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남한의 옥수수-강냉이 지원 제안에 20일 이상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평양이 왜 침묵을 지키고 있는지 자세한 소식을 전해드립니다.
한국 정부는 지난달 26일 대한적십자사를 통해 북한에 옥수수-강냉이 1만톤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습니다. 한국의 유종하 적십자 총재는 이날 북한의 조선적십자사 중앙위원회 장재언 위원장에 전화 통지문을 보내 "어린 아이와 임산부등 취약 계층을 위해 옥수수-강냉이 1만톤과 분유 20톤, 그리고 의약품 등을 지원하겠다"고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그로부터 20일이 지난 지금까지 남한의 식량 지원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평양의 이 같은 침묵에 대해 서울의 북한 전문가인 북한전략 센터의 김광인 박사는 "북한이 자존심이 상한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북한 당국이 자존심을 앞세우는 것 같아요. 달라고 하면 주겠다고 하니까 마치 구걸하는 것 같으니까, 달라고 하기가 어려운 측면이 있죠"
김광인 박사는 또 북한 입장에서는 지원의 '규모'도 마음에 들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과거 지난 10년간 남한의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는 북한에 쌀과 비료를 매년 40만톤 가량 지원해 왔습니다. 따라서 북측 입장에서는 옥수수-강냉이1만톤 은 미흡하다고 느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이와 관련 북한의 선전 매체도 간접적으로 불만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주간지인 통일신보는 지난 7일 남한의 대북 옥수수 지원과 관련 이는 "농부의 지게에 올려놔도 시원찮을 강냉이 얼마 타령"이라고 비난했습니다.
관측통들은 북한이 그렇다고 해서 남한의 대북 식량 지원 제의를 거부하기도 곤란한 상황이라고 지적합니다. 북한은 지난 석달간 대남 유화 공세를 폈습니다. 북한은 지난 8월 개성공단에 억류된 남측 근로자를 석방한 데 이어 남북 적십자 회담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가졌습니다. 따라서 지금 남측의 식량 지원 의사를 거부할 경우 이는 남북관계를 냉각 시킬 가능성이 크다는 것입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대규모 식량 지원을 받고 싶으면 남북대화와 6자회담에 복귀하는 등 전향적인 자세를 보여야 한다고 충고하고 있습니다. 남북관계가 악화된 근본 이유는 북한이 지난 5월 핵실험을 실시하고 남한의 이명박 대통령을 비난한데 있으므로 평양이 먼저 성의를 보여야 식량 문제도 풀린다는 얘기입니다.
이와 관련 서울의 대한적십자사 유종하 총재도 지난 9일 한 라디오 방송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이번 지원이 과거에 비해 적기는 하지만 옥수수 1만t에서 끝나는 것이 아니"라며, "우선 시작을 그렇게 하자는 뜻"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유 총재는 대규모 지원은 남북대화가 진행돼야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남한이 북한에 옥수수-강냉이를 지원하려는 것을 군량미 전용을 막기 위한 것입니다. 과거 남한이 북한에 쌀을 지원하자 이중 일부가 군부대에 전용된 사실이 포착된 바 있습니다.
농업 전문가들은 올해 북한의 곡물 생산량이 지난해 보다 10% 정도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특히 올해는 비료 공급이 안된데나 날씨마저 나빠 옥수수-강냉이 생산량이 크게 준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한국 농촌경제연구원의 북한 전문가인 권태진 선임 연구원입니다.
"옥수수는 비료를 가장 많이 먹는 곡물입니다. 제가 느끼기엔 옥수수 하나만 보면 작년보다 한 20% 이상 감소 요인이 발생할 것이다."
이와 관련 대북 인권단체인 '좋은 벗들'은 소식지에서 "최근 함경북도 주민 사이에서는 80년 만에 대흉년이라는 말이 떠돌고 있다"고 북한 내부 분위기를 전하기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