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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O, ‘북한으로부터 작황조사 요청 못 받아’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지난 해에 이어 올해도 세계식량계획 WFP와 공동으로 북한 내 작황 조사를 계획하고 있지만 아직 북한 당국의 초청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이진희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 FAO는 북한의 정확한 농작물 상태와 생산성, 수확량 등을 조사하기 위해 세계식량계획 WFP와 공동으로 북한에 실사단을 파견하기로 하고 지난 8월 북한 측과 협의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아직 북한 정부의 조사 요청을 받지 못해 작황 조사 적기인 다음 달 중순을 앞둔 현재 방북 계획조차 세우지 못하고 있습니다.

식량농업기구의 작황 조사를 책임지고 있는 키산 군잘 (KISAN GUNJAL) 씨는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인터뷰에서, 유엔의 작황 조사는 일반적으로 추수 시기나 본격적인 추수 직전에 실시된다며, 10월 중순부터 약 3-4주 사이가 적기라고 말했습니다.

너무 일찍 조사를 벌이면 수확 준비가 안 돼 표본을 추출할 수 없고, 나중에 예기치 못한 변화가 생겨 수확량 추정치가 달라질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또 너무 늦게 조사를 할 경우 이미 추수가 끝나 정부에서 제공하는 수확량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고 군잘 씨는 말했습니다.

과거 다섯 차례 북한 내 수확량 조사에 참가했던 군잘 씨에 따르면, 실사단을 구성해 방북 준비를 완료하기까지는 3~4주가 걸립니다. 따라서 북한 당국의 초청이 조만간 이뤄지지 않으면 조사 시기를 놓칠 수 있습니다.

군잘 씨는 올해는 북한의 수확량이 지난 해보다 적을 것으로 예상 돼 작황 조사를 실시하는 것이 특히 중요하다고 말했습니다. 강우량이나 기후 같은 날씨 조건은 양호했지만 비료 공급과 농기구, 연료 부족 등이 생산에 차질을 빚었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군잘 씨는 작황 조사를 통해 수확량 예측 뿐아니라 북한의 불안한 식량 사정과 취약성을 알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어느 지역 어떤 계층의 주민이 언제 식량 부족을 겪을지, 어떤 식량이 부족한지, 또 어떤 식량 지원이 필요한지 등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설명입니다.

유엔 식량농업기구와 세계식량계획은 지난 1995년부터 매년 한 두 차례 북한 당국의 초청에 따라 실사단을 파견해 작황 조사를 벌였습니다. 그러나 2005년부터는 북한 측이 유엔 조사단의 방북을 거부해 작황 조사가 이뤄지지 못하다 지난 해 10월 재개된 바 있습니다.

군잘 씨는 수확량 조사는 FAO와 WFP 공동 임무이지만, FAO는 전답 수확량에, WFP는 식량 불안정과 관련해 지역사회와 가족 단위의 정보를 수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조사단은 FAO와 WFP의 국제요원 각 2명씩으로 구성되며, 유럽연합과 미국 국제개발처 (USAID) 등도 참관 자격으로 초청한다고 군잘 씨는 말했습니다.

한편 군잘 씨는 북한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줄어들 것으로 보이지만, 이는 비료나 연료 공급이 부족했던 탓이며, 날씨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강우량도 좋은 편이었고, 심각한 자연재해도 없었다는 지적입니다.

군잘 씨는 또 FAO의 북한 수확량 통계를 보면, 북한에서 옥수수가 가장 풍작이었던 2005년과 2006년의 수확량은 2백만t을 약간 웃돌았고, 수확량이 가장 적었던 2007년과 2008년의 경우 약 1백30만t이 생산됐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수확량이 1백50만t을 밑돈다 해도, 12년 만에 최악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앞서 최근 북한을 방문한 한국 국제옥수수재단의 김순권 이사장은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의 올해 옥수수 수확량이 비료 부족과 습해 등 이유로 평년 수준인 2백50만t 보다 1백만t이 줄어 12년 만에 최악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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