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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먼라이츠워치 “북한, 코로나 핑계로 주민 억압 지속…처형 등 위협 통해 복종 강요”


지난 1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은 부자 벽화에 참배하고 있다.
지난 1일 북한 평양 주민들이 김일성 김정은 부자 벽화에 참배하고 있다.

북한 정부가 지난해에도 코로나 방역을 핑계로 계속 주민들의 기본권을 침해했다고 국제 인권단체가 비판했습니다. 3대 세습의 김정은 정권이 고문과 처형 등 위협을 통해 주민들에게 복종을 강요하고 주민들의 인도주의적 위기를 악화시켰다고 지적했습니다. 안준호 기자가 보도합니다.

세계 100여개 국의 인권 상황을 감시하는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츠워치는 11일 발표한 ‘2024 세계 보고서’에서 “북한은 여전히 전 세계에서 가장 억압적인 국가 중 하나”라며 “3대 전체주의 지도자 김정은이 통치하는 북한 정부는 고문, 처형, 투옥, 강제 실종, 강제 노동의 위협을 통해 주민들이 두려움에 떨며 복종할 것을 강요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또 “북한 정부는 표현, 결사, 종교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적 자유를 체계적으로 부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보고서] “The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North Korea) remains one of the most repressive countries in the world. (중략) Ruled by third-generation totalitarian leader Kim Jong Un, the government maintains fearful obedience by using threats of torture, executions, imprisonment, enforced disappearances, and forced labor. It systematically denies basic liberties, including freedom of expression, association, and religion.”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날 북한과 한국, 중국, 러시아, 미국, 일본 등을 포함한 세계 100여개 국의 인권 실태를 검토한 내용을 담은 740쪽 분량의 ‘2024 세계 인권 보고서’를 발표했습니다.

보고서는 2022년에 이어 2023년에도 북한 당국은 코로나 팬데믹에서 주민을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국경에서의 이동과 무역 제한, 강력한 사상 통제 등 극단적으로 불필요한 조치를 계속 유지했으며, 이런 제한은 식량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의약품, 의료용품, 기타 생필품 부족을 심화시키는 등 주민들이 먹고살아갈 수 있는 능력을 심각하게 약화시켰다고 밝혔습니다.

또 3~4월의 극심한 가뭄과 8월 홍수로 거의 4년에 걸친 코로나 전국 봉쇄령의 영향은 더욱 심해졌다고 말했습니다.

게다가 북한 정부는 1월부터 9월까지 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 3발을 포함해 30여 차례의 미사일 시험 발사를 실시하는 등 무기 개발에 계속 우선 순위를 뒀다고 지적했습니다.

[보고서] “In 2023, the government continued to maintain extreme and unnecessary measures under the pretext of protecting against the Covid-19 pandemic, with deepened isolation and repression; border, trade, and travel restrictions; and strong ideological control. These restrictions severely aggravated the existing food crisis and exacerbated the country’s chronic lack of access to medicines, medical supplies, and other necessities. (중략)
The government continued to prioritize weapons development, conducting over 30 missile tests between January and September, including three long-range intercontinental ballistic missiles.”

보고서는 북한 정부가 사상, 표현, 정보의 자유를 허용하지 않으며 모든 미디어는 엄격하게 통제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지난해 1월 북한 정부는 ‘평양문화어보호법’을 제정해 한국 또는 외국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이는 언어 사용을 금지했으며, 지난 3~4월 양강도에서는 승인되지 않은 동영상을 시청하고 한국 언어를 사용한 혐의로 17명의 젊은이들이 재판을 받고 이 중 한 명은 10년 강제노동형을 선고받았다고 밝혔습니다.

‘이동의 자유’와 관련해선 북한 정부가 단속을 강화해 국경경비대가 허가 없이 출입하는 모든 사람을 ‘무조건 사살’하라는 명령을 그대로 유지했으며, 당국의 이런 엄격한 제한 조치는 주민들의 생계와 식량, 의약품 및 기타 필수품에 대한 접근성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습니다.

보고서는 이어 중국 내 보안 단속과 대규모 감시 강화로 중국 내 많은 탈북민들은 여전히 숨어 지내고 있으며, 중국 정부는 탈북 망명 신청자들을 구금하고 북한으로 돌려보내려는 시도를 계속하는데 이는 유엔 난민협약 당사국으로서 중국의 의무를 위반한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8월에 80명, 9월에 40명, 10월에 최소 500명 등 중국에 구금됐던 많은 탈북민들이 강제 북송됐으며, 이들은 탈북을 시도했다는 이유로 심각한 학대를 받았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전했습니다.

‘건강권’에 대해서는 “북한은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라며 “북한 정부는 만성적인 식량 불안정으로 끊임없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과도하고 불필요한 코로나 관련 제한 조치로 주민들의 수입원이 차단돼 시장에서 식량과 생필품을 구매할 수 있는 능력이 감소했고, 이는 결국 주민들의 식량과 건강, 적절한 생활 수준을 유지할 수 있는 권리를 전반적으로 악화시켰다고 보고서는 지적했습니다.

보고서는 북한 정부는 경제 지탱을 위해 주민들에게 일상적이고 체계적인 무급 강제 노동을 요구하고 있으며, 여성과 아동을 비롯해 교화소와 정치범 수용소 등의 수감자들이 강제 노역의 대상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보고서] “The North Korean government routinely and systematically requires forced, uncompensated labor from much of its population to sustain its economy. The government’s forced labor demands target women through the Women’s Union, children at schools, workers at state-owned enterprises or deployed abroad, detainees in short-term hard labor detention centers, and prisoners at long-term ordinary prison camps and political prison camps.”

보고서는 지난해 2월 엘리자베스 살몬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이 코로나가 여성과 소녀들에게 미치는 영향 등에 대한 우려를 제기했던 사실을 상기시키며, “북한 정부는 성폭력과 만연한 차별, 경직된 성 고정관념의 강요 등 심각하고 만연한 여성 인권 침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윤리나 휴먼라이츠워치 한국 담당 선임연구원은 이날 VOA와의 전화통화에서 “세계보건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코로나 예방과 관련된 거의 모든 조치가 해제되고 코로나 팬데믹이 공식적으로 종식됐지만, 2023년 북한 정부는 코로나 위협으로부터 주민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북쪽 국경 지역에서 사격 명령을 계속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지난 5년간 북한의 탄압은 체계적으로 증가해 왔고, 지난해에도 고립과 억압, 통제 강화의 연속이었다”고 덧붙였습니다.

[녹취: 윤 선임연구원] “Almost all measures related with the protection of COVID-19 have been lifting across the world and the COVID pandemic has officially ended up according to the World Health Organization, the North Korean government in 2023 continue to use shoot on sight orders on its northern border with the excuse to protect against the COVID 19 threat. (중략) North Korea's repression in the past five years has systematically have been increasing. So I mean, this year has been a continuation of more isolation and more repression and an increased control.”

휴먼라이츠워치는 이날 한국의 인권 상황에 대해서는 “윤석열 한국 대통령 취임 2년 차인 2023년 한국은 대북 인권 정책을 강화한 반면 국내 인권은 소홀히 했다”며 “여성과 소녀,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성전환자, 장애인에 대한 체계적인 차별을 해결하지 못했다”고 평가했습니다.

보고서는 헌법재판소의 대북전단금지법 위헌 결정, 통일부의 북한 인권 현황 연례 보고서 발간, 북한인권결의안 공동 발의 등 지난해 윤석열 정부는 북한 인권 증진을 최우선 과제로 삼았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러나 국내에서 한국 정부는 여성과 소녀에 대한 만연한 차별에 맞서기 위한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하지 않았으며, 국회의원들은 성소수자 차별을 금지하거나 동성애를 인정하는 법안을 제정하는 데 실패하는 등 성소수자들은 여전히 차별과 적대감에 시달리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선임연구원은 “한국 정부는 북한과 역내 인권을 증진하는 동시에 국내 소외 계층의 권리를 보호하는 등 원칙에 입각한 인권 의제를 채택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VOA 뉴스 안준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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