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를 결정하는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바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올해 수상자로 선정한 주된 이유의 하나로 대화와 타협을 중시하는 그의 외교정책을 꼽았습니다. 김근삼 기자와 함께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 기조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김 기자, 노벨위원회는 지난 주말 오바마 대통령이 인류 협력과 국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특별한 노력을 기울였다고 밝히지 않았습니까.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정책이 구체적으로 어떤 측면에서 이렇게 평가 받고 있는 겁니까?
답)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회복하겠다는 점을 강조했었는데요. 전임 부시 행정부의 일방주의 노선에서 벗어나 다자주의적 접근을 통한 국제 공조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특히 중동이나 북한 핵 같은 국제 문제도 강하고 직접적인 대화 (Tough & Direct Diplomacy)를 통해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는데요. 이렇게 국제적인 협력을 통한 문제 해결 노력이 높게 평가 받은 것 같습니다.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이 국제정치에 새로운 분위기를 조성했고, 유엔과 국제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는 다자외교가 중심적인 위치를 되찾았다고 했는데요, 바로 이런 점을 지적한 것입니다.
문)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의 취임한 지 아직 채 열 달이 안 된 상황에서 노벨평화상을 수상하면서, 이런 외교정책 전환이 그동안 과연 어떤 성과를 가져왔는지도 궁금하군요?
답) 물론 오바마 대통령의 노벨평화상 수상에 대해 미국 언론들도 놀랍다는 반응을 내놓고 있는데요. 아직은 갈 길이 더 멀기 때문이죠. 하지만 취임 후 지금까지 짧은 기간 동안 국제 협력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인 것이 사실입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버마 군사정부, 쿠바 독재정권과 대화에 나서고, 부시 행정부 시절 사이가 나빠졌던 베네수엘라와도 화해의 악수를 하고 관계를 개선했습니다. 또 취임 직후 아랍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은 이슬람의 적이 아니라고 선언했고요. 냉전 시대 최대의 라이벌이었던 러시아와는 새로운 관계를 열어가겠다고 했습니다. 중국과는 기존의 전략경제대화를 확대하면서 관계 개선과 함께 협력의 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중동에서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간 평화협상을 재개하기 위한 동력을 축적하고 있고요, 북한 핵 문제에 있어서도 국제사회와의 공조를 통해 6자회담 재개와 비핵화 과정을 재개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문) 북 핵 문제를 말씀하셨는데, 오바마 대통령의 비핵화 노력도 중요하게 평가 받고 있지 않습니까?
답) 그렇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지난 4월 프라하에서 ‘핵 없는 세상’ 이라는 구상을 발표했는데요. 핵 군축과 비확산, 또 핵 에너지의 평화적 이용 등에 대한 구상들을 포괄적으로 담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달 유엔 안보리 정상회의에서는 직접 회의를 주관하면서 비확산 체제 강화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안보리 결의를 채택했습니다. 내년 상반기에는 핵 안보 정상회의를 개최할 예정이고요, 이에 앞서 지난 7월에는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핵 탄두와 대륙간 탄도미사일 등 발사 수단 감축에 합의했습니다.
노벨위원회는 핵무기 없는 세상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구상과 노력을 중시한다면서, 이런 구상은 군축과 무기통제 협상에 큰 자극이 됐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오바마 행정부의 새로운 국제 공조와 비핵화 노력들이 물론 현재 진행형이기는 하지만,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위상을 강화하는 데 상당히 기여한 것 같군요.
답) 그렇습니다. 독일 마샬펀드가 지난 9월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유럽인들의 77%가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 노선을 지지한다고 답했는데요, 이는 지난 2008년 부시 대통령의 19%에 비해 4 배 가까이 높은 비율입니다. 또 오바마 행정부는 전세계가 공통적으로 맞서고 있는 기후변화 문제와 금융 위기 극복 등에서도 건설적인 역할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노벨위원회는 오바마 대통령의 외교가, 세계인 다수가 공유하는 가치와 입장을 기반으로 한다는 개념에 근간을 두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문) 마지막으로, 이번 노벨평화상 수상이 앞으로 오바마 행정부의 외교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답) 미국 언론들은 이번 노벨평화상 결정이 오바마 대통령이 이룬 성과에 대한 평가라기 보다는, 그의 외교적 노력이 더욱 진전되기를 바라는 기대와 지지가 담겨있는 조치라고 분석하고 있습니다. 오바마 행정부는 현재 아프가니스탄 문제 등 도전적인 과제에 대처하기 위해 여전히 국내외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인데요, 이번 노벨상 수상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정치적인 힘이 되고, 또 그동안 추구해온 외교 노선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