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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기획: 베트남 개혁개방 23년] 3. 베트남 산업공단


베트남이 경제성장을 위해 ‘도이모이’로 불리는 개혁개방에 나선 지 이 달로 23년이 됐습니다. 그동안 빠른 속도의 성장을 이루면서 세계의 주목을 받아 온 베트남은 이제 제2의 도약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저희 `미국의 소리’ 방송은 베트남 현지 취재를 통해 베트남에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과 성장의 원동력을 살펴보는 특별기획을 마련했습니다. 오늘은 그 세 번째 순서로 베트남의 비약적인 경제발전에 기여한 베트남 산업공단을 이연철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지난 1986년 도이모이 시행 이전, 베트남이 가진 것이라고는 빈 땅과 일자리 없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23년이 지난 지금,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외국자본이 몰려들면서 전국 각지에 공단이 세워졌고, 사람들은 일터로 향하고 있습니다.

수도 하노이 도심에서 북서쪽으로 16km 떨어진 탕룽산업공단. 이 공단 입구의 2차선 도로는 출근시간이면 근로자들이 타고 온 오토바이로 가득 찹니다.

하노이 인근에서 가장 성공적인 단지로 꼽히는 이 공단에는 약 5만 명의 근로자가 일하고 있습니다.

공단을 개발한 ‘탕룽공단 관리회사’의 오니시 신지 이사는 만약 공단이 없었다면 5만 명의 사람들이 지금도 농사를 지으며 가난하게 살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일본의 스미모토그룹이 개발한 약 82만 평의 공단 내에는 일본 캐논 사의 세계 최대 규모 레이저 프린터 공장 등 67개 공장이 입주해 있습니다. 오니시 이사는 이 공장들이 베트남 경제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2008년의 경우 공단 수출액이 28억 5천만 달러로 베트남 전체 수출의 4.6% 에 달했다는 것입니다. 또한, 입주 기업들은 15억 8천만 달러를 직접 투자했을 뿐 아니라

선진 기술과 경영 지식을 베트남인들에게 가르쳐 주고 있다고 오니시 이사는 말했습니다.

지금 베트남 전역에서는 ‘탕룽공단’ 처럼 외국 자본으로 건설된 약 2백 개의 공단이 베트남의 경제발전을 이끌고 있습니다.

도이모이가 시작되기 전에는 단 한 개도 없던 공단이 23년 만에 이처럼 크게 늘어날 것으로 상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도이모이에 착수하면서 베트남을 공업국가로 만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자본과 경험 모두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결국 외국인 투자를 끌어들여 공단을 개발하기로 결정했고, 이미 다른 개발도상국에서 성공적으로 공단을 개발한 경험이 있는 타이완의 CT&D 그룹을 협력대상자로 선택했습니다.

CT&D 그룹이 6천3백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의 70%를 소유하고, 호치민 시 정부가 2천7백만 달러 상당의 토지를 50년 임대 조건으로 제공하고 30% 지분을 소유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렇게 해서 탄생한 ‘탄뚜안 공단개발회사’의 짠 탄 홍 부사장은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설명합니다.

미국의 경제제재로 인해 고립된 상황에서 산업개발을 위한 자본과 수출시장이 부족했고, 따라서 실업률이 매우 높았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구 소련 마저 붕괴되면서 경제적으로 더욱 어려워졌고, 결국 베트남은 스스로 개혁에 나서야 할 필요를 절실하게 느꼈다는 것입니다.

탄뚜안 공단개발회사는 호치민 시 도심에서 남쪽으로4km 떨어진 사이공 강변의 90만 평 부지에 공단을 건설했습니다.

회사 측은 공장부지 정리와 필요한 기반시설은 물론 특혜에 가까운 토지 대금 등 투자자들의 편의를 위해 모든 노력을 다 기울였다는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베트남 최초의 ‘탄뚜언 공단’이 탄생했고, 외국 기업들이 입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난 달 말 찾은 공단 내 인형제조업체 ‘세모비나’의 공장 안에서는 인형의 주 재료인 천을 자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탄뚜안 공단에 7번째로 진출해 지난 1995년 가동을 시작한 세모비나는 현재 5백80여 명의 직원이 만드는 인형을 전량 미국과 유럽으로 수출하고 있으며, 수출액은 연간 5백~6백만 달러 입니다.

신광재 세모비나 사장은 당시 베트남 진출을 모색하던 중 아는 사람의 소개로 탄뚜안 공단을 알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데는 인프라 문제 때문에 상당히 문제가 많았는데, 여기는 그 문제를 완전히 해결해 놨더라구요. 여기 들어온 동기는 바로 그런 거죠. 임금이 싸도 인프라 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사업하기가 곤란하거든요.”

신 사장은 당시 다른 지역에 토지임대료가 훨씬 싼 곳이 많았지만, 아무런 망설임 없이 탄뚜안 공단을 선택했다고 말했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세금 감면 등 투자자들에 대한 파격적인 우대조치 외에 행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호치민 수출가공 산업공단 관리청’의 팜 띠 짱 국장은 대표적인 사례로 ‘민원 일괄처리 정책 (one-stop policy)’을 꼽았습니다.

투자자가 공장 설립 등 투자와 관련한 모든 행정절차를 단 한 번에 마칠 수 있도록 행정적인 지원을 하는 것이 바로 일괄처리 정책이라는 것입니다. 아울러, 공장 설립 이후에도 자신들은 공단 개발회사 및 입주업체들과 직간접적인 관계를 맺으면서 다른 필요한 행정적 지원을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팜 띠 짱 국장은 강조했습니다.

현재 탄뚜안 공단에는 6만 여명의 근로자가 1백65개 공장에서 일하고 있으며, 지난 해 수출액은 18억 6천만 달러를 기록했습니다. 이 공단은 지난 2000년 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방문해 세계의 관심을 끌기도 했습니다.

탄뚜안 공단개발회사의 짠 탄 홍 부사장은 이 공단이 베트남 뿐아니라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공단 가운데 하나라고 자랑했습니다.

탄뚜안 공단의 성공 사례는 다른 공단이 문을 열도록 고무하는 역할을 할 정도라는 것입니다. 실제로 탄뚜안 공단의 개발방식은 그 후 다른 공단 개발에도 그대로 적용됐습니다.

베트남 정부는 탄뚜안 공단의 성공에 고무돼 전국적으로 공단 개발을 확대하기 시작했습니다. 베트남 기획투자부 자료에 따르면, 지난 해 말 현재 베트남에는 1백91개의 산업공단이 가동되고 있습니다. 지역적으로는 호치민 등 남부지방에 1백31개로 가장 많고, 하노이 등 북부지방에 35개, 그리고 다낭을 중심으로 한 중부지방에 25개가 있습니다.

과거 의류나 봉제 같은 노동집약형이 대부분이었던 공단의 성격도 달라졌습니다. 중부 중꿧의 중화학공단이나 호치민 시의 사이공 하이테크 공단처럼 기술과 자본이 중시되는 첨단적인 공단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입니다.

호치민 수출가공산업공단 관리청의 팜 띠 짱 국장은 처음 공단을 개발할 당시에는 일자리를 만드는 데 관심을 쏟았지만, 이제는 부가가치를 높이거나 청정기술을 이용하는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호치민 시가 앞으로 7개 공단을 추가로 개발할 계획이라는 팜 국장은 부가가치가 높은 기술이나 공해 없는 깨끗한 기술을 이용하는 공단을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명한 경제학자인 레 당 쯔웽 전 기획투자부 차관은 앞으로도 베트남이 질 높은 외국인 투자를 더 많이 유치하는 것이 필수적이라고 말합니다.

쯔웽 박사는 질 높은 외국인 투자를 통해 산업화와 현대화 부문에서 진전을 이루면 오는 2020년이나 2030년에는 베트남이 중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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