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이 북한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 방지 캠페인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국제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보편적 국제 상황과는 다른 북한에 초점을 맞춘 캠페인의 필요성도 제기됐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북한 여성과 여아에 대한 폭력 방지를 위한 16일간의 캠페인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난달 25일 유엔 여성기구가 ‘세계 여성 폭력 추방의 날’을 맞아 착수한 유엔 차원의 연례 캠페인에 동참하며 시작된 이 캠페인은 세계인권선언의 날인 오는 10일까지 계속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사회연결망 서비스인 ‘엑스’에 “북한 내 젠더 기반 폭력에 맞서고자 여성 인권 옹호자들이 어떤 활동을 펼치고 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고 밝혔습니다.
신혜수 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위원은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를 통해 공개한 영상에서 북한에서 젠더 기반 폭력을 예방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우선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녹취: 신 위원] “I think the best way to prevent gender based violence in the DPRK is let people understand let people understand, especially young people understand the meaning of gender based violence, for example, domestic violence in many countries. In the beginning, people didn't think that it is violence against women. Let people, especially youth, as I said, you understand what gender based violence it whether it's sexual harassment, rape or domestic violence or trafficking. So that's the first step.”
신 위원은 “예를 들어 많은 나라에서 가정 폭력이 여성에 대한 폭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며 “특히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해서 사람들이 성희롱, 강간, 가정폭력, 인신매매 등 젠더 기반 폭력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하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습니다.
신 위원은 사람들이 먼저 그 개념을 이해하면 경찰에 신고할 수 있고 이후 소추, 피해자 보호, 예방 조치가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인권 운동을 펼치고 있는 민간단체 관계자들도 이번 ‘16일 캠페인’에 동참해 북한 내 실상을 개선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영국의 북한인권 조사 단체인 한미래(Korea Future)의 강혜주 공동 디렉터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 엑스에 “북한의 여성과 여아가 만연한 성폭력과 젠더 기반 폭력 등 심각한 인권 침해를 감내하고 있다”며 “북한 당국에 책임을 묻기 위해서는 젠더 중심의 옹호 활동과 국제적 개입이 필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에서 가정 폭력과 성폭력이 만연하지만 “피해자가 정의 실현을 요구할 수 있는 방법이나 이들을 위한 지원은 사실상 전무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전환기정의 워킹그룹의 강정현 선임연구원은 “북한 여성이 성폭력과 가정폭력에 노출되며, 강제 결혼과 노동력 착취의 목적으로 인신매매를 당한다”며 “북한이 여성차별철폐협약을 포함한 국제법상의 의무를 다하도록 촉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젠더기반 폭력 가해자를 조사, 기소, 처벌하는 것은 예방적 효과를 가져올 수 있는 중요한 방안”이라며 “이를 위해 시민사회단체를 비롯한 국제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의 김선형 심리상담사는 북한 여성들이 고문과 폭행 등 외상을 초래하는 사건에 많이 노출된다며, 이들이 한국에 적응하기 위해서는 종합적인 치유 서비스가 지원돼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영국에서 북한 인권 운동가로 활동하는 북한 출신 박지현 씨는 6일 VOA와의 통화에서 유엔 여성기구 영국 국가위원회(UN Women UK)가 진행하는 ‘젠더 기반 폭력 방지를 위한 16일의 캠페인’에 참여했다며, 자신이 탈북 여성들의 실상을 알린 인터뷰 내용이 곧 인터넷 뉴스레터를 통해 발송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특히 북한 여성들의 보편적인 권리가 먼저 보장돼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고 밝혔습니다.
[녹취: 박지현] “여성들에 대한 기본적 권리 예를 들면 여성들이 공부할 권리, 북한에서는 17세 이상이 되면 여성들은 공부할 권리가 많지 않잖아요. 그리고 결혼을 해도 본인이 직장을 계속 다녀야 되지만 결혼을 하게 되면 이제 부양가족으로 넘어가는 것, 이런 것부터 봤을 때 북한에서는 기본적 권리가 하나도 해결된 게 없죠.”
박 씨는 북한은 다른 나라들과 인권 상황과 인식이 다르다는 점을 감안해서 보다 정교하게 초점을 맞춘 인권 캠페인을 펼쳐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북한 정권 주도하에 여성에 대한 폭력이 자행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여성들이 겪는 강제북송, 강제 인신매매, 성매매에 이외에도 당국이 북한 여아들의 인권도 침해한다는 점을 알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녹취: 박지현] “학생들 때 13, 14살이 되면 정권 자체에서 여자 아이들이 인물부터 신체 검사를 따로 진행 하잖아요. 그 아이들에 대해서 17살까지 관리하고 17살 지나면 5과라고 해서 모두 데려가거든요. 그러면 아이들이 중앙당 올라가서 어떤 일을 하는 지 우리는 정확히 모르지만, 고위 간부들 앞에서 춤을 추고 노래를 부르기도 하고, 해외 파견돼서 춤과 노래 이렇게 해서 몸을 팔아서 정부의 돈을 벌어들이는 거잖아요. 지금 전 세계에서 이런 일이 일어나는 나라는 북한 밖에 없거든요.”
지난달 유엔총회 제3위원회가 채택한 북한인권결의안은 “여성에 대한 폭력과 차별” 문제에 대해 우려하며 북한 정부에 개선을 촉구했습니다.
특히 ‘불평등한 고용 기회’, ‘여성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 침해’, ‘여성 인신매매에 극도로 취약하게 하는 내부 환경’, ‘정치·사회 영역과 구금 중 차별 등 여성에 가해지는 젠더에 기반한 차별’, 강제 낙태와 다른 형태의 성폭력 문제 등을 지적했습니다.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Violations of the human rights and fundamental freedoms of women and girls, including unequal access to employment and discriminatory regulations; as well as, in particular, the creation of internal conditions that force women and girls to leave the country, making them extremely vulnerable to trafficking in persons for the purpose of sexual exploitation, forced labour, domestic servitude or forced marriage, and their subjection to sexual and gender-based discrimination, including in the political and social spheres, as well as in detention, including through forced abortions and other forms of sexual and gender-based violence;”
유엔은 2014년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 여성차별철폐위원회(CEDAW), 보편적정례검토(UPR) 등을 통해 북한 당국에 여성 폭력 종식을 위한 다양한 권고를 했지만 개선 움직임은 없다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북한 지도부는 특히 2019년 유엔 인권이사회의 보편적 정례검토에서 9개국이 권고한 여성 폭력 방지와 역량 강화 권고 가운데 나미비아와 아르헨티나, 호주, 이집트, 벨기에의 권고를 지지한다고 밝혔지만 실질적인 이행 조치 발표나 움직임은 아직 없습니다.
VOA 뉴스 조은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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