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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북민 강제북송 한 달, 체포와 구금 계속돼…“중국 더 강하게 압박해야”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중국 단둥에서 바라본 북한 신의주. (자료사진)

지난달 9일 중국 정부가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한 지 한 달이 지났습니다. 그러나 이들의 행방은 전혀 알 길이 없고 지금도 중국에서는 탈북민들이 계속해서 체포·구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전문가들은 국제사회가 중국을 더 강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열다섯 살에 중국에 팔려갔다가 중국 공안에 체포돼 25년 만인 지난달 9일 강제 북송된 김철옥씨의 가족들은 한 달이 지난 8일 현재까지 김씨의 소식을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김씨의 가족들은 미한 양국 정부와 유엔, 언론, 인권단체 등을 통해 김씨의 이름과 사진을 공개하면서 김씨의 구명을 호소했지만 아직까지 아무런 소식도 듣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습니다.

중국 당국이 탈북민 수백 명을 강제 북송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이들의 행방이나 소식은 전혀 알 길이 없어 남겨진 가족들은 애만 태우고 있습니다.

국제사회가 중국의 강제 북송을 규탄하고 북한에 송환된 탈북민에 대한 고문과 박해 등 인권 침해 중단을 촉구하고 있지만 중국은 ‘탈북민은 없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고 북한은 아무런 반응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중국에서는 여전히 탈북민들이 중국 공안에 체포돼 구금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북한인권단체인 전환기정의워킹그룹의 이영환 대표는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소식통을 인용해 “10월 9일 이후에도 탈북민들이 계속해서 체포·구금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이영환 대표] “10월 9일 이제 대규모 북송 이후에 여기저기에서 소규모로 탈북민들이 체포가 되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고요. 체포되고 구금되는 것은 계속 벌어지고 있다는 뜻이고. 그리고 이제 북한으로 북송이 되고 있을지 없을지는 파악이 굉장히 어렵다. 왜냐하면 이제 10월 9일날 대규모로 북송시킨 게 이제 노출이 됐고 국제적 규탄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섣불리 이제 눈에 띌 만한 규모로 옮기기는 어려울 것이다.”

탈북민 지원 단체인 북한정의연대 정베드로 대표도 8일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중국 내 소식통을 인용해 “지난달 9일 대규모 북송 이후에도 중국에서는 평소처럼 탈북민에 대한 체포가 계속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탈북민들이 최근 결성한 ‘2600명 탈북민강제북송반대 미국 시민 연합’이 지난 8월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미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탈북민들이 최근 결성한 ‘2600명 탈북민강제북송반대 미국 시민 연합’이 지난 8월 워싱턴의 중국대사관 앞에서 집회를 열었다.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들은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중국의 강제 북송을 규탄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이 지난달처럼 대규모로 탈북민을 강제 북송하기보다는 소규모로 눈에 띄지 않게 계속해서 북송할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탈북민들은 강제 북송되면 북한 당국으로부터 고문과 학대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합니다.

앞서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제78차 유엔총회에 제출한 북한인권상황 보고서에서 “강제 송환된 탈북민들이 고문과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굴욕적인 대우와 처벌, 기타 중대한 인권침해를 당할 수 있다는 믿을 만한 보고가 오래 전부터 있었다”며 중국의 강제 북송 중단을 촉구한 바 있습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해 발언했다.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지난달 23일 유엔총회 제3위원회에서 북한 인권 상황에 관해 발언했다.

인권 전문가들은 탈북민의 강제 북송 등 인권 침해를 막으려면 국제사회가 중국을 보다 강력하게 압박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로버타 코헨 전 국무부 인권담당 부차관보는 “북한인권결의안이 채택될 유엔 총회에서 결의안 공동 제안국들은 결의안에 강제 북송에 대한 강력한 내용이 포함되도록 해야 한다”며 “또 토론에서 결의안 공동 제안국들은 유엔난민기구가 국경에서 탈북민에 대한 적절한 심사 절차를 수립할 때까지 강제 북송을 유예할 것을 촉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At the UN General Assembly, where a resolution on NK human rights will be introduced for adoption, cosponsors of the resolution should make sure the text of the resolution is strong on the subject of forced repatriation, and in the debate, cosponsors of the resolution (that usually number more than 50) should call for a moratorium on forced returns until such time as UNHCR is given access to the border to establish an adequate screening process for North Koreans.”

워싱턴의 민간 단체인 북한인권위원회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도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강제 북송 문제와 관련해 중국의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유엔의 모든 결의안에 ‘제3국’이라 하지 말고 ‘중국’ 이름을 명시해야 한다”며 “모두들 중국 이름을 거론하는 걸 매우 꺼려한다”고 지적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Any resolution at the UN should mention China by name, not a third country. Everybody's very shy about mentioning China by name. China continues to forcibly repatriate N. Koreans. If they stop the refoulement of North Korean refugees that you know, the human rights situation overall in North Korea would see some improvement. So yes, definitely 100% China should be mentioned by nam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그러면서 “중국은 탈북민들을 계속 강제 북송하고 있다”며 “만약 중국이 탈북민 강제 송환을 중단한다면 북한의 전반적인 인권 상황은 어느 정도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북한 외교관 출신 한국의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국회의원과 인권단체,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가 6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 탈북민 강제 북송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북한 외교관 출신 한국의 국민의힘 소속 태영호 국회의원과 인권단체, 탈북민 강제북송 비상대책위원회가 6일 뉴욕 유엔본부 앞에서 중국의 강제북송 중단을 촉구했다. 사진 = 탈북민 강제 북송 비상대책위원회 제공.

전문가들은 중국이 1951년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 및 고문방지협약의 당사국으로서 국제 의무를 이행할 것을 계속 촉구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세계 100여개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휴먼라이츠워치(HRW) 필 로버트슨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가장 중요한 것은 중국이 탈북민들을 보호를 받을 자격이 있는 난민으로 인정하도록 압력을 가하는 것”이라며 “중국은 탈북민들을 체포와 추방의 대상이 되는 ‘경제적 이주민’으로 분류·취급하는 행위를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What’s most important is to press China to recognize North Koreans are refugees who deserve protection. Beijing must cease classifying them and treating them as ‘economic migrants’ subject to arrest and deportation. China’s wholesale refusal to consider North Koreans as refugees is an outrageous, completely wanton denial of its obligations under the UN Refugee Convention of 1951, and its 1967 Protocol.”

로버트슨 부국장은 이어 “중국이 탈북민들을 난민으로 인정하는 것을 전면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1951년 유엔난민협약과 1967년 난민의정서에 따른 의무를 완전히 부정하는 터무니없는 일”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탈북민이 북한에 있을 때 목격한 공개처형 장면을 그린 그림이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장에 전시됐다. (자료사진)
탈북민이 북한에 있을 때 목격한 공개처형 장면을 그린 그림이 서울에서 열린 북한 인권 관련 행사장에 전시됐다. (자료사진)

인권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강제 북송을 중단하고 탈북민들이 원하는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에도 부합한다고 중국을 적극적으로 설득해야 한다고 제안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는 “지난 10년간 중국은 전 세계 난민 및 인도주의 분야에서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하는 데 관심을 보여왔다”며 “이런 열망은 국제 난민 및 인권 규범을 준수하는 것과 함께 진행될 때 더 잘 달성할 수 있다는 점을 부각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코헨 전 부차관보] “Over the past decade, China has shown interest in becoming a more active player in the worldwide refugee and humanitarian arena; such aspirations, it is important to point out, would be better achieved if they go hand in hand with the upholding of international refugee and human rights norms. Observing such norms could enhance China's international reputation and standing and hopefully move it to encourage reforms in North Korea so that its people would be less likely to cross the border in flight.”

이어 “이런 규범을 준수하면 중국의 국제적 명성과 위상이 높아질 수 있고, 바라건대 북한 주민들이 국경을 넘는 일이 줄어들도록 북한의 개혁을 촉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도 “한국 정부와 동맹국들이 중국 정부가 여전히 중국 내 구금 중인 탈북민들이 원하는 제3국으로 갈 수 있도록 설득하는 노력을 배가해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중국의 국익을 해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중국이 난민 보호를 위한 국제적 노력에서 책임 있는 역할을 할 준비가 돼있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South Korean government and its allies must redouble their efforts to persuade the Chinese government to allow those still in detention to go to a third country of their choice. Doing so will not hurt China’s interests but rather will show that Beijing is prepared to play a responsible role in international efforts for refugee protection.”

인권 전문가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의 전쟁으로 탈북민들의 인권 침해 문제가 자칫 주목받기 어려울 수 있지만 강제 북송된 탈북민들은 고문과 학대, 강제 낙태와 강제 노동, 즉결 처형 등 심각한 인권 유린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널리 알려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큰 위기가 발생해 (북한 인권 문제에 집중하기엔) 아주 어려운 환경”이라며 “늘 그렇듯이 우리의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다른 매우 중요한 이슈들과 경쟁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This is a very difficult environment. There are major crises in Ukraine, in the Middle East. As always, we have to compete against other very important issues in order to get our message out there.”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이어 김철옥씨처럼 이름과 사진 등이 공개된 경우 시민사회단체가 김씨가 처한 곤경에 근거해 구명 캠페인을 진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전적으로 같은 생각을 가진 미국, 한국, 일본 정부에 (구명 여부가) 달려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스칼라튜 사무총장] “In this particular case, we have one name and I think it's very important for civil society to run campaigns based on the name of Kim Cheol-ok, based on her plight. And again, it's entirely up to like minded governments, the United States, South Korea, Japan.”

로버트슨 부국장은 “강제 북송된 탈북민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길은 그들이 처한 역경을 강조하고, 북한 당국에 송환된 주민들이 어디에 있는지, 그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명확히 밝힐 것을 요구하며 이들에 대한 학대를 즉각 중단할 것을 요구하는 것”이라며 “(송환된) 탈북민들은 즉각 아무 조건 없이 석방돼 그들이 원하는 제3국으로 조용히 여행할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로버트슨 부국장] “The only way to help those forced back to North Korea is to highlight their plight, and demand that the North Korean government state clearly where these returnees are, what is being done to them, and to pledge to immediately stop any abuses against them. They should be immediately and unconditionally released, and permitted to travel quietly to a third country of their choice.”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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