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은 어제(30일) 동해 북방한계선, NLL을 넘어 와 예인한 한국 어선에 대해 구체적인 조사를 벌이고 있으며 조사 결과에 따라 선원과 어선을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한국 정부는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서울에서 김환용 기자가 보도합니다.
북한은 31일 동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 30일 동해 NLL을 넘어 북측 수역에 들어 와 예인한 한국 어선 ‘800 연안호’에 대해 조사 결과에 따라 선원과 선박 문제가 처리될 것이라고 한국 정부에 통보했습니다. 한국의 이종주 통일부 부대변인입니다.
“북한은 동해지구 군사실무 책임자 명의의 전통문을 통해서 우리 측 어선 연안호에 대해 북측 해당기관에서 구체적인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또 조사 결과에 따라서 선원들과 연안호 문제가 처리될 것이라고 알려왔습니다.”
한국 정부는 북한 당국의 이 같은 통보에 당분간 사태를 예의주시하면서 신중하게 대응한다는 입장입니다.
경색된 남북관계가 소강국면 속에서 대화를 모색하는 과정에서 이번 사건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도록 북한을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입니다.
천해성 통일부 대변인은 정례 기자설명회를 통해 “선박의 표류나 사고에 의한 월선과 관련해서는 남북 간에 그동안 처리했던 여러 선례들이 있으니 그에 따라서 북한이 인도적인 차원의 조치를 조속히 취해 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천 대변인은 또 “남북관계에 여러 상황이 있으니 차분하고 신중하게 조속히 처리됐으면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런 가운데 남북한이 모종의 대화를 통해 서로 갈등을 빚고 있는 현안을 풀려는 조짐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한 대북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현대아산을 통해 현재 북한이 넉 달째 억류하고 있는 현대아산 직원 유모 씨 석방 문제를 협상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한국 정부가 북한 당국과의 당국간 협상과 현대아산을 통한 협상 두 가지를 병행해오다 최근 개성 당국간 회담이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현대아산을 통한 협상에 힘을 싣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한국의 `경향신문’은 30일자 신문에서 한 대북소식통의 말을 인용해 “현대아산 관계자가 지난 1일에서 3일 중국 단둥에서 북측 관계자들과 유 씨 문제 등에 대해 논의했고, 한국 정부는 이 현대아산 관계자를 통해 ‘귀책사유가 있다면 사과 용의가 있고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북측에 전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한편 연안호가 북한에 예인된 당일인 30일 오후 북한 어선 한 척도 서해 NLL을 넘어 남측으로 내려 와 북측 경비정과 함께 돌아간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31일 한국의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 선박이 30일 오후 5시13분쯤 NLL을 침범해 연평도 서남방 13 킬로미터 해상까지 내려왔습니다. 이에 북한 경비정은 NLL을 넘어 남하했고 한국 경비정은 두 차례에 걸쳐 북측 경비정에 대해 “NLL을 침범한 귀측 어선은 한국 측에서 처리할 테니 북으로 돌아가라”고 경고통신을 보냈습니다.
하지만 북한 경비정은 북한 어선이 있던 NLL 남방 4.4 킬로미터 지점까지 내려와 결국 오후 5시 35분쯤 북한 어선을 예인해 오후 6시4분 NLL을 넘어갔습니다.
합동참모본부는 양측이 충돌할 우려가 있고 인도적 차원에서 북한 경비정이 자기 측 어선을 예인하는 것을 대비 태세를 취하며 지켜봤다고 밝혔습니다.
[합동참모본부 관계자]“어선을 예인하러 온 목적이 너무 뚜렷하고 상황을 계속 보고 있었기 때문에 어차피 어선을 데리러 내려온 게 워낙 명백했기 때문에 인도적 차원에서 그렇게 했다고 합니다.”
서해 NLL은 연안호가 예인된 동해 NLL과는 달리 남북한 사이에 영해 분쟁을 빚고 있는 지역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