹취: 장원옥 씨] “정말 기뻐요. 엄마도 만났고요.”
[녹취: 주선애 씨] “지금 저희 딸하고 센터에 같이 있어요. 정말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즐거워요.”

모녀는 5년 전 중국으로 탈북한 뒤 엄마인 주 씨가 2019년에 먼저 한국에 정착했습니다. 딸도 곧 뒤따라 올 예정이었지만 갑자기 발생한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길이 막히면서 4년간 생이별을 해야 했습니다.

[녹취: 장원옥 씨] “(중국에) 너무 힘들게 있었어요. 코로나가 있으니까요. 원래 오래전에 오려고 했는데 코로나 있고 해서 못 왔어요.”

어머니 주 씨는 보고픈 딸이 4년 만에 중국에서 탈출을 시작하자 가슴을 졸이며 한국에서 여객기를 타고 동남아 B 국까지 직접 날아가 재회한 뒤 육로를 통해A 국까지 딸과 함께 동행했습니다.

주 씨는 이렇게 목숨을 걸고 북한에서 탈출한 것은 딸의 미래 때문이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선 당이 인민의 삶을 사사건건 간섭하고 위에 바치라는 게 갈수록 많아져 너무 힘들었다는 것입니다.

[녹취: 주선애 씨] “어린 나이에 친구들과 놀 때도 좀 이상한 노래를 틀어도 보위부, 안전부에서 와서 막 잡아가고 이러거든요. 그래서 너무 억울하게 당하는 사람들이 엄청 많거든요. 또 그곳에서 학교에 다니려면 과제가 너무 많거든요. 뭐 화목 떼어 내려 하지 꼬마계획 뭐 돈을 엄청 거둬요. 생활이 힘든 사람들은 학교 다니기 힘들어요. 그 정권이 빨리 망했으면 좋겠어요
[녹취: 장원옥 씨] “저도 그래요”

탈북 여성들은 태어나 자란 정든 고향을 쉽게 떠나고 싶은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반문했습니다.

2004년 탈북한 김성경 씨는 생존을 위해 북한을 떠나야 했고 타국에선 이리저리 팔려 다녀야 했다면서 조국이 원망스럽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김성경 씨] “(한숨을 내쉬며) 자기 백성을 그렇게 굶겨 죽이고 그렇게 못 살게 하면서 뭐라고 해야 할까. 억울해요. 거기서 태어난 게 억울하고. 그런 독재자가 좀 없어졌으면 좋겠어요. 우리 북한 사람들이 다 잘 살았으면 좋겠어요.”

갈렙선교회의 김성은 목사는 이 단체 팀원들이 여러 차례 동남아 현지답사를 통해 좀 더 안전한 탈출로를 최근 확보해 3년 4개월 만에 중국 내 탈북민들을 탈출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말했습니다.

또 지금도 중국 여러 곳에서 구출을 호소하는 탈북민들의 연락이 쇄도하고 있다며, 그러나 쉽게 답을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고 안타까워했습니다.

[녹취: 김성은 목사] “지금도 계속 구출해 달라고 연길에서도 오고 선양에서도 오고. 그런데 탈북 구출 비용이 옛날에 비해 10배 이상 올랐으니까. 고민이 너무 깊어지고. 한국 교회도 코로나로 타격받은 뒤 회복되지 않은 부분이 너무 커서 협조하는 분들은 오히려 줄어든 상태입니다. 앞으로 탈북민 구출이 활발해지기까지는 엄청난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 기간 저축한 돈으로 막대한 구출 비용을 감당하고 있지만 곧 비용이 소진될 상황이라 어려움이 많다는 것입니다.

김 목사 등 지원단체들과 브로커들은 앞서 VOA에 코로나 팬데믹 전에 1인당 평균 200만원, 미화 1천 600달러 정도 하던 구출 비용이 지금은 최대 2천만원, 미화1만 6천 달러로 치솟아 부담이 너무 커졌다고 말했었습니다.

한편 또 다른 선교단체도 이날 후원자들에게 보낸 이메일을 통해 중국 내 탈북민 6명이 성공적으로 탈출해 동남아 A 국의 쉼터에 무사히 도착했다고 밝혔습니다.

두 선교단체 쉼터에 도착한 탈북민들은 충분한 휴식과 치유의 시간을 보낸 뒤 한국으로 향할 예정입니다.

한국 통일부는 지난 18일 홈페이지를 통해 올 상반기에 남성 23명, 여성 76명 등 탈북민 99명이 한국에 입국해 총 누적 인원은 3만 3천 981명이 됐다고 밝혔습니다.

통일부 당국자는 특히 “2분기 입국 인원이 작년 동기나 직전 분기와 비교하면 상당히 늘었다"며 이는 최근 중국 국내와 국가 간 이동 제한이 완화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통일부에 따르면 2001년부터 코로나 팬데믹 발병 이전인 2019년까지 적어도 1천 명 이상의 탈북민이 해마다 한국에 입국했지만 2020년 229명, 2021년 63명, 2022년 67명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복수의 정통한 소식통은 VOA에 팬데믹 기간 입국한 탈북민은 대부분 해외 파견 북한 노동자들과 중국 여권을 통해 입국한 사람들로 중국과 동남아를 경유해 입국하는 전통적인 탈북민들과 차이가 있었다고 전한 바 있습니다.

VOA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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