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만강 하류에 위치한 중국 지린성 투먼에서 북한 함경북도 두만강 역을 거쳐 러시아 하산에 이르는 북-중-러 세 나라 간의 국제철도선이, 열차운행이 중지된 지 16년 만에 곧 다시 개통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런 가운데, 북한 동해안의 주요 항구로 꼽히는 라진항을 둘러싼 중국과 러시아 두 나라의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중국 베이징 현지를 연결해서 자세한 소식 알아보겠습니다.
문) 북ㆍ중ㆍ러 3국 간 국제철도가 다시 운행될 예정이라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는데요, 자세한 내용 소개해 주시죠.
답) 중국 길림성 도문(투먼)시 당·정 대표단과 선양시 철로국 대표는 지난달 22일부터 26일까지 러시아를 방문해, 러시아 극동철로국측과 중국 도문역(투먼)-북한 두만강역-러시아 하산역을 잇는 국제철도선의 재개통 문제를 협의하고, 가까운 시일 내에 재개통해 우선 시운행에 들어가기로 합의했다고 중국 언론들이 엊그제 보도했습니다.
이에 따라 중국과 북한, 러시아 세 나라 간의 국제철도선이 열차운행이 중지된 지 16년 만에 곧 다시 개통될 전망입니다.
이번 협의에서 중국과 러시아 양측은 다시 열리는 이 철도통로를 이용해 자국의 각종 물자를 상대국의 여러 지역에 운송하기로 하는 한편, 화물 운송에 필요한 차량 신청과 사용, 관련 경비의 지불절차 등에 대해서도 합의를 보았습니다.
이에 앞서 북한과 중국, 러시아 세 나라는 지난해 12월25일 도문(투먼)시 세관에서 ‘북-중-러 지역간 철도화물운송 회의’를 열어 철도부문 공동운송협정을 체결하고, 이 철도의 개통에 따르는 국제무역 화물운송 조건, 운송물량, 화물 인계인수, 화물열차 사용료 정산 및 결산, 운송요금 등에 합의했었습니다.
문) 북-중-러 세 나라 간의 국제철도선은 언제 처음 개통됐고, 어느 정도 길이인가요?
답) 이번 북-중-러 세 나라 간의 국제철도선은 1992년 4월 일단 개통된 뒤 화물운송에 이용됐습니다. 하지만 여러 가지 원인으로 열차가 개통된 그 해를 넘기지 못하고 운행이 중지됐습니다. 당시의 전체 화물량은 20만톤에 달했고, 주요 수출입화물은 화학비료와 철강재료 등이었습니다. 이번에 재개통될 북-중-러간 국제철도선은 총 운행 거리가 126킬로미터로, 5시간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문) 이번에 중국, 러시아와 연결될 북한 ‘두만강 역’은 규모가 어느 정도인가요?
답) 이번 언론보도에 따르면, 북한 두만강 역은 현재 여덟 개의 차량교체 전용선로가 놓여 있고, 5백개의 북한 자국 컨테이너와 7백개의 러시아 컨테이너를 동시에 수용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북한 두만강 역은 특히 한반도종단철도(TKR)가 시베리아횡단철도(TSR)와 연결될 경우, 가장 유력한 2개 노선 가운데 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데요, 2000년 9월 시작된 남북 간의 경의선 철도 복원공사를 계기로 남북한과 중국, 러시아 등 관련 국가들 간에 거론되기 시작한 한반도종단철도의 시베리아횡단철도 연결방법 가운데 가장 실현 가능성이 높은 노선은, 부산-신의주-중국횡단철도-시베리아횡단철도 노선과 또 다른 노선으로 부산-원산-두만강역-시베리아횡단철도 노선이 있습니다. 따라서 두만강역은 한반도 내 마지막 역인 셈입니다.
문) 중국 측은 북한, 러시아 간 국제철도선이 다시 개통될 경우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요?
답) 중국측은 연간 화물 처리량 5백60만t의 도문(투먼)역이 화북, 동북지방의 각 대도시와 북한의 청진과 나진과 직접 연결될 뿐만 아니라, 두만강역을 경유한 러시아 하산까지의 국제철도 재개통으로 운송시간을 훨씬 줄일 수 있게 돼,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항과 북한 청진항과 라진항을 통한 한국, 일본, 미국, 캐나다 등과의 무역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현재 중국 길림성과 러시아 극동지방을 잇는 유일한 철도는 훈춘-마하리노 노선이지만, 러시아의 극동대철도망을 거쳐야 하는 등의 문제점 때문에 국제무역 활성화에 별로 기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에 비해 중국 도문(투먼)-북한 두만강-러시아 하산 노선은 러시아 국가철도망에 직접 진입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점이 훨씬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문) 이런 가운데, 중국과 러시아가 북한 동해안의 주요 항구로 꼽히는 라진항과 청진항을 자국의 해외화물 운송기지로 이용하기 위해 경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는데요?
답) 북한 라진항은 1973년 구 소련의 지원으로부터 기중기와 항만시설을 지원받아 개항된 국제무역항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북한 라진항과 청진항을 자국의 국외 화물운송 기지로 만들기 위해 신경전을 벌여왔는데요, 현재로서는 러시아측에 유리한 양상으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러시아는 중국의 한 기업이 투자유치 실패로 북한 라진항 개발권과 부두 사용권을 포기함에 따라, 지난달 북한과 라진항 및 하산-라진간 철도구간의 현대화를 위한 합의 문건에 서명했습니다. 이어 이달 4월에는 북한의 김용삼 철도상 러시아 방문 때, 이 사업을 추진할 합영회사의 설립 계약을 체결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그 동안 동해로 나가는 출로 확보를 위한 일환으로 북한 라진항 개발에 공을 들여온 중국은 상당히 다급한 처지에 놓이게 됐는데요, 하지만 라진항 사용권을 지속적으로 북한에 요구해온 중국 측은 여전히 라진항 개발을 포기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습니다. 실제로 북한과 중국이 지난해 9월에 열린 북-중 경제무역과학기술협조위원회에서 ‘중국 훈춘-북한 라진 선봉 일체화 계획’을 경제협력 의제로 상정키로 합의한 것으로 알려져, 중국이 북한 라진항 개발에 참여할 수 있는 여지가 완전히 봉쇄된 것만은 아니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와 관련해 이번에 북한이 러시아에 개·보수를 위임한 라진항 부두는 3호 부두로, 북한이 건설을 추진 중인 4호 부두의 개발권은 아직 주인이 확실히 결정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베이징에서 온기홍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