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북한을 7년 연속 세계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가로 지목한 국제 기독교 선교단체의 실무자들이 최근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왔습니다. 일반 관광객 신분으로 입국해 평양의 봉수교회에서 예배도 드렸다고 하는데요. 이 시간에는 방북 실무자 가운데 한 명인 린지 베시(Lindsay Vessey)씨로부터 방북에 대한 이모저모에 대해 들어보겠습니다. 김영권 기자가 인터뷰했습니다.
문: 반갑습니다 린지 씨. 북한에 어떤 계기로 가게 됐습니까?
베시: 제가 북한에 대해 듣고 읽었던 어려운 상황들을 직접 보고 싶었습니다. 특히 워싱턴에서 봄마다 열리는 북한자유주간 행사에서 많은 탈북자들을 만나 북한의 현실에 대해 들었었는데요, 얘기를 들을 때마다 호기심이 더 생겼고 직접 체험하고 싶었습니다. 또 다른 이유는 북한 안에서 직접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저희 기독교인들은 영적인 면을 매우 중시합니다. 북한이 영적으로 회복되도록 기도하고 싶었습니다.
문: 오픈 도어즈는 이달 초 연례보고서에서 북한을 7년 연속 최악의 기독교 박해국으로 지목했는데요. 그런 면에서 북한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입국 과정이 수월했습니까?
베시: 놀라울 정도로 입국하는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었습니다. 관광비자를 받는 것부터 들어가고 나오는 데 문제가 없었고, 일부 장소에서는 기도도 할 수 있었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평양에 도착한 뒤 북한 당국은 우리의 비자와 여권, 돌아가는 비행기 표를 임시로 압류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세계에서 이런 일은 사실 상상하기 힘들죠. 그래서 저희 일행 모두 '우리가 정말 세계에서 가장 규제가 심한 나라에 들어왔구나' 이렇게 느끼며 마음이 좀 불편했죠.
문: 린지 씨가 알고 있던 북한과 실제로 경험한 북한, 어떻게 달랐습니까?
베시: 대답하기 참 어려운 질문입니다. 아마 제가 느낀 감정의 차이가 아닐까 싶은데요. 평양 시민들은 행복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시선은 대개 아래를 향했고 뭔가 무기력해 보였습니다. 그냥 살아야 하니까 사는 사람들이랄까요? 사실 평양은 북한에서 선택된 사람들만이 사는 곳 아닙니까? 평양도 그런데 다른 지역 사람들은 어떨까 생각하니 마음이 아팠죠. 한 가지 흥미로웠던 것은 어디를 가도 한국전쟁과 연관된 설치물들, 주체사상, 그리고 김일성 김정일 부자에 대한 선전선동 얘기로 가득했습니다. 사실 미국인들은 한국전쟁에 대해 그렇게 많이 얘기하고 있지 않은데요. 북한은 한국전쟁을 1950년에 묶어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마치 시간을 거꾸로 돌려놓은 곳에 간 기분이었습니다.
문: 평양에는 봉수교회와 칠골교회 두 개의 개신교 교회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방문할 기회가 있었습니까?
베시: 봉수교회를 방문했습니다. 거기에서 흥미로운 일을 겪었죠. 일요일에 예배에 참석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급히 교회에 갔는데 1시간 늦게 도착해 예배를 드릴 수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통역이 다시 설명하면서 예배에 늦은 것이 아니라 신도들이 모두 조상들에게 성묘하러 갔기 때문에 예배가 취소됐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할 수 없이 우리끼리 예배를 드렸습니다. 제가 피아노를 치고 일행이 함께 찬양하며 성경도 읽고 기도했는데 정말 놀라운 경험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예배당 안에 비치된 성경과 찬송이 모두 한글과 영어 번역본이었고요, 벽에 카메라 3대가 설치돼 있어 안에 있는 모든 사람들을 감시하는 듯 했습니다.
문: 평양의 교회는 진정한 의미의 교회가 아니라 북한 정부의 선전용이란 지적이 많습니다. 기독교 전문가로서 어떻게 보십니까?
베시: 그 질문 역시 대답하기 매우 힘드네요. 개인적으로 평양 안에 분명히 진정한 기독교인들이 있을 것으로 믿습니다. 또 봉수와 칠골 교회, 가톨릭 성당, 그리고 그리스 정교 등 4개 교회에 출석하는 북한인들 중 진실한 기독교인이 없다는 지적도 사실로 믿고 싶지 않습니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북한의 공식 교회들이 정부가 선전용으로 만든 것이라는 데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미국의 국제종교자유위원회 등 여러 단체들이 신뢰할 수 있는 좋은 보고서들을 내놓고 있지 않습니까?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 같은 사람들이 4개 교회에 번갈아 출석하고 이들은 정부로부터 철저히 훈련 받은 사람들이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평양에 지하교인들이 분명 있을 것으로 믿고 있습니다.
문: 북한에서 인도주의 지원 사업을 펴는 기독교 민간단체죠, 사마리탄스 퍼스의 프랭클린 그래엄 목사가 지난 해 봉수교회에서 설교한 것을 놓고 미국 내 일각에서는 종교 자유를 주장하는 북한 당국의 선전물로 이용당했다는 비판이 있었는데요. 어떻게 보십니까?
베시: 분명히 위험한 요소가 있다고 봅니다. 봐라 미국의 목사가 와서 어려움 없이 설교하지 않냐, 공화국에는 종교의 자유가 엄연히 존재한다, 이렇게 주장할 수 있다는 거죠. 하지만 미국 목사 한 명이 설교했다고 해서 북한에 종교의 자유가 존재하는 것은 분명히 아니죠. 지하교인 소수가 몰래 예배를 드릴 수 있지만 사실 99% 이상의 북한 사람들은 공식적으로 교회 등록도 예배도 드릴 수 없거든요. 그래엄 목사 개인적으로 봉수교회에서 복음을 전하는 것까지 잘못됐다고 탓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러나 북한에 종교 자유가 없다는 점, 특히 4개 밖에 안 되는 교회가 모두 평양에 있는 점 등 열악한 종교 현실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봅니다.
문: 북한 보위부가 지난 12월에 비밀 지하교회를 결성하려는 음모를 적발했다고 밝혀 공식적으로 지하교회의 존재를 처음으로 언급했는데요. 북한 내 지하교회 현실에 대해서 어떻게 보십니까?
베시: 저희 내부 소식통에 따르면 북한 내부에서 지하교회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습니다. 아시다시피 김정일 정권은 지하교회 확산을 정권과 체제에 대한 위협으로 보고 박해를 가하고 있는데요, 그런 어려움 속에서도 지하교회가 성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면에서 북한 밖에서 자유를 누리고 있는 우리들이 기도를 열심히 해야 한다고 봅니다. 특히 믿음 때문에 강제수용소에 들어가 박해 받고 있는 사람들과 탈북자들을 보호하기 위해 더욱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