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유럽의 모범국가로 여겨지는 체코공화국이 17일로 민주화 20주년을 맞았습니다. 체코의 민주화는 이른바 '벨벳 혁명 (Velvet Revolution) '에 힘입어 이룩됐는데요, 체코 프라하 에서는 이날 '벨벳 혁명' 20주년을 기념하는 행사가 펼쳐졌습니다. 하지만 정치 불안과 사회적 불균형 등 체코 사회의 문제점들을 지적하며, '벨벳 혁명'은 미완의 혁명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문) 먼저 '벨벳 혁명'이 어떤 사건을 말하는지 자세히 설명해 주시죠.
답)네, '벨벳 혁명'은 동유럽 공산국가 체코에서 40여년간 계속돼온 공산통치를 비폭력적으로 종식한 역사적 사건을 일컫는 사건입니다.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붕괴한 지 8일째였던 1989년 11월7일, 수 천명의 체코 학생들이 거리로 뛰쳐 나갔습니다. 1939년 11월17일, 독일 나치 정권에 대항하다 처형된 청년 공산주의자 9명에 대한 50주년 추모집회가 열린 뒤 시가 행진이 시작된 것입니다. 그런데 체코 경찰이 강경 진압에 나서면서 분노한 시민들이 가세하기 시작했고, 그 결과 시위 참가자 수가 19일에는 20만명, 20일에는 50만명으로 불어났습니다. 이어 27일에는 체코 전역에서 총파업이 2시간 동안 진행됐고, 프라하의 거의 모든 시민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게 됐습니다.
다음 날 체코 공산당은 권력 포기와 일당제 철폐를 발표했으며, 마침내 12월28일, 극작가 출신으로 반체제 연합인 '시민 포럼'을 이끌었던 바츨라프 하벨이 대통령으로 선출됐습니다.
문) 그런데 당시 사건이 왜 '벨벳 혁명'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지요?
답)네, 시민 혁명이 성공한 뒤 하벨은 한 연설에서 "우리는 평화적으로 혁명을 이루어냈다, 이는 벨벳 혁명이다" 라고 말했는데요, 바로 여기서 비롯된 말입니다. 벨벳이라면 한국어로는 비로드 옷감을 우선 떠올리는데요, 영어로 '벨벳'은 형용사로 조용한, 평화로운 이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이때부터 '벨벳 혁명'은 피를 흘리지 않고 평화적으로 이룩한 모든 혁명을 일컫는 '무혈혁명'의 대명사로 사용되게 됐습니다.
문) '벨벳 혁명' 20주년을 맞은 프라하 시의 모습은 어땠습니까?
답) 네, 프라하에서는 이날 전시회와 콘서트 그리고 각종 집회와 연설이 진행됐습니다. 이런 가운데 약 1만명의 시민들이 거리로 나와 20년 전 당시의 시위를 재연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분위기를 재연하기 위해 사이렌이 울리고 경찰견들이 짖어대는 가운데 시민들은 프라하 시내를 행진했습니다.
이날 행사에 참석한 하벨 전 대통령은 체코 국민들은 벨벳 혁명을 이끌었던 사람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호소했습니다. 그는 20년 전의 변화는 전 세계에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의 실상을 알리기 위해 오랜 세월 헌신한 사람들의 도움으로 이룩됐다고 말했습니다.
문) 벨벳 혁명 20주년 기념을 계기로 혁명의 성과에 대한 고찰도 이뤄지고 있다고 하지요?
답) 네, 그렇습니다. 당시 체코슬라바키아는 벨벳 혁명이후 약 4년반만인 1993년 일월 1일, 체코공화국과 슬로바키아로 분리됐는데요, 지금은 두 나라 모두 북대서양조약기구, NATO와 유럽 연합, EU 에 가입해 있습니다.
민주주의와 자유시장 경제를 도입한 체코는 유럽연합 동유럽 회원국 가운데 2번째로 큰 경제 규모를 자랑하는 등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문) 하지만 최근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체코 국민 대다수가 정치상황에 대한 불만도 나타내고 있다고 하는데요?
답) 그렇습니다. 최근 정치불안이 지속되고 빈부격차가 커지면서 '벨벳 혁명'의 성과에 대한 회의적인 목소리도 커지고 있습니다. 체코는 지난 3월 미렉 토폴라넥 총리의 중도우파 연정이 의회의 불신임안 가결로 퇴진해 현재 과도 중립내각이 정부를 이끌고 있는 등 정치 불안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런 가운데 공산당은 여전히 15% 내외의 지지율을 확보하고 있습니다.
최근 실시된 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체코 국민의 대다수는 자유시장, 사유재산, 언론의 자유, 다당제와 EU와 나토 가입 등을 지지하고 있지만, 지난 20년간 개인과 사회의 안전, 도덕성 등은 오히려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으며, 특히 83%는 현 정치상황에 만족하지 않는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하벨 전 대통령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체코는 법의 지배, 인권 존중, 자유시장 경제 등을 누리는 등 '올바른 길'로 나아가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진행자: 지금까지 체코 '벨벳 혁명' 20주년과 관련해 자세히 살펴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