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는 최근 식량 재고가 바닥나 가격이 급상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 WFP는 현재 북한 내 일부 취약계층에게만 식량 지원을 실시하고 있다며 국제사회의 원조를 호소했습니다. 조은정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올해 봄부터 계속해서 안정을 유지했던 북한 시장의 식량 가격이 지난 8월 말부터 매우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고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연구위원이 밝혔습니다.
권 연구위원은 19일 ‘미국의 소리’ 방송과의 전화통화에서 올해 초부터 1kg 당 1천9백원에서 2천원에 거래되던 쌀 가격이 현재 2천5백원을 넘어선 상태이며, 8백원 선을 유지하던 옥수수 가격은 9월부터 1천2백원으로 올랐다고 말했습니다.
권태진 연구위원: “최근 가격이 급하게 올라가는 것을 보면 식량 재고가 바닥이 난 상태 같고… 올해 작황이 좋지 않아 현재 식량 사정도 문제지만 앞으로 예상되는 식량 상황도 심각합니다.”
권 연구위원은 이모작 작물을 포함한 북한의 지난 해 연간 총 수확량은 4백31만 t 이었으나, 올해는 이보다 30만t 이상 감소한 3백80만에서 4백만t을 예상했습니다. 이는 지난 해 날씨가 굉장히 좋았던 반면, 올해는 동해안을 중심으로 저온 현상이 발생했고 전반적으로 가뭄도 있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입니다.
이와 더불어 한국 정부의 비료 지원 중단은 올해 농사에 매우 큰 악영향을 미쳤다고 권 연구위원은 말했습니다.
권태진 연구위원: “금년에는 북한 내부의 비료 생산량이 작년보다 늘어났고, 중국으로부터의 수입량도 많이 늘었습니다. 그럼에도 작년보다 비료 사정이 더 나빴던 것은 워낙 금년 초에 비료 재고가 없는 상황에서 이렇게 된 것 같아요.”
권 연구위원은 비료 부족은 특히 쌀보다 옥수수 농사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올해는 특히 옥수수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습니다.
지난 9월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미국의 민간 지원단체 ‘월드 비전’의 빅터 슈 북한 담당 국장도 옥수수 농사와 관련한 현지의 우려를 전했습니다. 슈 국장은 평안남도와 황해북도의 논밭에서 농부들과 대화할 기회가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농부들은 가뭄 때문에 옥수수 농사가 잘 안 됐다며, 9월에도 비가 오지 않는다면 확실히 올해 작황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걱정했다고 슈 국장은 전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이 이처럼 악화되는 가운데 세계식량계획 WFP는 국제사회의 대북 식량 지원 확대를 호소했습니다.
WFP의 레나 사벨리 북한 담당 대변인은 19일 ‘미국의 소리’ 방송에 “북한 내 62개 군에서 어린이들과 임산부 1백40만 명에게 비타민과 무기질이 함유된 영양강화식품을 공급하고 있지만, 일일 섭취 필요량을 채우지는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현재 WFP의 지원을 받고 있는 주민들은 당초 목표로 세운 6백20만 명의 2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사벨리 대변인은 “수혜자들에게 애초 계획했던 만큼의 식량을 제공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에, 국제사회의 추가 지원을 통해 북한 내 지원 사업이 확대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농촌경제연구원의 권태진 연구위원은 올해 수확량이 줄어든 와중에 당국이 식량을 따로 떼어 비축하면 내년 춘궁기는 5월 달 보다 빨리 시작되고, 시장 곡물가격 역시 연초부터 불안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