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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개척 정신으로 한국 정착생활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있는 탈북자 김기혁씨 [탈북자 통신: 정세권]


한국에 정착해 취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탈북자들에게 생사를 넘나드는 위험을 무릎쓰고 북한을 탈출했다는 자신감과 인내심등 북한출신만이 가질 수 있는 장점을 최대한 살려 새로운 미래를 개척하도록 호소하는 한 탈북자의 경우를 서울에 있는 [정세진]탈북자 통신원이 전해 드립니다.

북한에서 10년 동안 화가생활을 했던 김기혁(99년 입국) 씨는 한국에 정착한 후 북한에서의 전공을 살려 서울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에서 산업디자인을 전공했습니다. 홍익대 미대는 한국 최고의 미술대학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김기혁 씨는 2004년 졸업 전에 의료기기 디자인 회사에 취업을 했고 2005년 1월부터 최근까진 ‘귀금속 디자인’ 회사에서 팀장으로 일을 했습니다. 일견 순탄하게 보이지만 김기혁 씨도 다른 탈북자들처럼 취업 과정이 힘들었습니다. 취업 과정에서 김씨가 가장 힘들었던 것은 탈북자들에 대한 한국 사회의 편견이었다고 합니다.

[인터뷰1] “저 같은 경우는 사실 가장 취업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면 탈북자라는 타이틀, 그게 제일 큰 걸림돌이 되었지요.” 김기혁 씨는 한달 동안 취업사이트에 올라온 3백여 개의 회사에 이력서를 냈지만 전화가 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는 “고향이 북한으로 기재되어 있어서 연락을 오지 않는 것 같아, 이력서를 수정해 다지 제출했다”고 씁쓸하게 말했습니다.

[인터뷰2] “거짓말을 좀 했지요. 그래서 탈북자라는 문구를 뺐어요. 고등학교도 서울 모 고등학교 초등학교도 서울 모 초등학교 이렇게 썼지요. 바로 전화가 오는 거예요.” 김기혁 씨는 그렇게 의료기기 디자인 회사에 입사를 했고 1년간 근무를 했습니다. 그리고 1년 후 변화가 적고 딱딱했던 의료기기 디자인 일이 적성에 맞지 않아 2005년 1월 ‘귀금속 디자인’ 회사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그는 이 곳에 입사하면서도 자존심이 상했다고 합니다. 홍익대 미대 출신에 1년의 취업 경력까지 있었지만 중소기업에 취업하면서도 자신의 기대치보도 낮은 대우를 받아야 했기 때문입니다.

[인터뷰3] “내가 바라는 연봉에 비해서 낮게 책정이 되고 그래서 좋다, 능력을 한번 보고 필요하면 써라. 그래서 사원으로 입사를 해서 주임을 거쳐서 대리로 해서 디자인 팀장까지 했어요. 그 과정이 어려웠다고 말할 수 있지요.” 이렇게 실력으로 자신의 진가를 입증한 김기혁 씨, 그는 힘들었지만 뿌듯한 시간이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4] “한국에서 태어나서 한국에서 살아온 사람들, 쟁쟁한 사람들 다 있는데 제가 그 사람들 속에서 경쟁을 해서 능력을 인정 받고 디자인 팀장까지 한다는 것은 힘든 과정이었는데 보람도 있었고..” 지금은 담담하게 과거를 떠올리지만 주저앉고 싶을 때도 많았다고 합니다. 특히 김기혁 씨가 팀장으로 승격되자 함께 일하던 한국 출신 디자이너들 5명이 집단적으로 반발하고 나선 일이 있었습니다.

사장의 선택만이 남은 상황에서 사장은 김기혁 씨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회사 생활에서 어려운 점만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김기혁 씨는 자신이 제작한 제품을 사람들이 이용할 땐 보람을 느낀다며 웃음을 지었습니다.

[인터뷰5] “보람이라면 디자인이 전문직이잖아요. 전문직이고 사실 깨끗하지요. 아침에 출근하면 넥타이를 매고 앉아서 하루 종일 사무실에 앉아서 컴퓨터로 일을 하고, 또 긍지가 되는 게 내가 만든 내가 디자인 한 것이 시중에서 팔릴 때 사람들이 그것을 사용할 때 기분이 좋은 거지요.” 그는 직장에서 자신이 필요한 사람으로 인정받을 때는 정말 기뻤다고 말했습니다.

[인터뷰6] “좋은 기억도 많아요. 사실 사장님이나 전무님이 인정을 해 주실 때, ‘아 김 팀장 너무 필요한 사람이야. 이번에 수고했어’ 하고 인정해 주셨을 때...” 한국에 정착한지 8년이 지나가지만 김기혁 씨에게 여전히 한국은 알아가야 할 대상입니다. 그는 아직도 정체성의 혼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인터뷰7] “이중적인 정체성을 가지고 있잖아요 저희는. 북한사람이다 나는 한국 사람이다. 이 두 모순에서 갈등하고 있는 데 한국 사람들은 이 사람이 북한 사람이라는 걸 전제하지 않고 우리와 똑같은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던지는 말인데도 불구하고 나는 받아들이는 입장에서는 웬지 (위축될) 그럴 때가 많지요.” 최근 김기혁 씨는 1년여 간의 귀금속 디자인 일을 중단했습니다. 독립을 위해 새로운 일을 준비하기 위해서입니다. 다

시 1년을 공부해 국제보석감정사에 도전하겠다는 김기혁 씨, 그는 취업을 앞둔 탈북자들에게 자신감과 북한 출신만이 갖고 있는 장점을 홍보하라고 당부했습니다.

[인터뷰8] “저도 탈북자라는 걸 숨기고 많이 회피를 하려고 했지만 그게 더 마이너스가 될 때가 있다. 나는 탈북자다. 그렇지만 당신들이 못 가지고 있는 나만이 가진 게 있을 수가 있다. 찾아보면 많지요. 목숨을 걸고 왔잖아요. 끈기 같은, 회사에서 필요할 수 있어요. 필요하고 그런 것들을 부각시키고 또 자기계발을 많이 해야겠지요.”

지금까지 서울에서 보내드린 탈북자 통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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