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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주간지, ‘하토야마 총리 다음 달 북한 방문 추진’


일본의 하토야마 유키오 총리가 다음 달 북한 방문을 추진하고 있다고 일본의 ‘주간 아사히’가 보도했습니다. 여러 가지 정황상 추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소식인데요, 도쿄 현지를 연결해 자세한 얘기 들어보도록 하겠습니다.

문) 우선 ‘주간 아사히’의 보도 내용을 전해주시죠.

답) 아사히신문이 발행하는 주간지인 ‘주간 아사히’는 어제 (17일) 발매된 최신호에서 오자와 이치로 간사장과 가까운 한 민주당 간부의 말을 인용해서, 하토야마 총리가 북한에 의한 일본인 납치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현재 개회 중인 임시국회가 끝난 직후인 12월 초순이나 중순께 방북 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하토야마 총리의 방북 추진이 사실이라면 이는 민주당 정부가 8•30 총선 공약에서 우선 해결하겠다고 약속한 납치자 문제를 풀기 위해 북한과 직접 대화를 시도하려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주간 아사히가 소식통으로 인용한 민주당 간부는 “하토야마 총리가 방북 계획을 당초 10일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그날 오전 서해에서 남북 교전이 발생하면서 북한이 갑자기 방북 일정을 취소해 다시 시기를 조정 중이라고 들었다”고 보도했습니다. 이 소식통은 “북한 정부가 먼저 납치자 문제를 포함한 실종자 문제를 다루기 위해 하토야마 총리가 방북할 의사가 있는지를 타진했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은 하토야마 민주당 정권이 출범한 이후 조총련 등을 통해 관계 개선 의사를 타진해왔지만 하토야마 정부는 그동안 “납치자 문제 해결이 전제되지 않는 한 대화는 없다”는 의사를 밝혀왔습니다.

문) 관심이 가는 것은 역시 ‘주간 아사히’ 보도의 신빙성 여부인데요, 현지에선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나요.

답) 주간 아사히의 보도에 대해 일본 정부는 공식 부인하고 있습니다. 일본 정부의 대변인 격인 히라노 히로후미 관방장관은 오늘 정례 기자회견에서 주간 아사히지의 하토야마 총리 방북 추진 보도와 관련해, “전혀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또 일본의 주요 신문과 방송 등 주류 언론들은 주간 아사히의 보도 내용을 기사화하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주간 아사히의 보도가 해프닝성 오보로 판명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최근 여러 가지 정황상 하토야마 총리가 방북 추진을 검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일 것이란 분석도 있습니다. 일본과 북한이 서로 대화가 절실하게 필요하기 때문인데요, 하토야마 총리가 선거 공약으로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내걸었고, 자신을 본부장으로 관방장관과 외상, 납치문제 담당상 등 4명의 각료가 이끄는 납치문제 대책본부를 설치하는 등 범정부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특히 지난 8월 미국이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을 보내 북한에 억류돼있던 자국 여기자 2명을 데리고 온 이후 일본도 남의 힘을 빌릴 것이 아니라 직접 북한과 대화에 나서 납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기도 합니다.

문) 그런데 최근 일본 민주당 고위인사들의 발언에서도 대북 자세 변화의 가능성이 포착되고 있다구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 민주당 정권의 실력자인 오자와 이치로 민주당 간사장은 지난 12일 한국의 정세균 민주당 대표와 면담한 자리에서 “납치 문제 해결에 구애 받지 않고, 북-일 관계 개선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오자와 간사장 측은 한국 언론에 이 사실이 보도되자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지만 이는 물밑으로 일본 정부와 민주당이 북한과의 대화를 추진하고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받아 들여졌습니다.

하토야마 총리가 내건 ‘동아시아공동체’ 구상의 이니셔티브를 잡기 위해서도 북한과의 대화가 필요한 상황입니다. ‘우애’를 모토로 한 동아시아공동체 논의에서 일본의 평화에 위협이 되고 있는 북한을 빼놓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북한도 일본과의 관계 개선이 절실합니다. 지난 6월의 유엔 안보리 대북 제재 결의 이후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데요, 북한 입장에선 납치자 문제를 고리로 일본과 대화에 나설 경우 잃는 것은 없고, 대신 잘하면 일본과의 협상을 통해 경제적 실리를 챙길 수 있는 여지가 있기 때문입니다.

문) 하토야마 일본 총리가 실제로 북한 방문을 추진할 경우 대북 창구는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이 될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지요.

답) 그렇습니다. 일본이 북한과 접촉을 한다면 창구는 오자와 민주당 간사장과 중국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오자와 간사장은 북한에 영향력이 있는 중국 실력자들과 친분을 트고 있고, 정부 각료들에 비해 운신이 편하기 때문입니다. 오자와 간사장은 다음 달 당 간부들과 1백 여명의 의원들을 대거 이끌고 중국을 방문해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 등과 회담할 예정인데요, 일본인 납치자 문제 해결을 위한 북한과의 대화 문제도 논의될 것으로 보입니다.

오자와 간사장은 최근 중국 공산당과의 관계 밀도를 한층 높이고 있는 데요, 지난 10일부터 이틀간 도쿄에서 열린 ‘중일 교류협의기구’ 회의에 중국 쪽 대표로 참석한 왕자루이 공산당 대외연락부장을 만나서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도 했습니다. 오는 19일에는 양제츠 중국 외교부장이 일본을 방문하고, 다음 달에는 중국의 차세대 지도자로 평가 받고 있는 시진핑 부주석이 일본을 찾을 예정입니다. 또 미국의 스티븐 보즈워스 대북 특사도 다음달 초 북한을 방문하기 때문에 이런 저런 외교 일정을 감안하면 12월이 일본과 북한 간 대화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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