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인권기구가 전 세계 고문 피해자와 가족의 재활을 돕는 기금 지원 공고를 발표했습니다. ‘고문 공화국’으로 불리는 북한에서 피해를 당한 일부 탈북민에게도 혜택이 제공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김영권 기자가 보도합니다.
서울 유엔인권사무소는 16일 인터넷 사회관계망서비스인 ‘X’에 ‘유엔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UN Voluntary Fund for Victims of Torture)’ 공고를 게시하며 오는 3월 1일까지 신청해 달라고 안내했습니다.
이 기금은 고문 피해자와 가족의 재활 프로그램을 돕는 목적으로 40년 전 조성됐으며 매년 육체와 심리 치료, 복지, 법적 지원을 하는 민간 단체들에 보조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유엔 인권기구는 전날 홈페이지를 통해 내년 2025년 지원 공고를 올리며 직접 지원과 역량 강화 프로그램에 단체당 연간 3만~10만 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이 기구는 지난해 90개국 5만 3천 380명 이상의 고문 생존자와 가족을 돕는 단체와 프로그램 190건에 9백만 달러를 지원했습니다.
유엔 협의적 지위를 갖고 있는 북한인권위원회(HRNK)의 그레그 스칼라튜 사무총장은 16일 VOA에 이 기금에 대해 “북한 고문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듣게 될 것이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큰 규모의 지원금은 아니지만 그럼에도 역량 강화를 위한 지원이 될 것”이란 설명입니다.
[녹취: 스칼라튜 총장] “This fund means that the voices of victims of torture from North Korea will be heard. These are not very sizable grants, but nevertheless, they will provide support for capacity building. Capacity building for civil society organizations that have endeavored to work with North Korean victims of torture to listen to their stories, to understand their stories,”
스칼라튜 총장은 특히 북한 고문 피해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이야기를 이해하고, 그 이야기를 국제 시민사회, 일반 대중, 국제 언론뿐 아니라 북한의 반인도 범죄를 기록하는 유엔 기구와 정부에 전달하는 시민사회단체의 역량을 강화하는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북한은 유엔과 국제 인권단체들 사이에서 ‘고문 공화국’으로 불릴 정도로 고문 실태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는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고문 사용은 북한 내 심문 과정에서 고질적으로 일어나는 행태”라며 이는 반인도적 범죄 유형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었습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도 지난해 ‘세계 고문 피해자 지원의 날’을 맞아 발표한 성명에서 “북한에는 정치범수용소를 포함해 여성을 상대로 한 성폭력과 강제 낙태, 강제 불임과 같은 고문 등 기타 형태의 정부에 의한 잔인하고 비인도적이며 비열한 징벌에 대한 믿을 만한 보도들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고 지적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 성명] “In North Korea, there are widespread credible reports of torture and other forms of cruel, inhumane, and degrading punishment by the government, including in political prison camps, and against women specifically, such as sexual violence, forced abortion, and forced sterilization.”
VOA가 유엔 인권기구의 2022년 기준 고문 피해자를 위한 자발적 기금 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북한인권단체 중에 이 기금을 받은 단체는 북한인권정보센터(NKDB) 한 곳으로 나타났습니다.
이 단체의 윤여상 소장은 VOA에 이 기금을 통해 한국 내 탈북민 고문 피해자들의 육체적·정신적 회복을 돕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윤 소장은 “고문 피해는 그 상처가 전 생애에 걸쳐 나타나기 때문에 장기적인 개입과 지원이 필요하다”면서 “특히 신체뿐 아니라 정신적 피해가 크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윤여상 소장] “저희는 개인 상담과 집단 상담만이 아니라 의료적 치료도 함께하고 있습니다. 북한 고문 피해에 특화된 전문상담사와 사회복지사가 한 팀을 이루어서 진행합니다.”
북한인권정보센터는 홈페이지를 통해 10년째 유엔에서 받는 기금으로 북한에서 고문 피해를 겪은 탈북민들에게 집단상담과 문화 체험을 제공하는 ‘힐링캠프’ 등 다양한 지원을 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습니다.
북한 인권을 담당하는 서울 유엔인권사무소가 이 기금 공고를 직접 ‘X’에 올린 것은 더 많은 북한인권단체의 신청을 권고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의 한 북한인권단체 관계자는 16일 VOA에 “액수가 최대 1억원 정도로 많지 않지만 좀 더 다양한 단체의 기금 신청으로 북한 내 고문의 심각성을 알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와 스칼라튜 총장은 국제사회가 고문 문제에 관심이 높은 만큼 한국 정부가 북한 내 고문 피해자 기록을 강화하고 이를 알리는 노력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앞서 한국 통일부는 북한에서 고문을 겪고 한국에 입국한 탈북민 피해자들에 대한 지원 여부와 관련해 “특정 사업은 없다”고 VOA에 밝혔습니다.
다만 “정서 안정, 건강증진, 의료지원 사업 등 북한이탈주민의 국내 정착지원을 돕기 위해 지난해 정착행정지원 545억원, 사회적응지원 338억원으로 총 883억원(미화 6천 500만 달러)이 편성되어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VOA 뉴스 김영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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