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보수성향 시민운동단체 '티파티'가 본격적인 정치세력화에 나섰습니다. 오바마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에 반대하며 오는 11월 실시되는 중간선거에 적극 개입하기로 했는데요. 현재 미 정국의 큰 변수로 떠오르며 주목 받고 있습니다.
문) '티파티', 새로운 정당이 아니라 보수적 성격의 시민단체라고 소개해 드렸는데 이름이 특이하군요.
답) '티파티'라고 하면 '차를 마시며 즐기는 파티'가 아닌가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그건 아니구요. 미국 독립전쟁의 불씨가 된 '보스턴 차 사건'에서 따온 이름입니다. 1773년 12월16일 일어난 일인데요. 당시 미국 식민지 주민들이 영국의 지나친 세금 징수에 반발해 보스턴 항에 정박한 배에 실려 있던 차를 바다에 버린 사건입니다.
문) '티파티', 역사적 배경을 듣고 보니까 세금에 대한 거부감이 묻어나는 이름이군요.
답) 예. 오늘 소개해 드릴 '티파티'도 정부의 과도한 지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조세 저항 움직임으로 지난 해 시작됐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월가와 부실 대기업에 대한 오바마 대통령의 구제금융 지원에 항의하기 위해 결성된 거구요.
문) 시작은 그런데 금방 미국 정치판에 영향을 미치는 세력으로 성장했어요.
답) 맞습니다. 지난 해 11월 버지니아, 뉴저지 주지사 선거에서 공화당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습니까? 지난 달 19일 치러진 매사추세츠 상원의원 선거에서도 역시 공화당 후보가 승리했구요. 세 지역 모두 예상 외의 결과였는데요. 그 뒤에서 티파티가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겁니다.
문) 단순히 시민운동이라고 하기에는 정당 냄새도 좀 나는데요.
답) 아직은 아닙니다만 그렇게 흘러가는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지난 4일에서 6일까지는 테네시 주 내슈빌에서 아예 첫 전국총회를 열기도 했는데요. 물론 당시까지만 해도 정강도 없고 선거에서 승리해 정권을 잡겠다는 목표도 없었지만 전국에 산재한 시민운동 조직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고민하는 자리가 됐습니다.
문) 그 전국총회를 계기로 티파티가 본격적인 정치활동에 돌입한 것으로 봐도 되겠죠?
답) 예. 중요한 시발점이 됐습니다. 구체적인 정치적 목표가 제시됐으니까요. 특히 여기서 '자유보장'이라는 명칭의 정치행동위원회를 구성했는데요. 1백만 달러의 정치자금을 모금해 오는 11월 연방 상하원 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위한 선거운동에 나서겠다, 이런 방침을 정했습니다.
문) 특정 후보를 지원한다는 것은 곧 다른 후보에 대한 낙선운동에 나선다는 뜻이기도 하지 않습니까?
답) 물론입니다. 티파티가 선거정국에 큰 변수가 될 것이라는 점을 예고하는 대목이기도 한데요. 특히 건강보험 개혁안에 찬성표를 던진 블랜치 링컨 상원 농무위원장을 낙선시키기 위해 그에 맞서 싸울 보수파 후보를 강력히 지원하겠다고 벼르고 있습니다. 비슷한 이유로 보수적 색체가 강한 남부지역의 5개 선거에서 보수성향 후보를 집중 지원할 방침이구요.
문) 앞서 티파티가 몇몇 지역의 공화당 후보를 당선시키는 데 일조했다고 했는데 공화당 후보를 무턱대고 지원하는 건 아니군요.
답) 그렇습니다. 물론 작은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에서 공화당과 색깔이 맞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오바마 행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 방식에 동조하는 인물이라면 아무리 공화당 소속이라도 가차없이 낙선 운동을 벌이겠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조건도 뚜렷이 명시하고 있는데요. 정부의 과도한 재정 지출 반대, 작은 정부 지향, 낮은 세금, 주 정부의 권한 강화, 이런 취지에 적극 찬성하는 후보들만 지지하겠다, 그런 취지입니다.
문) 지난 대선에 공화당 대통령 후보로 나섰던 존 맥케인 상원의원은 그런 조건에 맞지 않는다, 티파티는 그런 판단을 하고 있는가 봅니다.
답) 예. 맥케인 상원의원, 대표적인 공화당 지도자인데도 불구하고 티파티의 눈 밖에 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맥케인이 과거 공화당에서 이단아로 불려질 만큼 당의 보수적 노선을 충실히 따르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오바마 행정부 초기에는 구제금융 법안과 관타나모 기지 폐쇄에 찬성하지 않았습니까? 티파티의 비난의 대상이 될 수밖에 없는 행보였던 겁니다.
문) 듣기에 따라서는 상당히 위협적인 경고로 해석할 수도 있는데, 반면 티파티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급부상하고 있는 인물이 있죠? 바로 새라 페일린 아니겠습니까?
답) 가장 큰 수혜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새라 페일린, 전 알래스카 주지사이자 지난 대선에서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나서 큰 주목을 받았던 인물이죠. 대선 과정은 물론 그 이후에도 여러 구설수에 오르면서 자질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는데요. 티파티 세력의 확장과 때를 같이해 보수세력의 대표적 상징처럼 떠오르고 있습니다.
문) 티파티의 이번 전국총회에도 얼굴을 비쳤더군요.
답) 예. 지난 해 7월 알래스카 주지사에서 전격 사퇴한 뒤 처음으로 주요 정치행사에 공식 복귀한 의미가 있는데요. 공화당 지도자 중 유일하게 초청을 받아 티파티의 이번 총회에 참석했습니다. 이 자리에서 페일린은 티파티를 혁명이자 미국 정치의 미래라고 치켜세우고 오바마와 민주당을 거세게 비난해 박수를 받았습니다.