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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리포트] 전통과 현대의 공존 <strong><font color = 065883> - 오곡밥과 초콜릿</strong></font>


2월은 1년중 가장 짧은 달이지만 전통과 현대, 구수함과 달콤함이 넘치는 달이기도 합니다. 지난 주말은 정월 대보름 달맞이 인파가 남한 곳곳의 행사장으로 몰렸고, 젊은 연인들은 사랑의 증표 초콜릿과 선물 마련에 분주했습니다. 오곡밥에 나물먹고 달 보러 간다는 정월대보름. 한국 각 지역에서는 민족의 명절 ‘정월 대보름’을 지키기 위한 축제가 이어졌습니다.

" 매년 정월 보름날에 나오는데 다른 곳에서 보는 것보다 해운대에서 보니까 더욱 크고 멋지네요"

‘달맞이 고개’라는 지명으로도 유명한 부산에서는 국제연날리기대회와 달집태우기 불꽃놀이 등이 이어졌고 남한 최대 규모로 3년 만에 재개된 경남 창녕군의 화왕산 억새 태우기 행사는 화왕산 정상에 형성된 5만여평 크기의 억새밭 일대에서 진행돼 장관을 이루었습니다.

“맑은 청주를 마시면 한해 동안 귀병이 없고, 귀도 잘 들리고, 눈도 잘 보인다고 해요.이거 딱 깨물면 소리 나잖아, 딱 소리 나면 귀신이 날아가라고.”

귀밝이 술 청주와 액을 막아준다는 부럼을 먹고, 떡판치기에 널뛰기.. 투호던지기는 아이들의 모습은 신기한 놀이기구를 만난 듯합니다.

“쥐불놀이.... 공간도 없고,,.,텔레비전에서 봤을 때는 쉬워 보였는데, 직접 하니까 잘 안돼요”

달을 향해 비는 소원은 각기 다르지만 가족의 건강과 번영을 국가의 평안을 기원하는 마음은 한결 같습니다.

“금년에도 풍년이 돼서 농민들이 잘 살 수 있는 한해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우리 아들 딸 건강하고, 열심히 공부 잘 했으면 하는 소망뿐입니다. 부모님도 건강하셨으면 좋겠어요."

올해는 대보름을 맞아 서울 청계천에선 광통교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재현되었는데요. 1920년대 이후 끊어졌던 다리 밟기 행사와 함께 갖가지 민속놀이에 광통교 일대에 대단한 인파가 모였습니다.

“서울에서 이렇게 특이한 전통 놀이를 해보니 정말 재미있습니다. 아들은 비행기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했고 저는 건강하고 한해동안 돈 많이 벌어서 부자되게 해 달라고 썼습니다.”

하지만 민족의 명절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젊은 층에서는 정월대보름을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달 보고 절하는 날. 더위를 쫓기 위해서 액운을 쫒고.. 더위를 왜 팔아?, 내 더위 사가라~그날 오곡밥 먹고 그런 날 아닌가요? 예전에는 달에 대고 절도 하고 오히려 설 보다 더 큰 날이었다고 어머니가 말씀 하셨는데 정확한 뜻은 잘 모르겠습니다.”

2월에는 달 보며 행복과 건강을 기원하는 사람들이. 또 밸런타인데이를 앞두고 초콜릿 마니아로 변한 사람들도 있습니다. 연인이든 가족이든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면 여성이 남성에서 초콜릿을 주는 날로 굳어진 한국식의 밸런타인 데이. 하지만 초콜릿을 건 낼 사람이 있어도 고민이고

“ 부담이 좀 됐었거든요. 아무래도 작년에 준 것보다 더 새롭고 더 좋은걸 해줘야 한다고 생각을 하니까..”

없어도 고민입니다.

“학교를 가면 애들은 초콜릿을 받고 있고, 저 혼자 앉아 있고... 늘상.”

초콜릿은 기본에, 선물은 선택이니 부담도 만만치 않습니다.

“ 기분이라고 길에 나가다 보면 보이는 것이 초콜릿 뿐이고 또 다른 연인들도 많이 하니까..안주면 서운해 하쟎아요. 선물을 줘도 꼭 초콜릿이 따라가야 받은 것 같은 기분을 들어하니까... “

이런 고민은 이유 없이 우울하고 짜증나는, 이른바 '밸런타인데이 증후군'으로 이어져 안티 인터넷 까페까지 등장했는데요.

“2월14일은 밸런타인데이, 3월 14일은 화이트데이, 4월14일은 블랙데인가? 빼빼로 데이 보통 5개 정도...무비데이 그린데이 다 있는데 잘 안하쟎아요.”

사랑을 조심스럽게 표하던 밸런타인데이가 젊은이들의 문화로 자리 잡더니 기업들의 마케팅과 함께 남자가 여자에게 사탕을 주는 화이트 데이, 자장면을 먹는 블랙 데이와 로즈 데이, 다이어리 데이와 실버 데이 등 생소한 기념일들은 다달이 넘쳐났습니다.

“나오면 다 커플들이 돌아다니면서 하나씩 들고 다니니까 그럴때는 집에 있는 것이 제일 편하지요..”

1년 내내 쏟아지는 국적 불명의 각종 기념일. '재미'로 시작됐지만 이제는 또 다른 스트레스에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한 국은 밸런타인 데이 말고도 매달 연인들간에 그냥 넘겨서는 안될 이런저런 기념일로 넘쳐나는 나라라고 로이터통신이 지난1월 서울발 기사를 쓰기도 했거든요

“이것은 마치 명절증후군처럼 나타날 수도 있거든요. 밸런타인 데이에 내가 뭔가를 해줘야 된다든지, 또 무슨 날에는 뭘 해줘야 되는데 그걸 모르고 있었느냐·라는,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상당히 심리적으로 부담감을 느끼죠.”

하지만 이런 걱정가운데에서도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가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보이는 것만 쫓는 사랑을 왜곡하고 과소비를 조장하는 밸런타인 초콜릿보다는 자신을 녹여서 주위를 밝히는 ‘초’에 사랑의 의미를 담자는 사람들

“ 우리 이제 진정한 사랑의 문화를 회복하자. 나 자신을 사랑하고 나의 가족 친구 이웃을 돌아보며 사랑하자 자신을 녹여 어두운 세상 빛 밝히자 “

`캔들 데이' 캠페인을 벌여온 한국대학생대중문화감시단은 밸런타인데이 하루전인 지난 13일 오후에도 서울 청계천 청계광장에서 ‘캔들데이’ 홍보 행사를 열었습니다.

“ 지갑을 털어 초콜릿 선물을 사고 있다. 수 만원대의 초콜릿에서부터 백 여만원의 선물까지 아무거리낌 없이 사는 과소비와 초콜릿 선물의 가격으로 사랑의 기틀을 확인하려하는 물질주의가 만연하고 있다 “

1997년 시작해 올해로 10년째를 맞은 ‘캔들데이’ 홍보 행사. "초콜릿 `타령'을 버리고 파란꿈 채워보자 욕심의 외투 벗고 가볍게 날아보자"라는 초를 밝히며

“뭔가 꿈과 건전한 자화상을 갖기 위해서 초처럼 세상을 빛내고 자기를 희생하자 이러한 의도에서 시작했습니다.”

이젠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며 교과서에 싣자는 의견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초콜릿 사 주세요! 수익금 전약 북한 어린이들 돕고 있습니다. "

그저 초콜릿을 주고받는 데서 그치지 않고 남다른 밸런타인 데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거리 가판에서 5천원에 파는 초콜릿. 5천원이면 북한어린이 한 명이 먹을 수 있는 한달치 빵을 마련할 수 있습니다.

“젊으신분들은 초콜릿으로 많이들 서로들 잡숫는데 우리는 어르신들을 위해서 영양밥을 드리려고요."

어르신들의 사랑을 나누는 방법은 조금 다릅니다. 제 때에 밥 챙겨 먹기 힘든 노숙자와 독거 노인들에게는 초콜릿보다 달콤한 따듯한 밥 한 끼를 나누기로 했습니다.

“ 이제는 사주는 것 보다는 제가 만들어주는 것.. 호두도 넣고 그 사람 건강을 생각해서그런 것 의미가 있는 것~ 돈으로 주는 선물보다는 연인이 각자 만든 선물이라든지 그런 것이 뜻 깊고 좋다고.. 1위로 꼽혔다고 하더라구요. 정성이 가장 중요한 것 같아요”

지나치게 상업적으로 변해 간다는 비판을 받고 있는 밸런타인 데이. 점점 잊혀져 가는 민족명절 정월대보름 하지만 가족과 친구뿐 아니라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보살피는 사람들의 온정이 있어서 우리의 마음만은 둥근 대보름달 만큼이나 넉넉해지는 것 같습니다.

도선미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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