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소수민족 가운데 가장 많은 수를 차지하고 있는 중남미계에 대한 흥미로운 연구 결과가 발표됐습니다. 이들이 미국에서 느끼는 정체성을 비롯해 세대별 의식 차이, 그리고 현실적 장애 요인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하고 있는데요. 특히 중남미계 젊은이들이 미국의 모습을 어떻게 바꿔나갈지 암시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어 주목됩니다. 중남미계 미국인들의 현주소를 짚어 보겠습니다.
문) 앞서 중남미계가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이다, 이렇게 설명 드렸습니다만, 규모를 보면 과연 소수민족이 맞는가 싶을 정도예요.
답) 맞습니다. 더 이상 소수민족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급속한 인구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흔히들 미국 내 최대 소수민족은 흑인이 아닌가, 그렇게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몇 년 전 만 해도 그랬잖아요) 하지만 더 이상 아닙니다. 2007년 중반을 기준으로 미국 내 중남미계 인구가 4천5백5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흑인은요?) 흑인은 4천70만 명으로 집계돼 두 번째로 밀려 났구요.
문) 미국의 인구 구성 판도를 완전히 바꾸고 있다, 그렇게 볼 수 있겠네요.
답) 더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지금 이 순간 미국에서 태어나는 신생아 4명 중 1 명이 중남미계입니다. (그 정도인가요?) 예. 또 학교를 가 보면 더 확연합니다. 미국 내 초중고교에 재학 중인 학생 5명 중 1 명은 중남미계로 집계됐습니다. 이 두 가지 예는 단순한 통계 이상의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바로 21세기 미국사회의 모습을 예측할 수 있는 척도이니까요.
문) 그림이 좀 그려지네요. '퓨 히스패닉 센터'라는 기관에서 이번 조사를 했더군요. 제목이 인상적이에요. "두 개의 세계", 이렇게 시작이 되는데 무슨 뜻일까요?
답) 중남미계 젊은이들이 미국에서 처한 상황을 잘 말해 주는 제목인데요. 한편으로는 미국에 성공적으로 적응해 만족스런 삶을 사는가 하면 다른 한편으로는 여전히 빈곤과 사회적 문제점들을 안고 사는… 한마디로 빛과 그림자로 양분돼 있다, 그런 상황을 "두 개의 세계"로 묘사하고 있는 겁니다.
문) 중남미계 미국인, 그러니까 부모는 이민자 출신이지만 자신은 미국에서 태어난 세대들도 많이 늘었겠네요.
답) 그렇습니다. 16살에서 25살 사이의 중남미계 젊은이들 가운데 미국에서 태어난 비율이 3분이 2가 넘습니다. 그리고 이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강하게 자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신이 중남미 출신이다, 그런 의식 말인가요?) 그보다 구체적입니다. 자신의 출신 배경이 되는 특정국가, 이른바 '모국'에 대한 소속감이 강하다는 겁니다. 그러니까 단순히 '나는 미국인이다'가 아니라 '난 멕시코인이다, 쿠바인이다, 도미니카인이다, 이런 식으로 말이죠. 52%가 이렇게 답했다고 합니다.
문) 자신을 중남미계로 뭉뚱그려 규정하는 건 아니군요. (예, 그런 사람들은 20%도 안됐습니다) 그렇군요. 중남미계는 자신을 어떤 인종으로 생각하나요?
답) 보통 인종 구분을 백인이나 흑인, 혹은 아시아인, 이런 식으로 나누지 않습니까? 그런데 최근에는 더 많은 중남미계 사람들이 자신들을 제 4의 인종으로 따로 분류하고 있답니다. 백인이나 흑인이 아니라 '히스패닉'이라는 거죠. 16살에서 25살 사이의 중남미계 중 자신을 백인이라고 생각하는 비율은 16% 밖에 되지 않습니다. 성인들의 경우에는 30%가 자신을 백인으로 규정하는데 말이죠.
문) 정체성이 강하다는 얘기는 곧 출신 배경에 대한 소속감, 자부심이 강하다는 얘기로도 들리는데 이게 미래에 대한 밝은 전망으로도 연결될 수 있을까요?
답) 중남미계 미국인들은 상당히 긍정적인 전망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젊은이들의 경우에는 75%가 부모세대 보다 경제적으로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합니다. 또 현재 삶에 대한 만족도나 직업적 성공에 대한 열망도 훨씬 크다고 하구요. 특히 정치력 신장에 대한 기대는 더욱 큰데요. 뉴욕 퀸즈 칼리지 사회학과 민병갑 교수의 얘길 들어보시죠.
"라틴계 이민자가 40~45% 되고 앞으로 이런 이민 추세는 정부에서 법을 고치지 않는 한 계속 유지될 것이기 때문에 미국 대도시에서 라틴계의 문화적, 정치적 힘을 뚜렷하게 볼 수 있도록 영향을 끼칠 겁니다".
문) 그렇긴 한데요. 중남미계 미국인들은 여전히 미국사회의 어두운 곳을 차지하고 있는 경우가 많단 말이죠. 문제가 많죠?
답) 예. 이번 보고서도 그 부분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일종의 장애요소로 말이죠. 우선 중남미계 10대 임신률이 다른 어떤 인종 보다도 높습니다. 4명 중 한 명이 19살 이전에 출산한다고 하니까요. 또 폭력조직과 연관돼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친구나 친척이 현재 폭력조직에 속해 있거나 과거에 몸 담았었다고 답한 중남미계 젊은이들이 3분의 1이나 되는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진행자: "두 개의 세계"라는 보고서 제목 그대로 중남미계 사회가 안고 있는 역동성과 문제점, 그 양면성을 잘 보여준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